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인력 감원 조치…경기 침체에 채용 축소도
전문가 “기업 구조조정 확산…정부서도 준비 필요”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 희망자들이 구인게시판을 살피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 희망자들이 구인게시판을 살피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조유빈 기자】 글로벌 경제 침체 여파로 최근 국내 주요 유통업계가 연초부터 인력 감축을 단행하고 있다. 이에 역대급 ‘고용 한파’가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관련 기업들 중 상당수가 대규모 희망퇴직을 받는 등 긴축 경영에 나서고 있다.

먼저 롯데면세점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이번 희망퇴직으로 20여 명의 직원들이 지난달 25일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 측이 제시한 보상 조건에는 25개월치 통상 임금, 직책 수당, 일시금 2000만원, 학자금 최대 2000만원 지원 등이 포함됐다. 대상자는 160여명 정도다. 

롯데면세점은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된 배경으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유행 등으로 인한 관광객 감소, 그리고 현 경제 상황의 악화를 꼽았다.

이와 관련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사드 사태와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관광객 감소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또 글로벌 경제침체 등 악재가 겹치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 불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펼쳐왔던 국내 다점포 전략에 대한 수정도 불가피하다”며 “또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로 인력 구성이 변화되면서 조직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희망퇴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요 부진의 여파로 롯데하이마트에서도 인력 감원에 나섰다. 이는 지난 2020년 3월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롯데하이마트 측은 10년 차 이상 또는 만 5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퇴직 직원에게는 최대 24개월 치 월급과 함께 재취업 지원금 12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롯데하이마트의 희망퇴직은 실적 부진 거듭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롯데하이마트는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는 등 사업 재편을 추진해왔으며 매장 수는 ▲2019년 466개 ▲2020년 448개 ▲2021년 427개 ▲2022년 407개 등 매년 감소세를 이어왔다.

주류 업계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9월 10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인력 감원에 들어갔다. 근무 기간이 10년 이상 15년 미만인 재직자에겐 24개월, 15년 이상 근무한 재직자에겐 34개월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하이트진로도 지난해 11월 조직 재정비를 이유로 지난 2020년 이후 3년 만에 근속연수 15년 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밖에도 푸르밀에서도 지난해 11월 사업 종료를 철회하는 대신 약 50% 직원을 구조조정할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30%가량인 130여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이처럼 지난해 말부터 기업들의 인력 구조조정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같은 인력 감원에 채용 축소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고용 한파는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사람인 HR연구소가 최근 기업 39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6.7% 기업이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축소 및 중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채용을 축소 및 중단한다는 응답은 대기업(47.8%)이 중견기업(40.6%)과 중소기업(32.8%) 보다 더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 김용춘 팀장은 “유통뿐만 아니라 금융·건설 등과 관련된 시장 자체가 위축된 가운데, 기업들도 매출이 줄어든 만큼 인력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며 “이 같은 불황은 단기간 만에 나아질 수 없을 것으로 보이며, 경기 침체 분위기 또한 길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업에서도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이 확산됐다”며 “이에 올해에는 작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역대급 고용 한파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제한적인 상황에서 정부에서도 여러 지원책들을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며 “특히 ‘일자리 절벽’(구직자가 취업하기 어려운 현상을 비유한 말)을 건널 수 있게 정부 차원에서 출렁다리라도 갖춰야 할 것”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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