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게임사회’ 기획전 12일 개최
예술성·정체성 의미 담은 40여점 작품 전시
접근성 보조기기 설치…장애인 편의 고려

‘게임사회’ 전시 설명 ⓒ투데이신문
‘게임사회’ 전시 설명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대중들의 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은 게임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1일 언론공개회를 열고, 12일부터 9월 10일까지 ‘게임과 사회’를 주제로 한 기획전 ‘게임사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는 2010년대 초반 뉴욕 현대미술관(MoMA)·스미소니언 미술관이 수집한 비디오게임 소장품과 국내 게임 2종 등 총 9점의 게임을 비롯해 현대미술 작가 8명의 작품 30여점 등 40점 가량의 작품을 선보인다. 

‘심시티 2000’, ‘마인크래프트’ 등의 전시작은 새로운 세계의 구축을 제안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투데이신문
‘심시티 2000’, ‘마인크래프트’ 등의 전시작은 새로운 세계의 구축을 제안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날 언론공개회에서 홍이지 학예연구사는 ‘게임사회’ 전시의 기획의도로 팬데믹이 촉발한 ‘사회와 게임의 강력한 동기화’를 제시했다. 비디오 게임이 세상에 등장한지 50년이 지난 현재, 게임의 문법과 미학이 동시대 예술과 시각 문화, 나아가 대중들의 삶과 사회에 미친 영향을 짚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게임이 미술관에서 어떤 경험을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을지를 주제로 기존의 게임적 경험을 새로운 접근과 관점으로 제시하고자 한다”며 “우리는 이미 게임적으로 생각하고 생활하고 있었으며, 그 부분에 주목해 자신의 일상적인 모습을 표현하는 도구로 게임을 활용하는 등 요소를 구분하지 않고 현대미술로서 소개하는 형태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홍이지 학예연구사가 이번 전시의 기획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국립현대미술관 홍이지 학예연구사가 이번 전시의 기획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또한 “관람객들이 집에서, 자신의 핸드폰으로 게임을 할 때와 미술관에 가는 것을 인지하고 입장해 팩맨을 하는 것은 얼마나 다를지, 이를 작품으로 인정하고 플레이할지, 이를 어떻게 다르다고 느낄지를 직접 목격하고 싶다”며 “흔하지 않았던 기회인만큼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관람객들이 어떤 질문을 갖고 미술관을 나가게 될지도 궁금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첫 순서인 4전시실은 ‘예술게임, 게임예술’을 주제로 ‘아트게임’의 정의와 매체로서의 게임에 대한 성찰을 다룬다. 하룬 파로키와 코리 아칸젤의 작품을 비롯해 ‘플로우’, ‘플라워’, ‘헤일로 2600’등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3전시실은 ‘세계 너머의 세계’를 주제로 꾸며졌다. 게임을 통해 미래적 상상력과 새로운 세계를 구축·탐구하길 제안한다는 의미를 담았으며, 이에 따라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소외감을 재연하고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영상 ‘지옥으로의 하강(재키 코놀리)’을 비롯해 ‘심시티 2000’, ‘마인크래프트’ 등의 게임이 전시됐다.

특히 이곳에 설치된 로렌스 렉의 ‘노텔’은 가상의 기업인 노텔 코퍼레이션을 통해 완전 자동화된 미래의 호텔을 그려낸 작품으로, 별도의 컨트롤러가 설치돼 있어 가상의 공간을 살펴보는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해볼 수 있다. 이번에 전시된 ‘서울 에디션’의 경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국군서울지구병원 부지에 세워진 점을 살려 병원을 콘셉트로 삼았다는 것이 홍 학예연구사의 설명이다. 

마치 오락실처럼 꾸며져 있는 2전시실 내부 전경 ⓒ투데이신문
마치 오락실처럼 꾸며져 있는 2전시실 내부 전경 ⓒ투데이신문

2전시실은 ‘정체성 게임’으로 명명됐다. 게임과 사회의 강력한 동기화와 이를 거치며 가속화된 가상현실 세계의 확장,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공동체가 느끼는 사회적 경험의 한계와 가능성 등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니엘 브레이스웨이트 셜리의 ‘젠장, 그 여자 때문에 산다’를 비롯해 코리 아칸젤의 ‘로제오: 할리우드 플레이하기’, 루 양의 영상 설치 작품 ‘물질 세계의 위대한 모험’ 연작 시리즈, 람한의 VR(가상현실) 신작 ‘튜토리얼: 내 쌍둥이를 언인스톨하는 방법’ 등이 공개된다. MoMA의 소장품인 ‘포털’과 ‘팩맨’도 이곳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이날 언론공개회에 참석한 람한 작가는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작품에 담았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쌍둥이인 그는 동생에 대한 경쟁심과 애정, 분노 등 다양한 감정들을 느꼈으며, 이를 통해 도출되는 자매의 특수한 관계를 표현해보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는 “보통 게임에서 잘 다루지 않는 자매들의 경쟁관계나 태어났을 때부터 필연적으로 느끼는 부담감과 고민 등을 담았다”고 말했다. 

서울박스에 전시되는 김희천 작가의 ‘커터 3’ ⓒ투데이신문
서울박스에 전시되는 김희천 작가의 ‘커터 3’ ⓒ투데이신문

마지막 순서인 서울박스에서는 김희천 작가의 ‘커터 3’를 선보인다. 미술관 내의 각 구역들을 둘러보는 형태로, 이를 위해 서울박스 구역 내에는 해당 작품의 배경을 구현하기 위한 CCTV들이 다수 설치돼 있다. 현실과 가상, 존재와 비존재, 리얼타임과 이미지 사이를 유영하며 실존의 문제를 물리적으로 가시화한 작품이라는 것이 홍 학예연구사의 설명이다. 

일종의 부록인 온라인 프로그램들도 마련돼 있다. 온라인 프로젝트 ‘쫓아온다!’는 이번 전시의 웹 부록으로, 전시실 사이 외부 공간에 설치된 구조물에 출력된 QR코드를 스캔하면 접속할 수 있다. 교육 프로그램인 ‘떠 있는 땅들’을 비롯해 국내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와 ‘서울 2033’도 현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장애인들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신경을 썼다는 점이다. 국립재활원의 연구개발기구 열린플랫폼에서 기획·개발한 게임 접근성 보조기기와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Xbox)의 접근성 게임 컨트롤러를 지원받아 설치한 것이다. 실제로 각 전시실에 설치된 비디오 게임들은 비장애인을 위한 컨트롤러와 장애인들을 위한 접근성 게임 컨트롤러로 나눠져 있다.

이에 대해 홍 학예연구사는 “게임 접속 자체가 누군가에겐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게임 안에 존재하지 못하는 누군가를 인지하고, 이를 접근성 문제로 확장해보고자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박종달 관장 직무대리(기획운영단장)는 “디지털 게임이라는 가상세계와 관련된 게임적 경험의 의미, 새로운 상상력과 세계관을 통해 새로운 시선을 발견하고, 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경험의 한계 가능성 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박종달 관장 직무대리가 언론공개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국립현대미술관 박종달 관장 직무대리가 언론공개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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