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
△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

뉴욕증시가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리며 투자자들에게 고통의 시간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5일 뉴욕증시는 ‘검은 목요일’, 대폭락장이라 할 만큼 3대 지수 모두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다우존스 지수 3.12%, S&P500 지수 3.56%, 나스닥 지수는 4.99% 떨어지며 급락장을 연출했다. 특히 나스닥 지수는 장중 6% 하락하기도 하는 등 공포 속에 이날 거래를 마쳤다. 전일 파월 의장의 자이언트 스텝(75bp 인상)은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발언에 반색하며 급등했던 증시가 하루 만에 거꾸러진 것은 그만큼 경기후퇴(Recession)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파월 의장이 경기후퇴 우려와 관련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높고, 경기 하강 가능성은 낮다”고 발언했지만, 물가도 잡고 성장률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모순일 수밖에 없다. 시장의 충격을 고려한 립서비스(lip service) 정도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다른 말은 ‘돈 가치의 하락’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폭증한 화폐공급에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급격한 유동성 확대로 화폐가치는 크게 훼손된 상태다. 훼손의 정도가 큰 만큼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 역시 거칠고 신속할 것이다. 뉴욕 시장이 하루 만에 급등락 한 것은 막연한 기대감이 리스크 관리에 전혀 도움이 될 수 없다는 현실인식에서 비롯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금의 인플레이션 문제를 단순히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데 있다. 성장률이 상처를 입더라도 일정기간 고통스런 긴축의 시간을 소화하면 정상화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식량 위기,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으로부터의 공급망 교란 사태 등은 당장 해결이 불가능하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도 채권과 주식,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지난 2013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신흥국 금융시장의 혼란 ‘긴축발작’이 오버랩 된다. 연일 치솟는 물가로 민생경제가 고통을 겪고 있는 지금 금융시장의 혼란은 국민들의 삶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2013년 당시 FED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는 2008년 금융위기이후 계속된 양적완화의 중단을 시사했고, 이는 신흥국들의 증시 및 통화가치의 급락을 불러왔다. 미국의 시장 정상화 의지에 따라 신흥국의 각종 자산시장에서 달러가 빠져나와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통화 팽창에서 긴축으로 전환하게 되면 달러 가치는 오르는 게 당연하고, 신흥국의 투자 매력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금융위기부터 코로나 팬데믹까지. 양적완화나 테이퍼링,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축소) 등 이제는 익숙해진 용어지만, 이는 모두 금융시장이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의미다. 정상이 아닌 금융 환경에서 리스크 관리는 최우선이 돼야 한다.

이제 각종 자산시장의 거품이 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리나라도 금융시장은 물론, 부동산 시장과 코인 등 비정상적인 유동성으로 키워진 버블이 심각한 수준이다. 너도나도 저금리의 달콤한 유혹에 레버리지를 일으켰고, 이를 다시 자산 시장에 투자해 손쉬운 수익을 올렸지만 호시절은 지나갔다.

금융시장의 탐욕으로 빚어진 위기가 코로나 팬데믹을 만나기까지 회색코뿔소는 여러 차례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전 세계는 이를 외면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던가. 경험해보지 못한 거품 붕괴의 폭탄은 뒤늦은 막차를 타고 자산시장에 올라탄 서민들에게 절망일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리스크 관리 계획을 세우고, 곧바로 행동에 옮겨야 한다. 공포가 극에 달하는 순간이 매수타이밍이라는 어설픈 말장난에 현혹돼선 안된다. 지금 위기는 진짜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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