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로한 마을 주민 지키는 ‘숨은 영웅’이 사는 섬 읍도
마을 이장이 주민 ‘발’ 역할...육지 오가는 행정선 없어
읍도서 나고 자란 87세 주민 마지막 소원 ‘연륙교 준공’
코끝을 찌르는 해양쓰레기 악취...수거는 오롯이 이장 몫
실거주민 적은데 편법 위장 거주 만연...서글픈 남겨진 이

465中240. 전체 465개 유인도서(有人島嶼) 중 여객선이 경유하지 않는 미기항 도서는 240개로 조사됐다. 여객선이 경유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람의 발길이 끊겼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외딴섬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보다, 섬 밖으로 나가는 사람이 많다. 그 탓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도, 오고 갈 대중교통도, 아이들이 뛰노는 학교도, 장을 볼 마트도 없다. 말 그대로 불편투성이다. 그럼에도 사람 사는 냄새만큼은 물큰 풍겨온다. 수많은 465개의 섬 중 배가 닿지 않는 240개의 섬. 이 외딴섬에는 사람이 살았고, 또 사람이 살아간다. 여기, 사람이 산다. <편집자주>

경상남도 통영시 도산면 읍도에 거주하는 마을 주민이 직접 채취한&nbsp;가리비를 바닷물에 씻고 있다.&nbsp;ⓒ투데이신문
경상남도 통영시 도산면 읍도에 거주하는 마을 주민이 직접 채취한 가리비를 바닷물에 씻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경상남도 통영시 도산면 오륜리에는 ‘읍도’라는 자그마한 섬이 딸려 있다. 정기적으로 육지를 오고 가는 배. 행정선이 존재하지 않는 이곳에는 10명이 채 되지 않는 이웃들이 오손도손 모여 산다. 읍도 주민들의 발이 돼주는 든든한 이장님과 욕심 없이 하루하루 지내는 주민들이 이 섬의 주인이다. 이들이 빚어내는 삶의 모습은 잔잔한 파도와 같이 평화롭기만 하다. 

읍도 사람들은 파도의 끝이 닿는 섬 자락에 해양쓰레기가 썩어 악취를 풍겨도 그저 웃어 보인다. 가리비를 씻어 먹고, 강낭콩을 삶아 먹는 것이 식사의 전부라도 늘 배부른 표정이다. 이따금 강아지가 짖어대는 소리가 인기척의 전부라도 이들은 외로움이 삶의 일부라도 된 듯 익숙해 보인다. 외딴섬 생활이 불편할 법도 한데, 전혀 내색하지 않는다. 이곳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간다.

늘 그렇듯 섬의 해가 지고, 달이 뜬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를 지새우다 보면 옆에 살던 이웃이 세상을 등진다.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라지만, 몇 없는 이웃이 사라져가는 모습이 더욱 슬프게만 다가온다. 서서히 인적이 드물어진다. 이젠 사람의 발길도 어색하다. 이곳에 존재하던 집들은 하나둘 철거됐다. 그렇게 사라져간다.  외딴섬은 사라짐의 연속이다.

흔한 슈퍼마켓이나 식당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진 커피를 흔쾌히 내보인다. 또 알이 꽉 찬 삶은 강낭콩을 한 상 가득 대접하기도 한다. 먼 길을 달려온 외지인이 혹여나 시장할까 봐서다. 나눔과 베풂에 전혀 인색하지 않고 오히려 가진 것을 더욱이 함께하려 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참 욕심 없는 이들이다. 이런 이들에게 정작 상처를 주는 사람은 외지인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섬 곳곳에 둥둥 떠다니는 해양쓰레기도 외지인으로 비롯됐으며, 외딴섬에 펜션을 운영하겠다고 섬마을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는 이들도 외지인이다. 정작 주민들은 이 땅을 팔 생각도 없지만, 이미 이들은 머릿속에서 펜션이 바라보는 풍광을 어느 위치로 할지까지 결정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섬마을 사람들을 설레게 했던 읍도 연륙교는 소식조차 없다. 상처는 늘 그렇듯 섬 주민들의 몫이다.

