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조원식 기자】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신군부의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그러나 군부 정권의 무자비한 총부리에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나갔다. 5.18민주화운동 41주년인 올해도 유족들의 눈물은 계속되고 있다.

2021년 2월 2일, 미얀마 또한 군부 쿠데타에 대한 민주화를 원하는 평화시위를 시작했다. 시위자들은 오른손의 검지, 중지, 약지를 세운 뒤 머리 위로 들었다. 미얀마의 군부 역시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평화시위를 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눴다. 5월 현재 사망자는 800명을 넘었으며 전투기 폭격, 무차별 조준사격으로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의 광주가 현재의 미얀마와 겹쳐 보이는 게 이상하지 않다.

이번 주 ‘무비seek’에선 태국을 비롯한 미얀마에서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된 세 손가락 경례가 처음 나왔던 영화 <헝거게임>을 소개하겠다.

<헝거게임> 포스터(왼쪽부터 1편)ⓒ네이버영화

수잔 콜린스의 원작 소설 『헝거게임』 3부작을 토대로 제작된 영화 <헝거 게임> 시리즈는 총 4편으로 게리 로스 감독이 제작한 1편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을 제외한 나머지 3편은 영화 <콘스탄틴>, <나는 전설이다>를 만든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주연 배우 제니퍼 로렌스, 조쉬 허처슨, 리암 햄스워스 뿐 아니라 고(故)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줄리안 무어, 우디 해럴슨, 도날드 서덜랜드 등 조연 배우들의 탄탄한 구성으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헝거 게임 당첨 소감을 말하고 있는 캣니스 에버딘(제니퍼 로렌스 분) ⓒ네이버영화

해피 헝거게임! 확률의 신이 당신의 편이기를

모종의 이유로 망해버린 북미 대륙에 ’판엠’이라는 독재국가가 세워진다. 판엠은 수도 캐피톨을 중심으로 13개의 구역으로 나눠져 있는 국가다. 모든 국가의 부(富)가 캐피톨로 모이고 나머지 13개의 구역은 대부분 가난한 상황이 지속됐다. 그러던 와중 불만을 품은 13구역이 반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반란은 캐피톨의 승리로 돌아갔고, 이의 본보기로 13구역은 처참히 짓밟혔다. 캐피톨은 반란에 대한 속죄와 수도인 캐피톨 시민들에게 오락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매년 12개의 각 구역에서 10대 남녀 한 쌍을 뽑아 최종 한 명이 남을 때까지 끝나지 않는 살인 게임을 개최한다.  모든 시합은 24시간 생방송으로 전국에 생중계되며 각 주민들은 의무적으로 방송을 시청해야한다.

74주년을 맞은 헝거 게임 추첨일, 캣니스 에버딘(제니퍼 로렌스 분)는 스무번째 추첨표를 집어넣었다. 표 1장당 1년치 곡물과 기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12살이 된 여동생 프림로즈 에버딘(윌로우 쉴즈 분)은 처음으로 표를 집어넣었다. 자신이 당첨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추첨식이 시작되고 여동생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캣니스는 정신이 아득해진다. 캣니스는 유약한 동생 대신 헝거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화면을 보며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캣니스ⓒ네이버영화

그렇게 동생 대신 살인 게임에 참여하게 된 캣니스. 사방에서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타구역 참가자들을 피해 달아나던 중 11구역의 소녀 참가자 루(아만들라 스탠버그 분)를 만나게 된다. 동생과 비슷한 나이의 그녀와 서로 도와가며 생존하던 중 루는 캣니스를 살리려다 죽게 된다. 슬픔과 분노에 휩싸인 그녀는 자신을 찍고 있는 화면에 세 손가락 경례를 하게 되고 11구역에선 폭동이 일어나게 된다.

이 제스쳐는 캐피톨에 의해 멸망한 13구역에 대한 추모의 의미로 강력하게 금지된 행위였다.

ⓒ네이버 영화

캣니스 에버딘, 불타는 소녀. 자네는 불꽃을 일으켰어.

그냥 내버려 두면 판엠을 무너뜨릴 화재로 번질 수 있는 불꽃이지.

2편 <헝거 게임: 캣칭 파이어>에서부터 이 제스쳐는 저항의 의미가 명확해진다. 독재자 스노우의 명령으로 헝거 게임 최초의 우승자 커플로 판엠의 구역을 돌아다니면서 저항 시위를 무마하기 위해 각 구역을 돌게 된 캣니스. 그녀는 11구역에서 연설을 하게 되고 한 노인의 세 손가락 경례를 시작으로 많은 사람들이 제스쳐를 따라한다. 그러자 주둔하고 있던 캐피톨의 군사들은 노인을 즉결 처형한다.

판엠의 독재자 스노우 대통령은 저항의 상징이 되어버린 캣니스를 제거하기 위해 다시 헝거 게임에 참여시키고 헝거게임 진행 중 그녀는 저항군의 도움으로 경기장을 빠져나오게 된다. 그 후 그녀는 저항의 상징 모킹 제이(흉내지빠귀와 재잘 어치의 혼종)가 돼 저항군에 합류하게 된다.

ⓒ뉴시스

태국 또한 2014년 5월 22일 군부 쿠데타 이후 2020년 2월 말부터 민주화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시위대는 독재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시작했다. 이어 2021년 현재 진행 중인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서도 세 손가락 경례가 시위 제스쳐가 됐다. 다만 원작에서 나온 세 손가락 경례는 손가락을 붙이는 형태지만, 현실에서의 경례는 조금 더 편한 상태로 안 붙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미는 압제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미얀마의 민주화 시위는 내전으로 치닫고 있다. 소총 뿐 아니라 박격포, 대전차로켓까지 이용해 어린이를 포함한 많은 시민들을 학살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군을 조직해 저항하고 있다. UN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정치적 관계로 인해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의 경우 국방과 치안 교류를 중단하고 산업 물자 심사를 강화했다. 언론과 시민사회의 관심 또한 어느 나라보다 뜨겁다. 1980년 5월의 광주부터 1987년 6월 항쟁까지 군부의 학정에 저항하던 우리의 과거가 미얀마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헝거게임> 시리즈를 보면서 세 손가락 경례의 의미를 되새기고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대한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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