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마진콜-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세편의 영화로 보는 돈 이야기

[무비 : seek]은 매주 영화를 통해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기사입니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좋아한다. 그건 비단 현대 뿐 아니라 인류가 정착하고 잉여생산물을 축적하기 시작할 때부터였을 것이다. 처음은 물물교환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커다란 멧돼지와 작은 고등어가 같은 값어치로 물물교환이 된다면 옮기는 노동력부터 남아서 버리는 쓰레기까지 모든 것이 비효율로 이뤄진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는 신용화폐라는 것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인류는 화폐를 만들어 효율적으로 잉여생산물을 축적하기 시작했다.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인류는 엄청난 고속 성장을 겪어왔다. 고성장은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 한국, 일본 등 선진국 반열에 든 국가의 경제 성장률은 매우 저조하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율은 계속해서 증가하기 때문에 개인의 임금으로는 자본을 축적하기에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테크를 통해 자본을 축적하려고 하는 것은 그 이유일 것이다. 특히 최근 광풍이 불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와 주식은 그 방법 중 하나다.

어쩌면 우리는 돈에 지배당할 것인지 돈을 지배할 것인지 끊임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가 더 이상 미덕이 아닌 시대에, 이번 [무비 seek]에서는 사람의 욕망과 돈을 담은 세 편의 영화를 가져왔다.

<월스트리트> 포스터 ⓒ네이버 영화

 

탐욕은, 말하자면, 선합니다. 탐욕은 정당합니다. 탐욕은 효과적입니다.

모든 형태의 탐욕은 삶, , 사랑, 지식에 대한 탐욕은 인류를 높이 오르게 했습니다.

1897년에 제작된 <월스트리트> 는 <플래툰> 감독으로도 유명한 올리버 스톤 감독의 작품이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 월스트리트를 배경으로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쌓는 투자자와 욕망 눈이 먼 젊은 증권 브로커의 이야기를 담은 금융 스릴러의 바이블이 되어버린 영화다.

증권 브로커로 일하고 있는 버드 폭스(찰리 쉰 분)는 몇 년 동안이나 열심히 일을 했지만 돈은 안모이고 오히려 투자 실패로 빚을 지고 있었다. 야망에 불타는 버드는 돈을 더 많이 그리고 빠르게 벌고 싶은 마음에 악명 높은 투자자 고든 게코(마이크 더글라스 분)을 찾아간다. 게코는 ‘자신이 혹할 만한 정보를 주면 돈을 벌게 만들어주겠다’ 라고 말한다. 결국 버드는 아버지에게 들었던 불법적인 내부정보를 이용해 고든의 신임을 얻게 된다. 버드는 계속해서 게코에게 불법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부와 미녀를 얻는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버지가 오랫동안 일했던 재정위기의 항공사 블루스타를 구하고자 게코에게 제안한다. 게코는 버드의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사실 분할매각을 통해 항공사를 해체할 음모를 꾸민다. 이를 눈치 챈 버드는 게코를 막기 위해 그의 라이벌을 찾아가고 주가를 조작해 게코에게 어마어마한 손해를 입히고 게코와 함께 교도소로 들어가게 된다.

영화는 권선징악의 이야기 흐름을 그대로 따라간다. 고든 게코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자본주의에 대해 ‘제로섬 게임’이라 생각하는 그는 영화상에서 잔혹한 약탈자다. 반면, 버드의 아버지 칼 폭스는 평생을 항공사에서 일한 노동자로서 일한 만큼 벌고 욕심을 부리지 말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이항 대립 구도의 측면에서 선과 악을 대표한다.

버드의 경우 악을 대표하는 고든에게 영혼을 팔고 부와 명예를 좇다 선을 대표하는 아버지에게 깨달음을 얻고 구원 받는 것은 단순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는 것이 한계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사람들의 불법, 방종과 타락을 영화에서 묘사하고 욕망으로 인해 흥했던 주인공이 폭망한다는 소위 ‘욕흥폭망’의 구조를 정립한 대표적인 영화다.

<마진콜>포스터 ⓒ네이버 영화

‘마진콜’은 투자회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투자원금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일정부분까지만 이를 인정하고, 그 비율 아래로 떨어질 때 고객한테 예치증거금 수준으로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것을 뜻한다. 만약 고객이 채우지 못하면, 고객 계좌는 압류되고 순식간에 빚쟁이가 된다. 

<마진콜>은 2007년부터 2008년 초거대 금융회사 리먼 브라더스 파산을 시작으로 연쇄적으로 발생한 미국발 세계 경제 금융위기의 시작을 보여주는 금융 스릴러 영화다. 모든 일어나기 직전 미리 간파하고 교묘하게 살아남은 이들은 모든 사태를 발생시킨 장본인들이다. 월스트리트 사람들의 탐욕과 허영심, 통찰력 결여, 그리고 도덕적 해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위기에 살아남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존 털드 회장(제레미 아이언스 분) ⓒ네이버 영화

 

이 곳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번째가 되거나, 똑똑해지거나, 사기 치는 것입니다.

난 사기는 치지 않아. 첫 번째가 되는 게 훨씬 더 쉬울 거야.

