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 주가조작 말려든 유명인들...연예인에 기업 전 회장 등도
피해자 호소에도 통정매매 알았는지 여부 따라 공범 전환 지적도
주식 잘 모른다며 거액 투자...폭락 직전 대량 매매로 ‘타이밍 의혹’
라덕연과 손잡고 바이오 회사 경영권 겨냥 사례도
투자자단체, 엄정 수사 요구...관계사에선 사실 무근 반발

주가 하락 사태와 관련, 오너 일가가 사전에 이를 알았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라덕연 대표 개인 일탈이 아니라 기업 오너들이 개입된 보다 큰 비리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진실공방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사진제공=뉴시스]
주가 하락 사태와 관련, 오너 일가가 사전에 이를 알았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라덕연 대표 개인 일탈이 아니라 기업 오너들이 개입된 보다 큰 비리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진실공방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SG증권발 주가 폭락사태가 H투자자문사 라덕연 대표와 관련 기업 간의 공방전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오너 일가의 이익 실현과 주가 조작 의혹으로 번지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라 대표와 관련된 또다른 투자에 재벌 집안 관계자가 거론되는 등 재계 인사들의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연이은 하한가 사태는 처음에는 반대매매(융자 상환을 위한 강제 매각)에 따른 시세 급락이라는 해석이 유력했다. 하지만 통정거래와 대리투자 등 주가조작 정황이 부각되면서 관계자들이 단순 피해자인지 공범 성격이 있는지에 대한 조사 확대가 불가피하다. 라 대표 측은 유통주식 수가 적고 수급 영향만으로 주가를 띄울 수 있는 종목을 공략했다. 계속 추가 투자금을 모아 기존 투자자들의 주식을 비싸게 사면서 통정거래를 하던 중 문제가 터졌다는 것이다.

가수 임창정·박혜경씨 등과 아난티그룹 이중명 전 회장 등이 이번 사태에 투자한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모두 ‘피해자’임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시세조종 범행을 사전에 인지하고 묵인 또는 방조했다면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로도 분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본시장법이 ‘자기가 매도·매수하는 것과 같은 시기에 그와 같은 가격 또는 약정 수치로 타인이 그 증권 등을 매수·매도할 것을 사전에 그 자와 서로 짠 후 매도하는 행위’ 즉 통정거래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난티그룹은 지난달 28일 이민규 대표 명의로 입장문을 내놨다. 이 전 회장이 주가조작 세력에 투자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중명 전 회장의 개인적인 이슈”라면서, 이 전 회장은 2015년 사내이사 사임 이후 아난티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 전 회장이 주식에 대해 잘 모른다며, “부친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모았던 자산을 모두 잃고 두문불출하며 울고 계시다”라고 호소했다.

다만, 라 회장은 이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법인 ‘해성학원’의 이사로 등재돼 있다.

한편 라 대표는 자신도 손해를 입었다면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리투자를 한 사실에 대해선 인정했지만, 통정거래 등 시세조종 즉 주가조작 의혹은 전면 부인하고 있다.

오히려 그는 주가 폭락의 배후로 다른 곳을 겨냥하면서 공방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다우키움그룹과 서울도시가스 등을 지목하고 나선 것.

라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현재 일련의 주가 하락으로 인해 이득을 본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라 대표는 지난달 27일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키움증권발 반대매매가 나오기 전주 목요일에 대량의 블록딜이 있었는데, 약 600억원 정도의 물량을 김익래 다우데이타 회장이 팔았다”고 공격했다.

실제로 김 회장은 주가 폭락 2거래일 전에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주당 4만3245원에 시간 외 매매로 팔았다. 이 거래로 총 605억4300만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보유 지분을 판 뒤 주가 하락을 유발한 것은 김 회장이라는 것이 라 대표 주장의 골자다.

다만 이 절묘한 거래 타이밍에 대해 다우키움그룹 측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키움증권 황현순 사장은 라 대표의 인터뷰 다음날 한 행사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매각 시점이) 공교로울 뿐 우연”이라면서 “저희도 회장도 라 회장을 알지 못한다. (개입 의혹은) 0.00001%의 가능성도 없다”고 반박했다.

키움증권 측은 경찰에 라 전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장을 접수했다. 

서울도시가스도 주가 폭락 직전 주식을 대규모로 처분한 정황 때문에 함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서울도시가스 김영민 회장도 주식을 폭락 전 대규모로 처분하는 데 성공했다. 

김 회장은 지난달 17일 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서울가스 10만주를 주당 45만6950원에 매도해 약 457억원을 현금화했다.

가족회사인 대성홀딩스도 매각 타이밍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성홀딩스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서울가스 주식 47만주를 매도했다. 매도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1600억원이다.

대성홀딩스와 서울도시가스는 대성그룹에서 분리된 형제기업으로, 대성홀딩스는 서울도시가스 주식의 매도 사유를 “신규사업 투자 재원 및 계열회사 투자 등 자금의 효율적 운용”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라 대표는 “김익래 회장이 주연, 김영민 회장은 조연”으로 평가하고 있다. 

JTBC는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핵심 관계자를 인용해 휴온스그룹의 윤성태 회장을 고액 투자자 중 한 명으로 지목, 보도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윤 회장이 받은 투자 수익에 대한 수수료를 해당 채널 광고비로 대신 받았다”는 주장을 내놨다.

다만 윤 회장은 주변 추천으로 적은 금액을 투자한 건 맞지만 몇 달 만에 회수했다는 입장이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금융감독원으로 구성된 합동수사팀이 8개 기업의 최대주주들도 수사 대상에 포함하기로 한 가운데, 이들을 둘러싼 진실공방은 수사를 통해 판가름날 전망이다.

한편 금감원은 3일부터 이번 주가 하락 사태의 뇌관으로 지목된 차액결제거래(CFD)와 관련해 키움증권 등에 대한 검사에 전격 착수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차액결제거래(CFD)가 주가조작 세력을 위한 뇌관이 됐다”며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등의 대량 매도 의문점도 명백히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투연은 “키움증권 측은 김 회장의 매도가 증여세 마련을 위한 우연이었다고 강변하지만 세간의 의혹이 커지고 있다”며 “김 회장이 떳떳하다면 김 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605억원을 주고 블록딜 물량을 가져간 주체가 작전 세력이 아니었음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서울도시가스 김 회장 건도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CJ그룹 일가 인물이 라 대표와 손을 잡고 한 바이오 회사에 집중 투자, 경영권을 위협했던 사례도 드러났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동생인 CJ파워캐스트 이재환 전 대표는 함께 펀드를 구성, 싸이토젠의 지분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다만 싸이토젠의 최대 주주 자리를 놓친 창업주가 곧 전환사채(CB) 콜옵션을 행사함으로써 다시 최대주주 자리를 탈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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