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유료방송시장의 콘텐츠 계약 및 공급 관행을 두고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팽팽하게 갈리는 상황이다. 정치권과 대형PP(프로그램 공급 사업자) 등은 ‘선공급 후계약’이라는 불공정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고 촉구하지만 케이블TV업계와 중소PP들은 CJ ENM 같은 대형PP들의 협상력 강화로 시장 독식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선공급 후계약’으로 이뤄지던 유료방송시장의 관행을 ‘선계약 후공급’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22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심으로 유료방송 상생협의체를 열고 ‘선계약 후공급’의 명문화에 대한 논의를 갖기도 했다.
‘선공급 후계약’이 문제로 지목되는 이유는 제조업계에서 논란이 됐던 ‘선시공 후계약’과 맥락을 같이 한다. 계약 이전에 콘텐츠를 공급하거나 작업장의 시공이 이뤄질 경우 추후 가격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소위 ‘후려치기’가 손쉽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PP의 대표격인 CJ ENM도 ‘선공급 후계약’을 문제로 지적해왔다. CJ ENM의 강호성 대표는 지난 5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종편방송이 들어서며 계약 체결이 미뤄지고 콘텐츠를 먼저 공급한 후에 나중에 계약금액을 정하는 관행이 굳혀진 것 같다”라며 “콘텐츠 제작사들이 리스크 부담을 떠안는 구조”라고 꼬집기도 했다.
유료방송시장 관계자 역시 “종편방송이 들어서기 전에는 매년 연초에 계약을 체결하고 콘텐츠를 공급하는 게 일반적이었다”라며 “먼저 공급하고 나중에 계약을 체결하면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케이블TV업계와 중소PP들은 선계약 후공급이 이뤄질 경우 대형PP들의 입김이 더욱 거세져 시장 독식 기조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난 5월 중순 성명을 내고 “대형 PP의 과도한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으로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바 있다”라며 “과도한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요구 및 송출중단을 빌미로 계약을 지연시키는 등 협상력을 남용할 우려가 크다. 협상력 열위인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사업 운영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시청자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CJ ENM은 LG유플러스와의 U+모바일tv 사용료 협상이 결렬되면서 지난 6월 12일 자정부터 콘텐츠 송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기업의 이익을 위해 분쟁을 벌인 결과 이용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했다며 두 회사에게 경고를 전달한 바 있다.
다만 정부와 정치권은 ‘선공급 후계약’ 관습의 병폐가 더욱 크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방통위 한상혁 위원장은 지난 5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유료방송 사업자와 PP간 채널 계약 과정에서 관행이 되는 선공급 후계약 문제를 선계약 후공급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선공급 후계약’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은 지난 4월 유료방송시장의 ‘선공급 후계약’을 제한하는 방송법 및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와 관련 정 의원은 “플랫폼과 콘텐츠사업자 간의 계약이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협상력이 약한 콘텐츠사업자에게 불공정한 거래 발생하거나 계약마다 내용이 상이해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라며 “정부가 유료방송시장의 채널공급 계약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고 있지만 오랜 관행으로‘선공급-후계약’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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