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사거리 1500km
중국, 시진핑 장기집권 플랜에 도움 되지 않아
미국, 아프간 사태로 골머리 앓고 있는 와중
일본, 도쿄 상공에 떨어질까 예민한 상황

북한이 지난 9일 새벽 정권수립 73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개최했다. ⓒ뉴시스/조선중앙TV 캡처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북한이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동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그동안 침묵을 해왔던 북한이 갑작스럽게 시험발사를 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시험발사할 것이라는 징후는 곳곳에 있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 국제사회는 점차 꼬여가는 분위기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장기집권까지 연결되면서 북한의 시험발사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북한 국방과학원은 지난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발사된 장거리 순항미사일들은 우리 국가의 영토와 영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7580초를 비행해 1500㎞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보도했다.

시험 발사는 박정천 당 중앙위 비서가 당 중앙위 부부장인 김정식, 전일호와 함께 참관했으며 김정은 당 총비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6개월 만에 시험발사

북한은 지난 3월 비공개 발사 이후 6개월만에 발사를 했다. 지난 8월 한미연합훈련을 할 당시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북한 정권 수립일인 9월 9일을 전후에서 미사일 시험발사 등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시험 발사가 의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례적인 것은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우리나라를 방한하는 시점에서 시험발사를 했다는 점이다.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고도 남음이 있다. 중국은 내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연임에 대한 고민이 있다.

이런 이유로 시 주석은 ‘공동부유’와 ‘정풍운동’을 내걸며 철저하게 중국 인민을 통제하고 있다. 중국 인민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미중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찾아보자는 식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왕이 외교부장이 방한을 한다는 것은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도 안정적인 것을 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 주석이 장기집권을 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의 안정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자국 인민을 철저하게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왕이 외교부장의 이번 방한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진일보된 합의 내용이 나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

왕이 방한 전에 도발

그런데 왕이 부장이 방한도 하기 전에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했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상당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시험발사는 1500km 사거리라는 점에서 상당히 껄끄럽다. 왜냐하면 기존 사거리로는 충분히 한반도를 커버할 수 있지만, 1500km는 결국 베이징 한복판에도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북한은 중국을 후견인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아니지만 여차하면 자국의 영토를 위협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중국으로서는 이번 시험발사가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번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에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으로서도 침묵으로 일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발사 때에는 미국이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침묵했다.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군을 하면서 중동의 영향력이 쇠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철군과 동시에 아프간이 허무하게 탈레반에 점령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시험발사를 했다는 것은 비판여론을 더욱 들끓게 만들기 충분하다. 그야말로 미국으로서도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일본은 더욱 예민

일본은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다. 사거리가 도쿄까지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사일에 핵탄두라도 실으면 그야말로 끔찍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일본으로서도 이번 사안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국제사회는 이번 시험발사에 대해 상당히 껄끄럽게 바라보고 있다. 이것이 북한에게는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반도 정세가 상당히 꼬였다는 점이다. 북한이 자신은 평화주의자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명확하게 알리지 않는다면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는 북한에게는 절대적으로 독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대응해올지 주변국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무력 도발 이후 평화의 손을 내밀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갑작스럽게 대화를 하자는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