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

윤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에 도착해 본격적인 국빈 방문 일정에 돌입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는 미국 측의 설명으로는 ‘확장억제’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도를 더해가는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해 양국이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는 얘기다.

북핵 문제는 한반도의 안보상황에 분명 상당한 리스크 요인이다. 미국 스스로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이상, 이제 남은 건 핵우산 강화든 전술핵 배치든 양국 간 신속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본토에 대한 안위를 양국 간 공유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해야 한다.

한반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정학적인 요인으로 열강들의 힘의 논리가 미묘하게 작용하며, 균형을 잡아왔던 지역이다. 현재도 G2 패권국인 미국과 중국의 세력균형점에 위치해 있어, 지정학적 요충지인 것이다. 전통적으로 북한의 핵 위협에 적절한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러시아도 우리나라와 정치·경제적으로 멀지 않다.

한편, 국민들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논의와 함께 추락하는 경제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적절한 성과물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우리 산업 전반의 악영향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 적절한 수단을 통해 실리를 챙겨주길 바랐다.

그러나 이 모든 기대와 희망은 방미 전 대통령의 연이은 외신기자 인터뷰를 통해 산산조각이 났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가능성과 양안 문제에 대한 발언은 연일 양국의 반발을 불러오며 오히려 북핵문제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협력자는 아니더라도 경우에 따라 적절한 지렛대의 역할을 해줘야 할 중국과 러시아를 일순간에 적대국으로 돌려버린 것이다.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자원대국인 러시아의 경제적 보복은 이제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적절한 선에서 명분을 지키며 실리를 취해야 할 외교 전략은 보이지 않고, 친미·친일의 밀착·편중 외교만 남은 현재의 상황을 정부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예견되는 악영향에 대해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이번 대통령의 방미에 국민적 관심이 쏠린 배경이다.

국제정세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안갯속이다. 오늘의 동맹국이 내일의 적대국이 될 수 있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다. 사우디와 독일이, 프랑스가 러시아와 중국에 어떤 외교 전략을 취하고 있는지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가 유효할지, 혹은 미국이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은 없는지. 러시아와 미국이, 중국과 미국이 극적인 소통으로 화해의 무드를 만들지. 이 모두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가능성들이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국가의 외교 전략은 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에 따른 시나리오가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외교는 국민적인 공감대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친미·친일의 한방향 외교에 올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그리는 미래비전에 대한 구체적 윤곽이 설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과 미국에 대한 ‘퍼주기’식 구애에 국민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3주 연속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하락한데에는 외교안보 이슈의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정책은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이 확장억제에서 양국 기업들 간 투자유치 정도의 성과로 그친다면 앞으로 국정동력은 급격히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방미 전 불거진 대러, 대중 관계 악화, 그리고 대일 외교에 대한 비판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연이어 터져 나오는 학계와 시민단체, 종교계 등의 시국선언은 문제의 심각성을 짐작케 하기 충분하다.

특히, 여당 지도부의 잇따른 실언 논란 및 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맞물려 내년 총선을 앞둔 제3지대 정계개편론까지 대두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국내 정치는 격변의 풍랑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실제, 무당층이 40%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여야의 정치혁신이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제3 정당의 출현 가능성은 더욱 현실화할 것이다.

3년간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오는 7월이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정리과정에서 정상화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하반기 국내 정치는 내년 총선을 치르기 위한 이전투구의 정계개편이 기다리고 있다는 현실에 국민들은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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