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샤-할리스 등 거쳐 또다시 IMM 4번 타자로 나서
구조조정 이력 평가에도 가급적 조직 보호 반론도
경쟁력 지키면서 수익성 내는 경영 스타일에 호

제품 점검을 하며 소비자들에게 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한샘 직원 [사진제공=한샘]
제품 점검을 하며 소비자들에게 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한샘 직원 [사진제공=한샘]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한샘이 경사를 밎이했다. 주방가구 명가에서 종합 홈 인테리어 전문회사로 확장하면서 소비자들의 사랑을 오래 받아온 전통의 기업이지만, 근래 처했던 상황은 그렇게 좋지 않았던 게 현실. 하지만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샘은 그간의 터널을 통과해 새삼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조짐이 엿보인다.  

이를 이끌어낸 것은 새 선장 김유진 대표다. 한샘을 인수한 MM프라이빗에쿼티(PE)는 지난해 7월에 1981년생인 김 대표를 내려보냈다. 40대 초반의 젊은 여성 CEO가 큰 구조조정 없이 적자 전환으로 아수라장이 된 회사를 곧바로 다시 돌려세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샘은 작년 연결 매출 1조9669억원과 영업이익 19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불과 1년 만의 흑자 전환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이번 흑자 성공 이전부터도 IMM이 가진 김 대표에 대한 신임은 이미 크다.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공부한 그는 보스턴컨설팅그룹을 거쳐 IMM에 투신했다. 그간 할리스F&B와 미샤 문제를 풀어내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 속 적자 전환 위기 겪어...김유진 긴급 투입

한샘은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일단 불황이 닥치고 부동산 즉 건설도 위축됐다. 건물을 새로 올리지 않으니 인테리어 공급이 줄었고, 개인의 가구 교체 수요까지 줄어 극심한 경영난에 빠졌다. 결국 지난 2022년의 경우 영업적자만 217억원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02년 코스피 상장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연히 사모펀드식 운영의 상징, 어려운 회사를 살리는 방법 중 대표적인 구조조정을 대대적으로 단행할지 김 대표 부임 직후부터 추측이 무성했다. 김 대표가 언제든 ‘전가의 보도’를 휘두를 수 있다는 위기감이 회사 내부에 공감대로 확산될 정도로 업체가 처한 사정이 좋지 않았던 것.

그런데 부임 후 경영 효율화를 주 핵심전략으로 내세우긴 했지만, 김 대표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지는 않았다. 그는 고수익 비중 확대와 B2B시장 공략 등 매출보다는 이익 성장에 주안점을 둔 전략을 모색했다. 이런 기조에서 숨가쁘게 ▲ 원가율 개선 ▲ 핵심사업 초점 맞추기 ▲ 중복 상권 비효율 처리를 위한 매장 구조조정 ▲ 물류 및 원자재 관리 등 공급망 효율화 등을 이행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긴 했지만,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큰 폭 구조조정 마녀 평 없지 않지만...최대한 조직 보호하는 선한 경영자 평 대두

김 대표의 행보에 대해서 사실 평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할리스와 에이블씨엔씨(미샤)에서 대대적인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한 전력이 있다고 그의 경영 성과와 이력을 요약하는 언론이나 산업계 평가 또한 일부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한샘 김유진 대표 [사진제공=한샘]
한샘 김유진 대표 [사진제공=한샘]

일례로, 2017년부터 할리스에프앤비 대표를 맡았던 시절 행보를 보면 그의 효율화 추구와 기존 조직 및 구성원 보호 관점 평가에 힘이 실린다.

그는 할리스에프앤비를 경영하면서 무작정 가맹점을 늘려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지양했다. 대신 공간과 콘텐츠 연구에 집중했다. 이미 할리스가 갖고 있는 ‘빨간 왕관’ 로고와 자존심을 보호하면서도 변화를 주는 절충안을 택했다. 지역에 맞는 콘셉트로 기존 이미지를 지키면서도 공간에 변화를 줘 식상함을 탈피해 기존 고객을 만족시키고 새 고객을 불러들인 것.

학생들이 많이 찾는 지역엔 1인 독서실처럼 꾸미는 것을 허용했고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는 키즈존을 통해 어린이를 둔 고객을 공략했다. 인기 관광지 등에서는 한옥 콘셉트를 구사하도록 했다.

업의 본질인 ‘커피 맛’에도 집중해 기존에 빨간 왕관 가게가 가진 경쟁력을 해치긴 커녕, 오히려 이를 강화해 줬다는 평을 들었다. 경기도 파주에 ‘커피클럽 로스팅 센터’를 열어 연간 1700t 원두를 로스팅해 맛을 제고한 것이 그 징표다.

할리스, 미샤식 성공 또 이어져...제품 가격 인상 등 잡음 해소는 다음 과제 

김 대표식 개혁 덕분에 실적 개선에 성공한 할리스는 결국 성공적으로 매각됐다. 미샤의 경우엔 멀티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로 접근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나 일본 법인도 쳐내는 대신 가치를 보호, 육성하는 등 가급적 조직 자존심과 성장 동력을 최대한 보호했다는 것. 

김 대표의 이런 매직이 한샘에까지 통하면서,  앞으로의 성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다만 모든 게 잘 풀리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가격 인상이나 무리한 배당이 아니냐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 이를 모두 차례로 풀어낼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김 대표의 한샘 사령탑 장기 롱런 가능성도 여기에 맞닿아 있어, 향후 관심이 이 관전 포인트에 계속 모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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