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관굉위원회 이상헌 의원 [사진 제공=뉴시스]
국회 문화체육관굉위원회 이상헌 의원 [사진 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지난 2019년 국제질병분류(ICD) 11차 개정판에 게임이용장애가 등재되며 논란이 일었던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를 수용할지를 놓고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대립 중이다. 관련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의원은 이를 저지하기 위한 취지의 통계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 27일 한국형 표준분류를 마련하기 위한 통계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금까지 통계청은 한국형 표준질병분류(KCD) 작성에 있어 국제 분류기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현행법상 유엔·세계보건총회 등에서 산업·질병·사인 등과 관련한 국제표준분류를 발표하는 경우 이를 기준으로 한국형 표준분류를 작성하도록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례에 따르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가 포함된 ICD-11도 향후 한국형 표준질병분류에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이용장애가 정신질환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관련해 지난 2019년 결성된 민간협의체에서 도입 여부를 논의 중이며, 연내 후속 연구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보건총회는 각 회원국이 국제질병분류를 가능하면 따르도록 권고하고 있을 뿐이며, 현행법이 이를 반드시 따르도록 강제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또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시 게임산업 규모 및 매출액이 감소하는 등 국내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도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 등 10인이 발의한 이번 개정안에서는 한국형 표준분류 작성 시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참고하도록 하되, 전문가·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반영 여부 등을 결정하도록 했다.

이 의원은 “지난 게임법 개정으로 ‘게임중독’이라는 표현이 삭제됐으며, 국내 여론도 점차 신중론이 우세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국내 여건에 맞는 분류체계가 필요하다”며 “국내 게임산업 통계에 대한 심층 분석과 전반적인 실태 등을 고려해 국제표준분류 반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이번 입법 시도의 배경으로는 통계청의 태도가 거론된다. 지난해 12월 국민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한 통계청 관계자는 민관협의체 회의에서 WHO의 결정이 번복되지 않는 한 게임이용장애를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해당 보도에는 국제 분류 기준의 특정 내용을 제외하고 국내에 도입하는 것은 통계법 제22조 위반이며, 오히려 확장을 했으면 했지 일부를 제하고 들여온 바 없다는 언급도 나왔다. 

당시 통계청은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여부는 결정된 바 없으며, 민관협의체 결정을 토대로 국가통계위원회 심의를 통해 최종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민관협의체의 결정을 통계청 독단으로 무력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그간 중립을 지켜왔던 통계청이 게임이용장애 도입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중앙대 학장)은 지난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통계청은 중립적인 자세였으나 현재는 입장을 바꿔 적으로 돌아섰다”며 “‘게임을 병으로 보는 기존의 왜곡된 시선을 바꿔야 한다’던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에 대해 위 학회장은 “그동안 ICD 도입 등을 통계청 독단으로 진행해 왔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회적 합의 없이 이 같은 시도를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통계청을 제어할 수 있는 법안이라는 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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