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파티 확산에 따라 크리스마스 케이크 주문 작년比 2배 증가
홍보와 다른 실물 품질에 소비자들 분노…인기 만큼 품질 논란
SNS에서 퍼진 ‘빵칼아웃’ 운동 “기업서 고려하고 반영해야”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크리스마스 케이크. (가운데)‘화이트 트리 스페셜 케이크’는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조선호텔앤리조트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크리스마스 케이크. (가운데)‘화이트 트리 스페셜 케이크’는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조선호텔앤리조트

【투데이신문 조유빈 기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베이커리 케이크 주문 건수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여파로 홈파티를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20만원이 넘는 고가의 케이크들도 잇따라 품절 사태를 일으키는 등 관련업계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케이크 품질 논란과 일회용품의 사용 증가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 또한 불거지고 있다.

이에 기업에 대한 책임감 있는 마케팅과 품질 관리,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되는 한편, 소비자들의 소비 인식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년 대비 2~3배 주문‧매출 증가
최대 25만원짜리 케이크까지 등장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에 따르면 사전예약 서비스인 ‘파바 딜리버리’를 통해 판매된 2021년 크리스마스 케이크 주문 건수는 지난해 보다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주문 고객 중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5%로, 지난해 동기 대비 10% 이상 늘었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 역시 크리스마스 케이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출시 직후부터 11월 30일까지 2주간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J푸드빌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케이크 사전 예약률이 3배 이상 폭증했다”며 “대세로 자리 잡은 온라인 선물과 홈파티 문화가 확산되면서 크리스마스 케이크에 대한 인기가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베이커리 업체뿐만 아니라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아이스크림 전문점 배스킨라빈스까지 크리스마스 케이크 전쟁에 뛰어들었다. 소규모 베이커리나 카페에서는 이색적이고 개성 있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야말로 크리스마스 케이크 전쟁이 펼쳐진 셈이다.

(왼) 파리바게뜨 ‘블레싱 레드베리(스페셜)’, (오) 뚜레쥬르 ‘쿠키런:킹덤’ 크리스마스 케이크  ⓒ각 사 제공
(왼) 파리바게뜨 ‘블레싱 레드베리(스페셜)’, (오) 뚜레쥬르 ‘쿠키런:킹덤’ 크리스마스 케이크  ⓒ각 사 제공

여기에 유명 고급 호텔들도 합류했다.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이 한정판으로 출시한 25만원 상당의 ‘화이트 트리 스페셜 케이크’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웨스틴 조선 서울의 조선델리 일부 케이크 상품들도 품절됐으며, 롯데호텔서울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도 이미 지난달 말부터 조기 마감됐다.

특히 SNS나 각종 커뮤니티에서 5만원부터 25만원 수준에 이르는 호텔 케이크 구매 ‘인증샷’이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며 이른바 ‘호텔 케이크 품절사태’가 일어났다.

실제로 투썸플레이스가 오픈서베이와 함께 20, 3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월 28일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크리스마스에 빠져서는 안 될 음식으로 ‘케이크(69.0%)’가 가장 많은 답변을 얻었다. 이어 ‘와인/샴페인’ 42.6%, ‘스테이크’ 21.5% 순이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 구매 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78.3%로 나타났다. 반면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21.7%였다. 구매 이유에 대해서는 ‘케이크만으로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살기 때문’ 이라는 응답이 50.4%으로 가장 높았다. 케이크 구매시 우선 순위로 꼽는 것은 맛(60.6%), 디자인(22.9%), 가격(13.8%), 브랜드(2.2%) 순이었다.

오픈서베이와 함께 진행한 투썸플레이스의 2021년 크리스마스 설문조사 ⓒ투썸플레이스

청주에 거주하는 소비자 편모(25)씨는 “단순히 케이크를 사는 것이 아닌 분위기를 사는 행위라고 본다. 매번 하는 것이 아닌 특별한 날에 나를 위해 쓰는 것”이라며 “단순히 사치를 부린다는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겠지만 이 또한 하나의 문화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미래가 불투명하기에 사치도 부릴 수 있을 때 부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황모(24)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실내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호텔케이크 수요도 같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능력만 된다면 크리스마스 케이크의 가격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안양에 거주하는 이모(27)씨는 “일부 케이크 가격은 너무 비싼 것 같다”며 “20만원은 거의 한달 생활비나 마찬가지인데, 차라리 케이크를 사는 것보다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정모(27)씨는 “크리스마스 케이크 구매에서도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진다”며 “지금의 소득 수준으로는 고가 케이크는 아예 생각조차 할 수가 없어 차라리 다른 곳에 돈을 쓸 것 같다”고 말했다.

