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놓고 팽팽한 신경전
문 대통령, 야당 인사청문 공개 적격 나서
“야당 반대가 후보자 검증 실패 아니야”
내부적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른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돼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도박을 했다.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 국민의힘은 최소한 3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렸지만 문 대통령은 보기좋게 그에 대한 비판을 가했다.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기로에 놓여 있다. 그대로 계속 반대를 할 것이냐 아니면 뒤로 후퇴할 것이냐이다. 물론 계속해서 반대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하지만 야당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직면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승부사 기질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야당이 반대한다고 후보자들의 검증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준영, 임혜숙, 노형욱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렸던 국민의힘을 향해 일침을 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과 그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사청문회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것이 국민의힘에게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격노하는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이날 TV를 보다가 격노를 했다. 사실상 야당을 향해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세 명의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린 국민의힘을 향해 저격을 날린 것이기 때문이다.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로서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상황이다. 김 대행은 “아까 보니 기가 막히더라. 완전히 마이웨이 옹고집. 국민이 뭐라고 하든 나는 내 갈 길 가겠다”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만큼 문 대통령의 발언은 충격적이었다는 것이 국민의힘 내부의 목소리다. 문 대통령의 발언만 놓고 보면 국민의힘이 마치 국정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비쳐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무안주기’ 인사청문회는 더 이상 안된다면서 인사청문 제도의 개선책까지 내놓았다.

사실상 야당, 국민의힘이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국민의힘으로서는 격노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 대행으로서는 무안한 상태다. 이미 김 대행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거대 여당에 맞서는 강한 야당을 기치로 내세웠다. 그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야당을 향해 싸움을 걸어왔기 때문에 싸움에 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국민의힘은 더욱 강성하게 나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장관 후보자 1명 정도 낙마시키는 선에서 국민의힘과 타협점을 보려고 했지만 이미 문 대통령이 야당을 향해 포문을 날린 상태이기 때문에 장관 후보자 1명 낙마 역시 카드를 거둬야 하는 상황이다.

강경한 국민의힘

김 대행으로서는 강한 야당을 표방한지 열흘만에 문 대통령이 싸움을 걸어왔기 때문에 응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른바 첫 번째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투사 이미지를 강조했던 김 대행이기 때문에 이제는 한발도 물러서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아마도 정국이 경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세 명 후보자 모두 낙마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세 명 모두 지명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붙으면서 앞으로 정국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됐다.

더욱이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런 가운데 내부에서는 여러 가지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하나로 통일시키는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김 대행이 원내대표로 선출됐지만 아직까지 국민의힘 내부에서 어떤 리더십을 가졌는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상황이 김 대행에게는 자신을 당내에서 평가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김 대행은 계속해서 강경 모드로 일관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 대행으로서는 세 명의 후보자 중 한 명이라도 낙마를 시킨다면 일단 합격점을 받게 된다. 따라서 보다 더 강한 김기현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지율 답보가 문제

다만 국민의힘이 4.7 재보선 이후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놓인 것이 단점이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세 명의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외치면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주저한다면 그에 따른 지지율 변화가 어떤 식으로 될지가 가장 큰 문제다.

만약 지지율이 하락세를 계속 걸을 경우 그에 따른 당 안팎에서 김 대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은 아이러니하게도 정부와 여당에 대한 강경 투쟁을 더욱 거세게 할 때에는 지지율이 하락했다. 반면 대여 투쟁의 수위를 다소 낮추면 지지율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국민의힘으로서는 세 후보자의 지명 철회 요구가 민심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 대행으로서도 지지율 하락세가 가장 큰 부담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대여 투쟁과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어떤 식으로 결론 내려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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