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 자산 저평가로 부채율 내새워 적자냈나
SH공사, 시세로 자산 평가 불가…주장 사실 아냐

13일 서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열린 SH공공주택 자산 분석발표 기자회견ⓒ경실련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가 자산을 낮게 평가해 부채율을 높이고 있다며 바가지 분양을 중단하고 제대로 된 공공주택 건설할 것을 촉구했다. 그동안 SH공사는 공공주택 사업이 적자라며 땅장사, 바가지 분양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지만 자산증가 효과를 감안하면 공공주택 사업이 결코 적자가 아님이 재확인됐다는 것. 그러나 SH공사 측은 “엄격하게 분양가를 산정하고 있다”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실련, “SH 바가지 분양 치중...부당이득 챙기려”

SH 공공주택(아파트) 자산현황(1991~2020)ⓒ경실련<br>
SH 공공주택(아파트) 자산현황(1991~2020)ⓒ경실련

앞서 경실련은 지난 13일 ‘SH 공공주택 자산현황 분석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SH공사 보유 공공주택 10만채 총 시세는 74조원인데 장부가액을 12조원으로 산정해 자산을 저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주택 자산을 저평가해놓고 부채율 등을 내세워 공공주택 사업이 적자라고 주장하며 땅장사와 바가지분양에 치중하며 부당이득을 챙기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경실련이 1991년부터 2020년까지 SH가 취득한 공공주택 자산현황을 조사해 취득원가와 공시지가, 장부가, 시세를 조사해 비교분석한 결과다. 분석대상은 공공주택 13.1만호 가운데 주소지가 불분명하거나 시세파악이 어려운 다가구, 도시형생활주택 등을 제외한 아파트 9.9만호이다. 자료는 SH가 국민의힘 하태경(부산해운대갑) 의원실에 제출한 ‘SH 자산 현황(2020년 12월 31일 기준’을, 시세조사는 KB부동산, 다음부동산, 부동산뱅크 등 부동산시세정보 등이 활용됐다.

경실련 조사결과, SH가 1991년 이후 취득해서 보유하고 있는 공공주택(아파트)은 9만9484세대이며, 취득가액은 15조9628억(호당 1.6억), 장부가액은 12조7752억(호당 1.3억)이다. 역대시장별로 살펴보면, 오세훈 시장 때 3.2만호로 가장 많았다. 이명박 시장 때는 1269만호로 가장 적었다. 취득가액은 1991년~1994년까지 호당 0.6억원이었지만 박원순 시장때는 2.4억으로 상승했고, 공급면적도 15평에서 23평으로 늘어났다.

연도별 토지평당 기준 토지취득가액을 살펴보면, 1991년 취득한 중계는 토지평당 110만원이었으나 2020년 취득한 위례지구는 토지평당 1100만원으로 1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특히 마곡지구는 980만원으로 비슷한 시기에 취득한 강남의 세곡, 내곡, 우면 등이 500만원대인 것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에서는 수도권 공공주택 용지를 택지조성원가의 60~85%로 공급기준을 정하고 있다. 이에 경실련은 “강남도 아닌 마곡지구의 토지취득원가가 강남보다 비싼 것은 마곡지구 택지조성원가에 수용비 이외 기반시설설치비 등을 무분별하게 포함시키면서 조성원가를 부풀리기 때문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건물취득가은 법정건축비의 2.5배까지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1991년 공급된 면목의 건물취득가액은 아파트 평당 83만원이었으나 2020년 고덕은 850만원으로 10배 상승했다. 건물취득가액은 건축비로 볼 수 있어 법정건축비와 표준건축비 및 기본형건축비와 비교가 가능하다는 게 경실련의 설명이다.

SH 공공주택 시세와 장부가 비교ⓒ경실련
SH 공공주택 시세와 장부가 비교ⓒ경실련

공공주택 자산의 현재 시세를 살펴보면, 단지별 시세는 평당 1800만원~9100만원 만원까지 형성돼 있다. 9만9000세대 전체로는 74.1조(호당 7.4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취득가액보다 58.2조원 상승했으며 무려 5배가 됐다. 단지별로는 수서1이 2.7조(호당 12.3억)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뒤이어 위례10 2조, 대치1 1.5조, 신정양천 1.4조, 세곡2 1.3조 등 순이었다. 상위 5위의 시세는 호당 평균 9.3억이었으나 장부가액은 1.3억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토지 기준으로 취득가액과 시세를 비교해 보면, 10배까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많이 오른 단지는 대치1단지로 취득당시 토지가액은 142억(호당 870만원)이었으나 현재 시세는 1.5조(호당 9.5억)로 취득가액의 109배가 됐다. 그밖에 신트리2 96배, 수서6 91배 등 상위 10위는 평균 취득가액의 65배까지 땅값이 폭등했다.

SH 공공주택(토지) 시세와 취득가액 비교ⓒ경실련<br>
SH 공공주택(토지) 시세와 취득가액 비교ⓒ경실련

이렇듯 땅값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SH는 토지를 재평가하지 않고 건물은 감가상각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평가해 장부가액은 12.8조(호당 1.3억)원으로 취득가보다 낮고 시세의 1/5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이렇게 공공주택 자산을 저평가해놓고 부채율 등을 내세워 공공주택 사업이 적자라고 주장, 땅장사와 바가지분양에 치중해 부당이득을 챙기려하고 있다”며 “분석결과에서 나타나듯 SH가 ‘공공주택은 적자사업’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공주택의 자산가치 상승으로 오히려 막대한 공공자산이 증가한다. 또한 공공주택 사업비는 현행법상 재정 30%, 주택도시기금 40%, 임차인 보증금 20%를 부담하기 때문에 사업자인 SH 공사의 사업비 부담은 10%에 불과하다. 따라서 SH공사는 거짓숫자를 바로잡고 지금부터라도 공공택지의 민간매각을 중단하고 값싸고 질 좋은 공공주택을 적극 확대해 서민주거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주택토지공사(SH공사) 전경 ⓒSH공사
서울주택토지공사(SH공사) 전경 ⓒSH공사

SH공사 “엄격히 분양가 산정” 반박

이에 대해 SH공사는 지난 14일 해명자료를 통해 “경실련의 주장대로 시세로 자산(공공주택)을 평가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밝혔다.

SH공사에 따르면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 유형자산을 원가모형(취득원가로 측정)과 재평가모형(시세로 측정) 중 선택해 측정할 수 있다.

SH공사는 “원가모형을 사용해야 하고 있고 재평가모형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합병 등 기업환경의 중대한 변화, 동종 산업이 대부분 채택한 회계정책으로 변경 등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지만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평가모형 즉, 공공주택을 시세로 평가한다고 가정할 경우에 대해서도 “재평가로 증가한 금액은 당기손익 증가 등 영업수지 개선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재평가모형은 비록 부채비율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지만 SH공사가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한 지방공사채 발행을 위한 승인심사 시 재평가잉여금은 제외되므로 변경의 실익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주택의 유동화(매각)는 법령에 따라 매우 제한적”이라며 “SH공사가 보유 중인 공공주택의 의무임대기간 종료 후 매각을 가정한다면 자산가치 증가에 따른 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나, 공공주택특별법 등 관련법에 따라 극히 제한된다”고 했다.

SH공사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범위 내 최소한의 수익이 발생하도록 엄격하게 분양가를 산정하고 있다”며 “분양사업에서 발생하는 최소한의 수익을 무주택 시민들을 위한 공적임대사업에 투입해 시민 주거안정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앞으로도 계층·연령·소득별 다양한 공적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서울시민의 주거 안정과 주거사다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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