갑작스런 구조조정으로 퇴직 통보를 받게 된 리스크 관리 팀장 에릭(스탠리 투치), 그는 회사를 떠나기 전 부하직원 피터(재커리 퀸토 분)에게 조심하라며 자신이 일하고 있던 USB 하나를 건네준다.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직원들이 회식을 하고 있던 밤, MIT 출신의 피터는 에릭에게 전달 받은 자료를 분석하던 중 회사가 관리하고 있던 파생상품에서 심각한 문제를 발견하고 상사에게 보고한다. 문제의 내용은 부실 증권들 여럿을 교묘히 묶어 판매해온 그 상품을 방치하면 회사는 순식간에 끝장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날 새벽 긴급 이사회가 소집되고, 그들만이 살아남기 위한 회의를 진행한다. 회장은 자신들의 부실 자산을 다음 날 장 시작과 함께 고객들에게 모두 팔라고 지시내린다. 부실 상품은 모든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가 취급하던 상품이었다. 결국 본인들이 모든 상품을 매도해버리는 순간 시장은 순식간에 폭락하게 된다. 누군가는 상품에 대한 위험을 인지할 것이고 모든 금융회사의 연쇄 부도로 이어질 것이니, 이런 혼란에서 가장 먼저 자산을 현금화하는 것이 자신들이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장 시작과 함께 그들은 모든 세계 금융 붕괴의 방아쇠를 당겼다.

영화는 노골적으로 돈만 좇는 기업과 그 구성원들의 탐욕, 이기심을 대사와 행동으로 보여준다. 서로 얼마를 벌었는지, 구조조정 후 팀장이 축하한다며 남은 사람들에게 박수를 청하는 행동, 자리 공백이 생긴 만큼 승진할 기회가 생겼다며 독려하기도 한다. 물론 일반 사람들의 탐욕도 말한다. 

우리는 누구나 부자가 되길 원한다. 특히 요즘 같이 코인, 주식과 같은 재테크가 가장 큰 관심이 되고 있는 시점에 “대박 나세요!”, “OO가 코인으로 퇴사를 했대”, “좋은 종목 없어?”와 같은 말은 인사말이 됐을 정도다. 탐욕은 나쁜 것이 아니다. 단지 탐욕이라 것은 태생적으로 결함을 안고 태어났다. 적당히 이런 탐욕을 길들여야 자본주의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포스터 ⓒ네이버 영화

이 세상은 돈이 전부야 맛있는 음식, 예쁜 여자, 비싼 차, 넓은 집 뭐든 가질 수 있게 해주거든.

내가 속물 같다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맥도날드에서 평생 알바나해!

2013년에 제작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짜임새 있는 각본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조나 힐, 마고 로비 등 배우들의 명연기가 합쳐친 영화다. 무려 3시간 분량의 영화지만 돈과 욕망에 관한 주제 의식을 무겁지 않게 희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묘사하기 때문에 긴러닝 타임이 짧게만 느껴진다.

영화 속 조던 밸포드(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은 월가에 갓 입성한 젊은 주식 브로커다. 그는 부푼 꿈을 안고 한 기업에 취직을 하게 된다. 그가 정식으로 일을 하게 된 첫 날, 미국의 1987년 주가 대폭락 사건, ‘블랙먼데이’가 터진다. 출근 첫 날 실직자가 된 조던은 조그만 고향으로 내려가 일자리를 구하러 다닌다. 그러다 페니스탁(5 달러 이하의 변동성이 큰 동전주)을 파는 회사에 들어가게 된다. 그는 바로 그 날 뛰어난 화술로 약 4000달러 어치(현재 약 9460 달러)의 페니스탁을 팔게 된다. 그는 페니스탁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친구들과 주식회사를 차린다. 그리고 블루칩 주식에 페니스탁을 섞어 막대한 부를 쌓게 된다. 그러나 그는 마약, 술에 찌들고 결국 FBI에 의해 체포된다.

<울프 더 월스트리트>는 돈에 대한 한 인간의 광기를 희극적으로 잘 보여주는 영화다. 기회와 노력이 있으면 누구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다고 설파하지만, 그의 뒤틀린 욕망은 사기와 편법으로 점점 변해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바다에 100달러 지폐를 뿌리는 조던 밸포드(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  ⓒ네이버 영화

지금까지 살펴본 영화들은 선을 넘은 욕망이 결국 자신에게 독이 돼 돌아온다고 경고한다. 지금 우리가 되새겨야 할 교훈아닐까.

2021년 대한민국은 가상화폐로 뜨겁다. 2017년 광풍보다 더 거세다. 소소한 용돈부터 내 집 마련, 일확천금까지 꿈꾸며 너도나도 욕망의 용광로로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열풍을 주도하는 건 2030세대다. 빠른 시간 안에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가상화폐는 잘못된 정부 정책들과 유래 없는 질병의 창궐로 인해 계층의 사다리가 무너져버렸기 때문에 생활난과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는 마지막 희망의 끈이 됐다. 그리고 ’돈’의 끝 ’욕흥폭망’을 목도하고 있다. 

욕망으로 점철된 투기 용광로 속에서 너무 오래 있다 보면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몸의 병은 마음에서 오고, 마음의 병은 돈으로부터 온다라는 탈무드 명언 처럼 이번 주말은 앞서 소개된 돈과 관련된 영화 중 하나로 욕망의 소용돌이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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