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br>
△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

민주당의 폭주로 국민적 저항에 직면했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적 박탈)’ 법안이 여야의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 수용으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정치권력에 대한 견제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에도 여야가 야합으로 비춰질 이번 합의를 밀어붙인 것은 정치인들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자극하는 ‘제 발등 찍기’가 될 공산이 크다.

이번 여야 합의에 즈음해 지난 2016년 9월말 시행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돤한 법률)’이 다시 소환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직업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임계점에 이르렀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란법은 2015년 3월27일 제정된 법안이다. 2012년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공직사회 기강 확립을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크게 금품 수수 금지, 부정청탁 금지, 외부강의 수수료 제한 등의 세 가지 축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당초 공직자의 부정한 금품 수수를 막겠다는 취지의 법안이 입법 과정에서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히, 당초 법안의 원안에는 있지도 않았던 ‘제3자의 고충 및 민원전달 행위’를 예외로 인정한 것을 두고는 국회의원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높았다.

이번 검수완박 법안도 정치인의 이해상충 문제와 직결되는 터라 입법과정에서 무수한 비판과 비난이 쏟아졌다. 최근 법사위 소속 모 의원이 폭로한 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이런 정치인들에게 표를 주고 나라의 미래를 맡겼다는 자괴감으로 분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정권을 쟁취했다는 오만함에 이제 스스로의 안위를 챙겨보겠다는 국민의힘의 태도는 앞으로의 5년을 더욱 암울하게 만든다.

이번에 합의된 중재안은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의 기존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수사권 가운데 부패수사권과 경제수사권만 한시적으로 존치하고 나머지는 삭제한 것이 핵심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을 설립해 부패와 경제 수사권도 모두 이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결국 검찰이 공직자·선거 범죄를 수사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인데, 이는 누가 보아도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법체계를 유린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눈엣가시와 같았던 검찰의 공직자·선거 범죄 수사권을 박탈하는데 여야 정치인이 모두 한통속이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 것이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모든 국민을 잠시 속일 수 있고, 일부 국민을 늘 속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을 늘 속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높은 정치의식에 비춰볼 때, 이번 검수완박 입법에 야합한 정치인들은 스스로 정치생명을 단축시키는 악수를 선택한 것이다. 작고한 삼성 이건희 회장이 지난 1995년 베이징 특파원 간담회에서 “기업은 2류, 관료조직은 3류, 정치는 4류”라 목소리를 높인지 4반세기가 훌쩍 지났건만 우리나라 정치 현실은 진보의 한 걸음이 너무도 무겁다.

윤 당선인도 정치권에서 고민하고 중지를 모아달라는 애매한 태도로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최근 불거진 내각 지명자들의 인사 논란에 지지율이 40% 초반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국민 3분의 2가 반대하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뷰캐넌 교수는 정치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한 그의 ‘공공 선택 이론’에서 ‘이기적 개인 대 공공의 정부‘는 환상이라고 말한다. 사회적 정의와 복지를 부르짖는 공무원과 정치인들을 이타적인 부류로 생각해선 안된다는 얘기다.

결국 몰염치한 정치인들을 심판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선거다.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2024년 4월이다. 가까이는 오는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다. 플라톤이 그의 저서 ‘국가’에서 말했듯 “정치를 외면한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자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임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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