읍도 주민 조숙자 할머니. 여생의 마지막 소원을 이야기 해주고 있다.&nbsp;ⓒ투데이신문
읍도 주민 조숙자 할머니. 여생의 마지막 소원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투데이신문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인데...머나먼 읍도 연륙교 준공

아흔을 내다보는 읍도 주민 조숙자(87)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통영 읍도 연륙교’를 직접 두 다리로 걸어보는 것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읍도에 다리가 지어진다는 소식이 세간에 나돌았다. 그저 뜬구름 같던 이 소문은 서서히 구체화됐고, 신문에 소식이 실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조 할머니는 그런 기대감을 안고 수년을 지냈다. 두 다리가 아직 성할 때, 직접 연륙교를 거니는 것이 할머니의 오랜 꿈이자 전부였다. 세월은 야속하게도 지금 그의 두 다리는 온전치 않다.

연륙교가 설치되면 참 행복할 것 같았다. 이 외딴섬에 정부가 나서 다리 하나 놓아준다니 꿈만 같은 소식이다. 다리가 놓인다면 자식들도 자주 왕래할 수 있을 게다. 또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아져 그간 느껴보지 못했던 사람 사는 냄새도 날 것 같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다. 읍도에서 큰 병원까지 가기 위해선 배로 한 시간 남짓이 걸린다. 다리 하나만 설치된다면, 병원 진료 걱정을 크게 덜 수 있다. 조 할머니가 다리 설치를 학수고대한 까닭이다.

통영 읍도 연륙교는 행정안전부의 제4차 도서종합개발 신규사업의 일환으로 통영시 도산면·연도·읍도를 잇는 연륙보도교다. 지난 2020년 9월 통영시는 해당 사업이 최종 확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해당 사업의 준공 계획은 오는 2024년으로 계획돼 있었다. 총 91억원이 투입된 해당 사업은 2021년 실시설계를 거쳐 2021년 10월 착공 예정이었으나, 주민들은 입을 모아 연륙교 사업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조 할머니는 “이 섬에 다리가 들어선다는 소문을 벌써 몇 년째 듣고 있지만, 아직 아무런 소식조차 없다”며 “이 섬 어디를 둘러봐도 공사가 진행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이렇게 흘려보낸 세월만 벌써 수년이다. 죽기 전에 꼭 연륙교를 걸어보고 싶은데, 이마저도 힘들 것 같아 슬픈 마음”이라고 말했다.

읍도 황유규 이장은 “약 8년 전부터 이 땅 읍도에 다리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업비도 약 100억원가량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 공사 소식조차 없다”며 “여기 사는 주민들이 살아봐야 얼마나 더 살겠나. 그분들의 소원이 연륙교 다리를 직접 두 다리로 건너는 것인데, 자기네들 밥그릇 싸움에 결국 등 터지는 것은 우리 주민들”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불과 몇 년 전에 이 마을에 살던 어르신 한 명이 배 위에서 명을 달리하셨다. 건강에 이상이 생겨 급히 병원으로 향하던 중 배 위에서 삶을 마감하셨는데, 읍도를 잇는 다리가 조금이라도 일찍 만들어졌더라면 충분히 치료받았을 것”이라며 “읍도를 잇는 다리는 단순히 다리 역할이 아닌, 고립된 섬 주민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라고 소리 냈다.

이에 통영시청은 연륙교 설치의 무산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그러면서 연륙교 공사 일정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함으로써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통영시청에 따르면 연륙교 준공까지 앞으로 약 3년이 걸릴 예정이다.

통영시청 건설과 관계자는 “연륙교 설치가 무산될 일은 없다. 올해 7월 공사 및 용역 계약 의뢰 예정이고 착공은 10월로 예정돼 있다. 아주 특수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연륙교 설치는 예정대로 진행될 계획이며 연륙교 준공까지 약 34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라고 답했다.

