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룩스빛무용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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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천건희 객원기자】 흰지팡이(White Cane, 케인)는 시각장애인이 길을 걸을 때 사용하는 흰 색깔의 지팡이로 시각장애인의 표지이다. 지난 10월 14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흰지팡이의 꿈 “끝...시작을 부르다2”>공연을 관람했다. 10월 15일은 시각장애인의 날이니 전야제 공연을 관람한 셈이었다. ‘어떻게 시각장애인이 무대 위에서 춤을 출 수 있을까?’ 라는 마음속 의문은 우문(愚問)이었다. 열정의 에너지를 전달받은 감동의 시간이었다.

<끝... 시작을 부르다2>공연은 2013년부터 시각장애인과 함께 무대공연을 한 ‘룩스빛 무용단’의 세 번째 정기공연으로, 시각장애인 무용수와 서울맹학교 초등학생들이 비장애인 무용수와 함께 올린 무대였다.

공연을 소개하는 ‘룩스빛 무용단’ 김자형 단장의 인사말에 수화 통역이 함께 이뤄졌다. 청각장애인 관객을 위한 세심한 노력이었다. 공연에 앞서 이번 공연을 위해 단원들이 함께 연습한 내용을 촬영한 ‘바라봄 & 기다림’ 영상이 상영됐다. 무대 위 공연만이 아니라, 이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한 순간순간은 공연의 일부가 됐다.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마다 시각장애인 관객들을 위해 춤의 모든 동작을 설명해주는 화면이 먼저 나오고, 공연이 시작됐다. 배리어프리(Barrier Free) 공연을 위한 따뜻한 배려가 느껴져서 행복했다.

사진=룩스빛무용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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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무대 위로 시각장애인 무용수들이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이동했다. 첫 무대는 ‘춤추는 흰지팡이’라는 발레무대였다. 바르(Barre)는 발레에서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설치하는 수평봉이다. 바르를 잡고 발레의 기본동작인 아라베스크(한쪽 다리로 서서 다른 쪽 다리를 뒤로 들어 올리는 동작)와 삐루엣(한 발을 축으로 팽이처럼 도는 동작)을 하다가, 혼자서 스스로 동작들을 표현했다. 놀랍게도 시각장애인 무용수는 음악에 맞추어 ‘홀로서기’로 춤을 추며 비장애인 무용수와 호흡을 맞추었다. 서울맹학교 초등학생들이 발레복을 입고 수줍은 듯 미소 지으며 동작을 할 때는 마음이 뭉클했다. 성인 시각장애인 무용수들이 초등학생 시각장애인 무용수를 도와주며 군무를 만들어가는 장면은 감동 그 자체였다.

사진=룩스빛무용단 제공
사진=룩스빛무용단 제공

부채춤은 화려한 모양의 부채를 들고 추는 춤으로 한국무용의 꽃이다. 7명의 무용수들은 부채를 들고 옆의 무용수와 보폭을 맞추며 춤을 추고, 부채를 연결하여 포물선을 만들고 부채춤의 하이라이트인 꽃봉오리까지 만들었다. 신명나는 컨트리 음악과 함께 라인 댄스를 출 때는 관객들도 하나가 되어 박수로 장단을 맞춰줬다.

‘룩스빛 무용단’의 김자형 단장의 시각장애인 학습법은 가장 먼저 발동작을 손으로 잡고 익히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오른발은 오른손, 왼발은 왼손으로 잡고 발동작을 가르치고, 배운 동작을 직접 느끼고 기억하도록 반복해서 본인들의 위치와 방향을 인지하게 만든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한계를 극복하고 몸으로 기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반복 학습을 하였을까 생각하니,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땀과 노력과 열정이 가슴 깊이 느껴졌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장애, 비장애 예술인들이 함께 하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룩스빛 무용단’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사진=룩스빛무용단 제공
촬영=천건희 기자

공연 제목이 <끝... 시작을 부르다2>인 것은 지난해 초연에 이어 두 번째 시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시각장애인 무용수들이 초연할 때, 네 발 정도 전진할 수 있었다면 연습량이 많아진 시즌2에서는 여덟 발을 전진할 수 있고, 시즌3에서는 무용수들이 표현하려는 느낌을 모두 나타낼 수 있기에 작품을 업그레이드한다고 한다. 내년 시즌3의 공연이 기대된다.

특별한 공연이었다. 모든 공연은 많은 준비와 노력으로 이루어지지만, 장애의 불편을 열정으로 극복하고 이루어진 공연이라 더 큰 울림과 감동을 주었다. 더 많은 관객이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오는 24일 오후 5시 유튜브에 공연 동영상(룩스빛 무용단)이 게재될 예정이다. 

사진=룩스빛무용단 제공
김자형 단장 / 촬영=천건희 기자

“시각장애인 무용단의 공연이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닌 일상의 공연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김자형 단장의 소망에 응원을 보낸다.

공연 영상에서 내레이션으로 나왔던 멘트가 귓가에 맴돈다.

“바라보고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답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할 땐 제가 먼저 도움을 청할게요.

그 때 당신의 따뜻한 손으로 저를 잡아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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