 

(위) JW 메리어트 호텔 ‘둘세 초콜릿 몽블랑’, (아래) 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화이트 시폰 트리 케이크’ 이미지와 실물 비교 사진 ⓒ구매자가 올린 리뷰 사진
(위) JW 메리어트 호텔 ‘둘세 초콜릿 몽블랑’, (아래) 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화이트 시폰 트리 케이크’ 이미지와 실물 비교 사진 ⓒ구매자가 올린 리뷰 사진

잇따른 품질 논란과 환경문제
소비인식 변화에 기업도 변해야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둘러싼 품질 논란과 환경오염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업체의 경우 홈페이지에 공개된 홍보 이미지와 실제 케이크가 완성도 면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JW 메리어트 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 실물’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게재됐다. 해당 사진은 지난 4일 한 구매자가 ‘JW메리어트 동대문’의 네이버 예약페이지 방문자 리뷰에 게재한 것이다.

해당 케이크는 6만8000원짜리 ‘둘세 초콜릿 몽블랑’으로 호텔 측의 올린 사진과 다른 모양과 색감으로 누리꾼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들은 “퀄리티 최악이다”, “사진과 너무 다르다”, “조악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JW 메리어트 동대문 관계자는 “손님들이 올려주신 사진과 코멘트에 공감하며 정말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주문량이 작년 동기간 대비 150% 정도 늘었고, 그중 해당 제품이 80% 정도로 예상 주문량보다 많다보니 미흡한 대응을 보이게 된 것 같다”고 설명하며 “현재 고객들의 피드백을 수용했으며 이번 건으로 실망하신 구매자께는 직접 파티쉐가 사과를 전했다”고 덧붙였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화이트 시폰 트리 케이크’ 역시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너무 다른 모습에 구매자들이 불만을 호소했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5만원을 주고 예약해 샀는데 동네 골목 후미진 빵집 진열장에 일주일 동안 묵혀있던 케이크보다 못하다”고 전했다. 그는 “혹시 파티쉐가 아니라 원데이클래스 수강생들이 나무를 만든 건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밀레니엄 힐튼 서울 측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실제 판매되는 케이크는 홍보 이미지와 98% 정도는 유사한 형태로 제공돼야 한다고 본다”며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는 답변이 나온다면 이는 결국 공급자의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요소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 소비자들은 문제 있는 제품에 대해 좌시하지 않는다”며 “업체는 소비자들에게 홍보를 통해 제시한 품질 수준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왼) 파리바게뜨빵칼반납 운동 포스터, (오) 수집한 빵칼과 함께 동봉된 편지 ⓒ 인스타그램 캡쳐본
(왼) 파리바게뜨빵칼반납 운동 포스터, (오) 수집한 빵칼과 함께 동봉된 편지 ⓒ 인스타그램 캡쳐본

크리스마스 케이크 판매가 늘면서 일회용 칼에 대한 경각심도 불거졌다.

케이크 구매 시 일회용 칼은 상품 안에 동봉돼 있는 경우가 많고, 선택사항이 아닌 만큼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케이크 박스부터 깔판, 촛불 등 케이크 하나를 구매하면 각종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과 환경단체는 무책임한 케이크 소비가 각종 환경오염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달부터 SNS에서는 ‘빵 칼 반납 운동’이 진행되기도 했다.

환경운동에 앞장선 누리꾼들이 지난달 13부터 28일까지 파리바게트 롤케이크 일회용칼 반납 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사용하지 않고 쌓아둔 일회용 칼들을 모아 같은 달 29일~30일인 이틀에 걸쳐 편지와 함께 파리바게뜨 고객서비스팀으로 보냈다.

환경운동 시민단체 녹색연합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기 위해서 기업들에게 직접 요구해서 생산 과정에서 덜 만들어 플라스틱 양을 줄이기 위해 제시를 해왔다”며 “소비자들의 이런 환경을 위한 소비인식이 변해가고 있는 시점에서 기업들이 이를 고려하고 반영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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