이어 “작년에 주민 설명회를 열고 간략히 주민들에게 공사 내용에 관해 설명했다. 다만, 올해의 경우 공사와 관련된 행정 절차들을 진행하고 있어 주민설명회를 따로 개최하지 않아 주민분들이 불안해하신 듯하다”며 “공사 계약 마무리 후 착공 전 주민분들에게 주민설명회를 한번 개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또다시 기다림은 읍도 주민들의 몫이 됐다. 착공이 미뤄지면서 읍도에 남은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이 언제 이뤄질지는 까마득해졌다. 예정대로라면 내년쯤 두 다리로 연륙교를 거닐 수 있었겠지만, 조 할머니는 마지막 소원을 위해 하염없이 더 인내해야 한다. 이때까지 연로하신 어르신이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륙교 착공이 다시 한번 더 미뤄진다면,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결국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읍도에 떠밀려온 해양쓰레기. 악취가 코끝을 찌른다&nbsp;ⓒ투데이신문
읍도에 떠밀려온 해양쓰레기. 악취가 코끝을 찌른다 ⓒ투데이신문

‘해양쓰레기’ 손 놓은 통영시청...분리·배출은 오롯이 이장 몫

이곳 주민들이 자신 있게 자랑하는 읍도의 보물이 있다. 바로 맑은 공기와 깨끗한 파도다. 도심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자연의 선물이다. 이런 자연의 선물도 외지인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서서히 훼손돼 가고 있다. 코끝을 찌를 만큼 썩은 내를 풍기며 널브러진 해양쓰레기들로 인해 읍도 주민들이 자랑하는 깨끗한 자연환경도 머지않아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특히 스티로폼 부표가 가장 큰 곤욕이다. 읍도 인근 양식장에서 떠내려온 스티로폼 부표는 파도를 타고 자연스럽게 읍도로 향한다. 주민 대다수가 연로한 탓에 떠밀려오는 부표 앞에 모두 속수무책이다. 결국 해양쓰레기 수거는 연로한 황유규 이장의 몫이다.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 해양쓰레기를 수거해야만 한다. 수거 일당을 받는 것도 아니다. 쓰레기를 옮기는 기름값마저 이장의 몫이다.

방대한 양의 해양쓰레기를 홀로 해결하는 것이 녹록지만은 않다. 결국 황 이장은 통영 시청에 해양쓰레기를 수거해 갈 수 있는 배를 지원해달라고 손을 내밀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장은 포기하지 않는다. 남은 주민들이 조금이나마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쓰레기 수거에 매진한다. 정부의 도움이 없다고 해서 손 놓고 있으면, 읍도의 자랑 맑은 공기와 깨끗한 파도를 더 이상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황 이장은 “저 멀리 양식장에서 떠내려오는 부표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해양쓰레기들이 읍도로 향한다. 이것들을 치우는데도 한세월이 걸린다”며 “마을 주민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이 많은 쓰레기들을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하루걸러 하루 계속해서 쓰레기들이 밀려드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언젠가 이 쓰레기들이 도저히 감당이 안 돼 통영시청에 문의했다. 해양쓰레기 분리수거를 다 해둘 테니, 쓰레기 수거선만 보내달라고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다”며 “결국 저 많은 쓰레기를 하나하나 다 묶어서 바다 가운데로 들고 가니 그제야 수거선을 보내주더라. 이런 방식으로 직접 쓰레기를 수거해서 바다로 나서면 통영시청에서 수거선을 보내주는 식으로 해양쓰레기 청소를 실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본지 취재 결과 해양쓰레기를 이장이 직접 수거해 전달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다만 통영시 해양개발과 관계자는 읍도의 협소한 시설로 인해 수거선의 접안이 어려운 탓에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통영시 해양개발과 환경팀 관계자는 “읍도의 경우 쓰레기 수거선이 출발하는 방동 선착장에서 약 20km 정도 거리가 있다. 즉, 항해 거리가 멀기에 작은 배로 가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89t 무게의 큰 배를 활용하는데, 읍도의 경우 접안 시설이 마땅치 않아 큰 배가 접안하기 어려움이 있다. 결국, 마을 이장님이 쓰레기를 섬 밖으로 내보내 오시면 우리가 수거해 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해양쓰레기 수거의 경우 민원처리 위주로 스케줄을 짠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실시하기가 어렵다”며 “민원이 없을 경우 1년에 2회 청소를 실시하기 때문에 민원이 잦은 곳을 우선으로 해양쓰레기를 수거한다. 따라서 거주민들이 민원을 자주 넣는 것이 해양쓰레기 청소를 빨리 실시하는 방법”이라며 대안 아닌 대안을 설명했다.  

