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당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조사 합의
친윤계, 합의 소식 들리자 주호영 공격에 나서

꿋꿋하게 추진한 주호영, 친윤계 영향력 예전 같지 않아
내년 전당대회에서 비윤계 당 대표 나올 가능성도 높아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합의를 하면서 당내에서는 주 원내대표 리더십의 위기인지 윤핵관 영향력의 감소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국정조사 합의 직후 친윤계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지만 주 원내대표는 기차는 지나가도 개는 짖는다는 심정으로 국조를 밀고 나가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친윤계는 하루라도 빨리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조 수용두고 설왕설래

의외였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수용할 뜻이 없어 보였던 국민의힘이 갑작스럽게 국조를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 이유를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온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초선 의원들이나 재선 의원들 모두 국정조사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기류가 바뀌게 된 것은 지난 21일 비공개로 유가족들을 만나고 나서이다.  이때 유가족들이 국정조사를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지난 22일 유가족들이 공식적으로 기자회견을 열면서 그야말로 여론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4일~16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7일 발표한 11월 3주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태원 국정조사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문항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 소재 규명을 위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는 의견이 55%,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을 동시에 국정조사 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본다’는 의견이 41%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13.2%,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여론 역시 절반 이상이 국조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외면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게다가 소수여당이라는 현실론도 작용했다. 더불어민주당이 169석이다. 여기에 기본소득당과 정의당 역시 국조를 요구하면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고,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현실적으로 본회의 통과를 저지할 방안이 국민의힘에게는 없다. 국조를 실시하는 것이 어쩔 수 없다면 차라리 국조에 들어가서 방어를 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만약 계속해서 국조를 거부할 경우 야3당은 국민의힘을 제외한 채 국조를 실시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그렇게 되면 국조의 결과는 야당에게 유리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국조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낫겠다고 판단했고, 이에 국조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새해 예산안 처리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거대 의석으로 예산안 심사를 밀어붙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예산안은 삭감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후보 당시 내걸었던 각종 공약에 대한 예산을 증액했다. 이대로 가면 윤석열 정부 예산안이 아니라 이재명표 예산안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법정시한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 12월 2일을 넘기면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올라간다. 하지만 169석의 거대 의석으로 부결시킬 것으로 예측되면서 이에 준예산 이야기도 나온다. 12월 31일까지 합의를 하지 않으면 1월 1일부터 준예산이 편성된다.

결국 올해 예산안을 그대로 편성한다는 것이다. 올해 예산안은 지난해 연말에 합의한 예산안이기 때문에 문재인표 예산안이다. 즉, 국민의힘으로서는 엄청난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예산안 처리를 위해서 국조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유가 나온다.

친윤계의 불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주 원내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라 나온다. 지난 2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 채택에 반대 31표, 기권 21표가 나왔다.

특히 장제원, 윤한홍, 박성중, 이용 등 친윤계 핵심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다. 또 다른 친윤계 핵심인 권성동 의원은 본회의에 불참했다. 양당 원내대표가 작성한 합의문에 의해 만들어진 계획서가 채택이 되는 과정 속에서 반대와 기권표가 30표 이상 나왔다는 것은 당내 불만이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친윤계는 애초부터 국조 실시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합의문을 받아본 순간 주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에게 모든 것을 양보했다는 지적이 친윤계로부터 나온다.

무엇보다 국정조사 대상에 대검찰청이 포함된 것에 대한 불만이 뜨겁다. 주 원내대표가 처음부터 국정조사에 대해 민주당에게 양보할 자세를 갖고 협상에 임했기 때문에 민주당에게 유리한 국조가 됐다면서 윤석열 정부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 맞느냐는 불만이 제기됐다.

대통령실에서는 국조 불가를 언급했지만 주 원내대표가 워낙 강경하게 밀고 나가면서 어쩔 수 없이 “주 원내대표 뜻에 맡기겠다”는 취지의 답이 나오게 됐다면서 자기 정치를 위해 윤석열 정부를 버렸다는 격앙된 목소리도 있었다.

