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믿고 맡기고 과감한 성과 보상으로 조정호 체제 옹위 이끌어내
SBS-문재인 청와대 출신 홍보 등 다양한 인재 불러모아 시너지
관피아-정치권 경력 낙하산 논란 불식한 실력 발휘로 조정호 보좌

[사진제공=메리츠금융그룹]
[사진제공=메리츠금융그룹]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메리츠금융그룹의 약진이 눈길을 끈다. 이런 가운데 지주 조정호 회장의 리더십 특히 인사 측면에서의 철학도 관심을 모은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최근 메리츠화재의 약진(안정적 경영을 추구한 데 따른 IFRS17 국면에서의 상대적 호조)로 인한 지주의 호실적, 거기 기반한 고배당으로 세간의 시선을 다시금 받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2022년 11월 계열사인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를 흡수 통합하면서 조 회장 즉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산 바 있다. 증권과 화재가 분리돼 있어 효율적 자본 배분과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있다는 고민 끝에 고뇌에 찬 결단을 내렸던 것. 

예전부터 이러한 지적이 있었음에도 섣불리 통합을 시도한 것은 승계 이슈가 걸려서였지만, 조 회장이 후손에 승계는 없다는 결론을 지으면서 문제는 급물살을 탔다. 상장 자회사를 지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대주주 지분율이 한 차례 줄고, 다음 세대로 승계하며 상속세까지 내면 지배력은 더욱 약화되는 문제 자체를 놓아버린 셈이다.

보기에 따라선 상속세를 내느라 허덕이는 부담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었다는 인식의 전환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일각에선 기업 오너가 표면적 지분이 줄어도, 실질적 영향력 문제가 남고 더욱이 메리츠 같은 경우 자본 재배치 용이화를 통한 미래 이익 가능성이 더 크기에 해 볼만한 베팅이었다고 보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욱 궁금해한다. 이 같은 결단과 경영 호조를 뒷받침하는 메리츠의 인력 구조 즉 조정호號의 용인술이 가진 에너지와 시너지에 궁금증이 집중되는 셈.

조 회장이 지금처럼 쾌도난마로 그룹 미래를 그리고 구상을 실현하는 데에는 성과보상주의의 철저한 집행과 그에 따른 호응이 작용한다는 해석이다. 이런 가운데, 그룹 전반을 책임지는 김용범 체제의 힘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김용범 부회장이 계열사를 만기친람형으로 챙기는 건 아니다. 

김용범 부회장 등 다양한 인재풀...20여년 성장 역사 속 장기간 충성파도

메리츠금융그룹은 2023년 11월20일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하는 등 변화를 줘 김 부회장의 직접 장악력은 일부 덜어냈다. 김용범 부회장을 그룹부채부문장에, 최희문 부회장은 그룹운용부문장에 선임했던 것. 

그러면서 메리츠증권 선장에 장원재 신임 대표(전 Sales&Trading 부문장)를, 메리츠화재 사령탑에 김중현 신임 대표(전 경영지원실장)를 올렸다. 

이때 등장한 장원재 대표가 메리츠증권 위기관리면에서 근래 무게감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14년 동안 메리츠증권을 이끌었던 최희문 부회장이 지주사로 자리를 옮겼다. 새 대표에는 장원재 메리츠증권 세일즈&트레이딩 부문장이 이름을 올렸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이화전기 거래정지 직전 주식 매매에서부터 내부 직원들의 사모 전환사채(CB) 부당거래 의혹까지 내부통제 문제로 홍역을 치렀던 만큼 장원재 신임 대표의 향후 과제는 '내부통제 고삐 조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 20일 전격적인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메리츠화재의 수장이었던 김용범 부회장과 메리츠증권의 수장이었던 최희문 부회장이 지주사 대표로 자리를 옮기고 두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내부 승진을 통해 새로운 인물이 들어섰다.

최희문 부회장의 이동과 그 빈 자리를 받침할 메움돌의 발탁.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장 대표의 선임은 정통 관리통의 부임이라는 의미가 있다. 

메리츠증권 장원재 대표이사 사장 [사진제공=메리츠증권]
메리츠증권 장원재 대표이사 사장 [사진제공=메리츠증권]

그는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를 딴 뒤 도미 유학까지 한 인재다. 이공계 박사 출신 최초로 삼성증권에 입사했다. 그 후 역량을 인정받아 2014년까지 삼성에 머물렀다. 

한때 장 대표는 메리츠화재의 리스크 관리를 담당하기도 했으며 이후 증권사 선장이 된 것. 금년 2월 컨퍼런스콜에서는 메리츠증권을 대표해 나서서, 비(非)부동산 금융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마냥 움츠러들겠다는 이야기만 한 게 아니라, “기업들의 우량자산 유동화를 통한 자금조달 니즈가 늘어나는 가운데 증권사 입장에선 안정적인 대출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여 옥석 가리기를 통한 이익 창출에도 뜻이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관리통, 비부동산 자산 관련 최근 발언 눈길...당국자, 기자 출신 등도 제 역할 

서수동 윤리경영실장 부사장도 관피아 출신으로서 제몫 이상을 해내고 있다. 금융감독원 생명보험검사국 등을 거친 그는 2020년 12월 메리츠화재에 부임했고, 작년 12월 연임이 확정됐다.

서 부사장은 2년여 전 금감원이 가입자가 보험료 납입 기간 중 질병에 걸릴 경우 남은 보험료를 면제해주는 납입면제의 비율을 기존 100%에서 절반 이하로 낮추도록 유도할 때, 회사 편을 들어 방어를 했다는 평가가 있다. 메리츠화재 홀로 기존 상품구조를 계속 유지해 상당한 이익을 봤다는 설이 나돈다.

서수동 부사장 [사진제공=메리츠화재]
서수동 부사장 [사진제공=메리츠화재]

한편 메리츠금융 한정원 브랜드·홍보총괄 전무도 실력으로 낙하산 논란을 벗었다는 평. SBS 기자 출신으로, 문재인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전관 혜택을 기대하며 불러다 놓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근자에 다시 테뉴어에 성공하면서, 윤석열 정부 하에서도 금융권에서 역할 모델이 있음을 충분히 입증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메리츠금융그룹은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얼어붙자, 정부와 금융권이 10조 원 규모로 조성한 증권시장안정펀드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가 동참). 한편 윤석열 정권과의 케미도 나쁘지는 않다는 소리도 있다. 다만, 금감원이 지난 2022년 메리츠자산운용을 첫 제물로 겨냥했던 걸 기억하는 이들도 있다. 새 정부 들어 신임 금감원장으로 일명 윤석열 사단의 막내 검사 출신 이복현 현 원장이 취임했는데, 그 후 금감원의 관리 및 감독 시스템이 고도화됐다.  그리고 2022년 6월 그 첫 타깃으로 투자전문가 존 리(John Lee)가 CEO를 맡고 있던 메리츠자산운용이 검사 대상으로 지목됐다. 

위기를 기회삼아 20여년 만에 30배 성장을 해온 메리츠, 앞으로도 이런 순항이 이어질지 자본 재조정 본격화를 겨냥, 완전 자회사화 등을 꾸린 현 구도 앞에 관심이 모아진다. 결국 그 과정에서 간판장과 기관장 등 임원들에 대해서도 전체를 아우르는 선장 조정호 회장 못지 않은 관심이 가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