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
△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

최근 한국은행 총재와 감사원, 대우조선해양 인사를 두고 말들이 많다. 임기 말 정권의 알박기 내지는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과 임명권자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는 주장이 청와대와 당선인 주변에서 연일 쏟아져 나온다.

임기가 남아 있는 대통령이 행사하는 인사권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 그러나 나라 안팎의 경제적·지정학적 불안 요인들을 생각하면 우려가 앞선다. 새 정부가 빠르게 국정을 장악해 위기의 상황에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순리 아닐까.

특히, 현재 청와대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로 김은경 전 장관이 실형을 받았고, 이제 산업부로까지 수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번 공공부문 인사와 관련한 대응은 ‘아시타비(我是他非)’로 비춰지기 충분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당시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 공언했었다.

몇 해 전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20년 정권론을 주장할 때 ‘10년 정권설’이 깨질 것임을 짐작이나 했을까. 전쟁에서 패한 장수는 말이 없다. 무대 뒤로 사라질 뿐이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 새로운 시대의 정치는 새로운 시대적 사명을 받드는 세력이 이끌 것이다.

대통령 인수위도 인사권과 관련해 필요 이상의 예민한 대응으로 신구 권력의 대결구도를 만들 필요는 없다. 이제 총리가 지명됐고, 내각이 구성되면 온전히 새 정부의 구상대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갖춰질 것이다. 윤 당선인이 취임 전이지만 대한민국은 물밑에서 새 정권의 정책 방향에 맞춰 빠르게 재편되고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지역 간, 이념 간, 세대 간 대립을 통합의 정치로 품어내고, 미래를 위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언제나 그렇듯 새 정권의 앞길엔 수많은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최근 강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따른 안보 위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구체화되는 신냉전 체제의 도래, 미국발 긴축이 불러올 경제 위기 등이 그것이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코로나 봉쇄로 인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벼랑 끝에 매달린 상황에서 이들의 생존 문제가 사회문제로, 또 금융시스템 전반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특히 문 정부 하에서 급격하게 증가한 가계부채 문제는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뿐인가.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연일 오르고 있고,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며 스태그플레이션의 경고가 나오고 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후생(後生)이 두려운 존재라는 말도 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떠오르는 건 그만큼 현실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이제 축제는 끝났다. 정권 교체기 인사권 행사를 둘러싼 한가한 기(氣) 싸움은 위기국면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 독(毒)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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