ⓒ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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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한강에서 투신 후 생존하자 119에 구조요청을 했으나 사망한 익사자의 유가족이 구조대처가 미흡했다며 소방당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판사 이원석)는 최근 한강에서 투신 후 사망한 A씨의 아버지가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2억68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18년 11월 27일 오전 1시 23분경 한강의 한 대교에서 몸을 던졌으나, 정신을 잃지 않고 생존했다. 투신 후 5분 30초가량 흘렀을 무렵 A씨는 수영을 하며 119에 전화해 구조를 요청했다.

신고를 접수한 서울종합방재센터 종합상황실 접수요원은 1분 12초 후 출동지령을 지시했고 구조대와 소방서, 안전센터 등이 종합상황실 관제요원과 소통하며 현장으로 나섰다.

구조대 등은 오전 1시 33분경 대교 남단 하류에서부터 수색에 나섰다. 출동 당시 A씨와 통화했는데 오전 1시 34분경 더 이상의 응답이 없어 통화가 끊겼다. 현장수색을 이어갔으나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고, 오전 1시41분경 A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도 불가능해지자 종합상황실 관제요원은 철수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구조대 등은 오전 1시 44분경 수색작업을 멈추고 현장을 떠났다.

이후 A씨는 사고 발생 3일 후인 11월 30일 서울 마포구의 한강공원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를 토대로 A씨의 사인을 익사로 판명했다.

사건 당시 종합상황실 접수요원은 A씨에게 ‘뛰어내렸는데 말이 가능하냐’, ‘뛰어내린 거냐, 뛰어내릴 거냐’ 등 신고를 의심하는 취지의 말과 더불어 ‘한강에서 수영 중에 이렇게 전화까지 하는 거 보니 대단하다’는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A씨의 아버지는 종합상황실 접수요원이 딸의 신고를 장난전화로 판단해 진지하게 출동지령을 지시하지 않았고, 현장지휘관도 조기에 수색을 멈추고 현장을 벗어나 결국 딸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서울시 소속 공무원들의 행위는 시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자신들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법령 위반행위에 해당한다며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고 이 같은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일부 구호조치가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나, 서울시 소속 공무원들의 법령위반행위와 A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종합상황실 접수요원은 신고 상황을 의심하는 듯한 취지로 통화를 했고, 출동지령 이후에도 투신 시간과 위치 등 구조활동에 요구되는 중요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려는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며 “한강 자살사고는 관할 소방서 긴급구조지휘대가 상황 판단 후 현장을 지휘해야 하는데, 당시 현장지휘관은 익사 가능성을 고려해 수색 범위를 넓히는 판단을 했어야 하지만 11분 만에 수색을 끝냈다”고 일부 과실을 인정했다.

다만 “만일 서울시 소속 공무원들의 법령위반행위가 없었다고 할지라도 A씨가 생존했을 가능성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실제 의과대학 법의학연구소 사실조회 결과에 따르면 A씨가 투신 후 짧게는 30분, 길게는 70~120분 생존했을 거라고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으며, 신고 후 5분 5초가량 흐른 시점에 이미 A씨는 의식을 잃고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판부는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 소속 공무원들이 직무 집행에 있어 법령위배행위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것과 A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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