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전 회장 배임 혐의 고발장 접수돼
경제개혁연대, 사익편위 공정위 조사 요청
태광그룹 “업무혁약,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지난달 1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고발장 접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출처=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지난달 1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고발장 접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출처=참여연대]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태광그룹의 골프장 회원권 강매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민단체들의 고발 및 조사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이와 함께 한 시민단체에서는 태광그룹의 ESG 등급을 2년 연속 최하위로 집계하는 등 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대외 평가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등 7개 시민단체는 지난달 1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태광그룹이 거래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휘슬링락CC 골프장 회원권을 시세보다 비싸게 강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KBS>는 태광그룹이 한 가구업체와 발주 계약을 맺으면서 계열사 독점공급 등을 보장하며 골프장 회원권을 구매토록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 회원권 매매가 이뤄졌던 2016년 당시, 태광그룹 계열사인 티시스의 소유주로서, 산하 기업인 휘슬링락CC를 개인 소유한 이 전 회장에게 배임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회원권 판매로 티시스가 이익을 얻는 과정에서 각 계열사들이 불필요한 장기계약을 체결해 손해를 입었다는 취지다. 

시민단체들의 고발장이 접수된 이후, 경제개혁연대에서는 지난 8일 태광그룹 골프회원권 관련 사익편취 의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요청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배타적 거래 체결 조건으로 회원권을 취득하도록 한 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봤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회원권을 취득한 주체는 제3자인 협력업체이나, 경제적인 실질을 따져 보면 계열회사들이 티시스의 회원권 처분을 지원한 것”이라며 “공정거래법은 이러한 ‘간접 거래’를 통한 사익편취나 부당지원 행위도 계열사간 직접 거래와 마찬가지로 규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사진출처=뉴시스]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사진출처=뉴시스]

태광그룹의 티시스 일감몰아주기 및 사익편취 논란은 과거에도 문제가 된 전례가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19년 태광그룹 19개 계열사에 대한 총수 일가의 김치·와인 일감몰아주기 정황을 파악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이 전 회장과 태광그룹 계열사들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 승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대법원은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이 전 회장의 개입을 인정하며 파기환송 했다.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은 티시스의 이익과 수익구조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 영향력을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었다”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이 같은 잇단 잡음으로 태광그룹의 ESG 평가 역시 바닥을 치는 모습이다. 경제민주화시민연대는 지난 10일 ‘2023년 시민사회 ESG 평가지수’를 발표하며 국내 50대 기업의 ESG 점수를 집계했다. 태광그룹은 해당 조사에서 2년 연속 꼴지에 머물고 있다. 

경제민주화시민연대는 SK, 삼성, 현대차, LG, 포스코 등 높은 점수를 받은 상위 그룹은 RE100 가입 확대, 해외 평가 상승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지만 하위 그룹에서는 환경·사회·지배구조는 물론 노동과 준법 등의 부문에서도 퇴보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태광그룹과 관련해서는 “일감몰아주기 등의 오너 리스크와 방사성 폐기물 이전 연기, 흥국생명 채권사태의 경제 여파 등 꾸준한 사회적 논란에 낮은 평가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태광그룹은 협력사들의 휘슬링락CC 회원권 매입 관련 고발은 악의적 제보에 기반한 것으로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업무협약은 계열사와 협력사 간 협력 차원에서 맺은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 수준으로, 협력사들은 거래처 영업이나 사내 복지 등의 목적으로 가입했다”라며 “고발인들은 계열사들에 손해를 입혔다며 업무상 배임이라 주장하나 전혀 근거가 없으며 이 전 회장과 그룹의 명예까지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이 전 회장은 2012년 그룹 내 모든 직위에서 물러난 이후 현재까지 그룹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본 건 역시 이 전 회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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