대통령실은 국정조사 합의문에 있는 조사대상에 대통령실 국정상황실과 대검찰청이 포함된 것을 보고 시쳇말로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기자들에게 “대통령실이 많이 빠진 게 뭐가 있느냐”며 “경호실 하나 빠졌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정부와 잘 소통하고 있다. 미주알고주알 물으려고 하지 말라”면서 대통령실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답변을 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쓸데없이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표가 많이 나온 것에 대해 현 시기에 국정조사를 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소신을 가진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진 것뿐이라면서 국조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정진석 비대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br>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정진석 비대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전당대회 거론

하지만 주 원내대표에 대한 친윤계의 불만이 뜨겁다. 그러나 원내대표의 임기가 보장돼 있기 때문에 끌어내릴 수 없어 당 대표를 새로 선출하는 방식으로 주 원내대표를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특히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주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하면서 주 원내대표가 국조 추진에 탄력을 보였다는 점에서 친윤계 당 대표를 앉혀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기원할 수 있게 된다는 입장이다. 정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가 찰떡궁합으로 움직이게 된다면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당이 아니라 야당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당초 전당대회 시기는 당무감사 일정을 고려해 내년 5월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와 사실상 하나로 가고 있는 원내대표단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대통령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친윤계는 점차 전당대회를 빨리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더 이상 당을 정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에게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당무감사를 놓고도 신경전이 상당하다. 비대위가 당무감사를 한다는 것 자체는 결국 비대위 성향의 당협위원장을 앉히겠다는 것이고, 이는 정진석 위원장이 자기 정치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친윤계 당 대표가 만들어지고, 친윤계 당 대표가 추진하는 당무감사를 통해 당협위원장 교체 등이 이뤄져야 당이 진정으로 친윤계 당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그것을 속으로 감추고 있었지만 국조 합의를 계기로 점차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결국 친윤계 영향력이 당내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왜냐하면 친윤계의 주호영 흔들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운영위원장인 주 원내대표가 ‘웃기고 있네’ 필담을 나눈 김은혜 홍소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퇴장시키자, 장제원·이용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이때도 친윤계는 하루라도 빨리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는 국조 수용이라는 카드를 사용했다. 그것은 친윤계가 목소리만 있을 뿐이지 실제로는 당내 영향력이 크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친윤계가 계속해서 주 원내대표 흔들기를 하고 있지만 주 원내대표가 꿋꿋하게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은 친윤계가 그만큼 당내 영향력이 약화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권성동 원내대표 시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여야 합의를 이뤄낸 직후 친윤계의 반발로 번복을 한 사례가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 원내대표가 국조 합의를 이뤄냈고, 친윤계가 반발했지만 그것은 반발에만 그쳤을 뿐 번복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것은 친윤계의 영향력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친윤에 의한 주 원내대표 흔들기도 있지만 거꾸로 친윤들의 주장이 관철이 안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국정조사를 계기로 친윤계는 당을 장악하고, 대통령이 친윤을 통해 당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던 것이 이뤄지지 않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과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에 머물게 되면서 당내에서도 윤 대통령의 영향력이 좁혀지면서 자연스럽게 친윤계의 영향력도 줄어든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내년 전당대회에서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는 아무도 예단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친윤계는 당연히 당권을 자신들이 장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겠지만 비윤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특히 최근 들어 태극기 부대의 당원 가입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이준석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 계속해서 당원 가입을 독려했다. 즉, 당내 친윤계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당대회에서 당원 투표 비중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그것이 친윤계에게는 절대로 유리하지 않는 구도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내일 당장 전당대회를 치른다고 해서 친윤계가 당권을 장악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비윤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비윤계가 당권을 장악한다는 것은 당대(국민의힘-대통령실) 관계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이는 2024년 총선과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결국 핵심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24년 총선 직전까지 반등시켜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 지역 총선 출마자 입장에서는 비윤계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영남 지역 총선 후보자들은 국민의힘 깃발만 획득해도 여의도로 직행할 수 있지만 수도권 출마자들은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도권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반윤’ 세력이 형성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지지율이 관건

따라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큰 관건이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에 머물게 된 것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태원 참사, 김건희 여사 해외 순방 논란, MBC 사태 등이 겹쳐있다. 윤 대통령 관련 언론보도들은 부정적인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지지율 반등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그런 기사들이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역대 다른 대통령들은 지지율 하락에는 하나의 요인이 작용했다. 따라서 그 요인을 해소하면 지지율 반등이 일어났지만 윤 대통령은 하나의 요인을 해소한다고 해서 지지율 반등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에 지지율 반등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런 이유로 대통령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지율 반등을 위해 부단히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의힘을 움직이는 것도 심기경호 차원에서 할 것이 아니라 당대관계를 어떤 식으로 확립할 것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하고 그에 대한 대답을 하는 편이 낫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쨌든 최근 들어 친윤계의 당 장악력이 상당히 빠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것은 내년 전당대회와 총선을 거치면서 친윤계가 자칫하면 폐족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친윤계가 이 시그널을 제대로 간파해야 한다는 충고가 나온다. 그러지 않으면 2024년 총선 공천에서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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