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서울 중구 신당역 2호선 화장실 앞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 희생자 추모 장소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지난 9월 서울 중구 신당역 2호선 화장실 앞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 희생자 추모 장소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100일이 된 가운데 아직 직장 내에서 이뤄지는 젠더폭력이 남아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 9월 14일 발생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을 계기로 설립한 직장 젠더폭력 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신고 현황을 23일 공개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센터에는 지난 9월 20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석 달간 총 25건의 젠더폭력 관련 제보가 접수됐다.

접수된 제보 가운데 젠더폭력 유형으로 강압적 구애가 8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성추행 등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이 6건, 지나치게 외모에 간섭하는 외모 통제 5건, 악의적 추문 3건 등이 뒤를 이었다.

[사진제공=직장갑질119]
[사진제공=직장갑질119]

10월 신고한 제보자 A씨는 “입사 후 업무를 배우는 과정에서 사장이 일을 알려준다는 핑계로 제 허벅지 위에 고의적으로 손을 올렸다”며 “입사 초기라 참고 넘어갔으나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이 심해져 문제제기를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장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변명했고, 공개적인 사과요구도 거절했다”며 “나중에는 ‘차라리 벌금을 내고 말지’라며 사괴를 회피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달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한다고 밝힌 제보자 B씨는 “상급자가 단둘이 저녁을 먹자고 여러 차례 요구해 어쩔 수 없이 회식을 했다”며 “식사 후 귀가하는 차 안에서 상급자가 강제로 손을 잡거나 모텔에 가자고 서슴없이 말하더니 강제로 끌어안고 볼에 키스를 했다”고 호소했다.

직장갑질119는 “젠더 폭력은 일터의 약자인 여성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집중됐다”며 “현재 일터에서 발생하고 있는 젠더 폭력은 성적인 농담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가해자는 우위성을 바탕으로 피해자에게 젠더폭력을 행하고, 더 나아가 피해자의 외모나 행실을 교묘하게 통제하는 가스라이팅 행위까지 자행한다고 직장갑질119는 꼬집었다.

또한 젠더폭력으로 인해 피해자가 근로 사업장에 신고를 해도 시정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보 25건 중 근로 사업장에 피해를 신고한 뒤 시정 조치를 요청한 경우는 11건이었다. 이 중 7건은 피해자가 신고를 했음에도 불리한 처우를 당했다고 답변했다. 나머지 4건도 사측이 신고를 받았음에도 어떠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을 과거 30명 규모 사업장에서 근무했다고 소개한 제보자 C씨는 “직장 동료가 엉덩이를 만지고 성추행한 사실을 회사에 알리고 경찰에도 신고했지만, 사측에서는 오히려 피해자인 자신에게 사직서를 쓰라고 한 뒤 해고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에 직장갑질119는 △노동자 보호 의무가 있는 사용자와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개입 △사업장 내 조직문화 정기 점검 △성희롱 예방교육 등 법정의무교육 이수 △젠더폭력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가해자 전주환은 지난 9월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오후 역 내 여자화장실에서 자신이 스토킹 하던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 여직원을 살해했다. 전씨는 지난달 22일 열린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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