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 ⓒ투데이신문
신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정부 및 국회의 게임 패싱, P2E(플레이 투 언) 및 메타버스의 하강세,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시도, 확률형 아이템 규제 등 올해 게임산업 관련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업계 혁신을 위해 세대교체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게임학회는 11일 서울 서초구 토즈 강남컨퍼런스센터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은 대형 게임사의 리더십을 비롯, 산업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산업 정책 평가 ▲P2E 게임 향후 전망 및 정부 정책 ▲최근 통계청장 발언 등 향후 게임질병코드 우려와 대응방안 ▲메타버스 산업 전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 김윤덕 의원 발언 분석과 확률형 아이템 법안 문제 등을 주제로 진행됐다. 

먼저 위 학회장은 박보균 장관 취임 이래 문체부 게임 정책에 대해 ‘너무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앞서 학회 차원에서 게임 패싱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으며, 특히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110개 중 게임이 제외되고 문체부 업무보고에서도 빠졌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문체부는 게임에 대한 정책을 끼워넣기 식으로 넣은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박 장관의 신년 첫 업무보고에서도 ‘K-콘텐츠’만 언급될 뿐 게임은 여전히 제외돼 있었다며 게임에 대한 현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다년도 제작지원 사업과 콘솔 등 전략 플랫폼 육성이라는 문구 정도만 언급됐을 뿐, 구체적인 예산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계 4위의 강국이자 수출액 86억7000만달러 등 콘텐츠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산업임에도, 게임에 대한 홀대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위 학회장은 게임을 다른 콘텐츠와 분리해서 보는게 맞다는 견해를 밝혔다. 게임의 비중이 너무 크고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한류를 이끈 선봉장 산업이었고, 음악이나 드라마 이전에 K-게임이 전세계를 휩쓸었지만, 불행하게도 정부 관계자들은 이를 모른다는 비판이다. 그는 게임과 K-콘텐츠로 분류하는 것은 가능하나, 게임을 K-콘텐츠에 두루뭉술하게 넣는 것은 반대한다고 전했다.

위 학회장은 지난 2019년 문체부 게임정책 평가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투데이신문
위 학회장은 지난 2019년 문체부 게임정책 평가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투데이신문

특히 그는 문재인 정부의 게임 정책에 대해 100점 만점에 44.4점을 부여한 지난 2019년 연구결과를 언급하며, 정당이나 정권 등에 관계없이 게임산업에 우호적인가를 본다고 말했다. 이어 2주 뒤까지 게임산업 진흥에 필요한 정책과 예산 등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발표해 달라고 문체부에 요청했으며, 만약 이를 내놓지 않을 시 2019년과 같은 평가가 진행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어떻게 이런 것을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박 장관이 게임을 혐오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P2E에 대해 그는 왜 아직도 게임산업의 미래로 언급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 소멸 시점에 접어든 상태이며, 게임산업의 미래였던 적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져야 하며 완전한 프리 투 플레이(무료) 게임이어야 하고, 청소년의 진입을 막아야 하고, 코인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강조했지만, 어느 업체도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밌는 점은 P2E에 대해 문체부와 학회의 의견이 일치한다는 것으로, 과거 바다이야기 사건 당시 문체부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진행됐던 악몽이 있었다는 점에서다. 또한 P2E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국가로 한국과 중국만이 아닌 베트남도 있으며, 위믹스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유통과 신뢰‘라는 이코노미의 핵심을 게임사들이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메타버스 역시 급격한 하강기에 진입했으며, 구글 트렌드 기준으로 고점 대비 25% 수준에 불과한 상태다. 다만 메타버스의 요소들을 잘 정의하고 보석같은 기업들을 찾아야 하며, 특히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등 기본적인 구성 요소들과 ’제페토‘ 같은 커뮤니티 기반 콘텐츠를 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P2E와 메타버스 등은 하향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위 학회장의 분석이다. ⓒ투데이신문
이미 P2E와 메타버스 등은 하향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위 학회장의 분석이다. ⓒ투데이신문

또한 메타버스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규제 측면에서 게임과 분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은 게임법을 통해 규제하고, 메타버스는 별도의 자율규제로 흘러가야 한다는 것이다. 수익모델 구축에 실패했기 때문에 굳이 게임으로 규제하지 않아도 생존을 위해 스스로 규제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소한 채팅 로그조차도 허용하지 않는 ’로블록스‘의 엄격한 청소년 보호와 자율규제를 예시로 들었다.

최근 “WHO 결정이 번복되지 않는 한 게임이용장애를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통계청 관계자의 발언에 대해 그는 성균관대 이승민 교수의 반론을 근거로 제시했다. 통계법 22조는 강제조항이 아니며, 통계청에서 법을 멋대로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통계청은 중립적인 자세였으나 현재는 입장이 바뀌었다며, 정부에 “’게임을 병으로 보는 기존의 왜곡된 시선을 바꿔야 한다‘던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위 학회장은 ”학회와 문체부의 비밀 세미나에서 게임법 개정 작업이 시작됐으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도 최초에는 자율규제를 주장했지만 업계가 이를 지키지 않아 파탄에 이르렀다“고 책임을 산업계에 돌렸다. 이후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흔들려는 시도들이 지속돼 왔는데, 산업계 요구가 그대로 포함된 국민의힘 이용 의원의 ’물타기‘ 전부개정안이 나왔으나, 게이머들의 저항이 심해 저지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징역 2년 이하의 처벌 조항이 붙어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달 국회 문체위 법안소위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이 게임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발언을 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의원은 게임산업에 대한 피해와 규제에 대한 신중론, 해외 게임사에 대한 역차별을 근거로 발언했다가 다음 법안소위 때는 반대하지 않겠다며 발을 뺐다. 이에 대해 학회 측은 행정부 및 여야가 일치단결해 통과시키고자 하는 법안이라 다음 소위 때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특별법이나 민법의 영역으로 입법될 시 고발이나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기에 진흥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원만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음 문체위 법안소위는 1월 30일 오후 2시 1소위가 열리며, 다음날 오후 2시에는 전체회의가 열린다. 이에 위 학회장은 “게임이 얼마나 중요한 문화인지 모르는 분들이 국회에 계속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김 의원이 책임지고 게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최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과 관련된 통계청 관계자의 발언에 대해 위 학회장은 통계청이 법을 멋대로 해석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투데이신문
최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과 관련된 통계청 관계자의 발언에 대해 위 학회장은 통계청이 법을 멋대로 해석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투데이신문

향후 정부와 국회가 주목해야 할 어젠다로 그는 ‘세대교체’를 들었다. 현재 국내 게임산업은 1990년대 중반 일본 콘솔게임 업계처럼 보수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시적으로는 대형 게임사들을 창업한 1세대 경영진들이 물러나고, 새로운 전문경영인과 개발 리더들이 그 자리를 메꿔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보다 큰 관점에서는 대형 게임사들을 위협할 새로운 경쟁자들이 생겨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위 학회장은 “1세대 창업주들의 역량이 고갈된 상태에서 다음 키워드는 세대교체로, 새로운 전문경영인과 개발자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할 것”이라며 “위협을 받지 않으면 혁신하지 않는 것이 기업으로, 그런 점에서 끊임없이 경쟁자들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새로운 물을 콸콸 부어주며 생태계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 ⓒ투데이신문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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