철거된 빈집의 자재들.&nbsp;ⓒ투데이신문
철거된 빈집의 자재들. ⓒ투데이신문

실거주 25명?...엉터리 실태조사에 헛다리 짚는 복지제도

올해 1월 해양수산부 연안해운과로부터 전달받은 해상교통 소외도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상남도 통영시 읍도에 거주하는 인원은 총 25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읍도에 방문한 결과 실거주자 수는 10명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읍도에 등록된 인구수 절반가량이 허수인 것이다.

황 이장은 이런 현상이 외지인들이 소외도서 지역에 지원되는 정책과 건강보험료 감면 등을 활용해 다양한 혜택들을 부정수급하기 위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거주 인원으로 등록된 사람 수에 비해 실제 거주하는 인원은 턱없이 적을 뿐만 아니라, 곳곳이 빈집으로 수년째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통영시 도서지역 거주민들은 도서민 이동권 보장 사업의 일환으로 일정 뱃삯 요금을 지원받는다. 국비 50%, 도비 25%, 시비 25% 비율로 진행되는 해당 사업은 도서지역 주민들에게 단비 같은 존재다. 다만, 일각에서는 도서지역 거주민이 아님에도 위장 거주를 통해 지원받는 허수들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이에 통영시청 해양개발과 관계자는 “도서민 이동권 보장 사업으로 지원되는 뱃삯 요금은 항로마다 다르고, 편차가 크지만 비싼 경우 통영시 한산면에 위치한 소매물도로 향하는 뱃삯 5000원이 지원된다”며 “이 지원금의 경우 배를 실제로 탑승해야 지원이 가능하지, 배에 탑승하지 않아도 월에 얼마씩 받는 현금성 지원 사업이 아니다”고 답했다.

또 도서지역 혜택의 일환으로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없는 도서 및 벽지 거주자에게 건강보험료 50%를 경감해주고 있다. 도서벽지 거주자에겐 좋은 정책임이 틀림없지만, 이를 악용해 보험료 감면 혜택을 목적으로 위장 거주하는 사례가 존재해 눈먼 건강보험료 경감 정책이라는 지적이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30일 개정된 건강보험료 경감지역엔 통영시 도산면 읍도가 포함돼 있다. 해수부 실태조사 결과 읍도 거주민은 25명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확인해보니 대다수 집이 빈집으로 관리가 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즉, 건보료 경감 정책 부정 수급을 위한 위장 거주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은 정부의 관리 부실로 농어민, 도서벽지 거주자를 위한 제도 취지가 무색해지지만 부정 수급과 관련해 자체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소외도서 실태조사는 건강보험공단 관할이 아니라 일일이 위장 거주자를 색출하기란 어렵다”며 “건강보험공단의 경우 전국 농어촌 거주자와 관련된 자료를 건네받아 이들이 보험료 경감 대상일 경우 건강보험료 50%를 경감해주는 업무를 수행할 뿐 직접적으로 실태조사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이번 실태조사 결과와 실거주자 수치의 오류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여객선 지원 사업 자체를 우선순위에 두다 보니 약간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해양수산부 연안해운과 관계자는 “지자체에서도 주민등록상 인구와 실거주 인원이 다른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고 어업 특성상 단기 어업을 위해 거주지를 등록하는 등 다양한 변수가 있어 실거주 인원은 쉽사리 파악이 어렵다”며 “이번 해수부 실태조사는 실거주 인원 파악이 아닌, 교통소외 도서 발굴 차원에서 이뤄져 약간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실거주와 관련한 자세한 자료는 행정안전부에서 관할하고 있어 해당 부처에 문의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 역시 실거주 인원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섬마을 특성상 실거주 인원이 계절과 시기별로 달라지기에 정확한 수치를 통계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사실상 실거주자 파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었다.

행정안전부 균형발전사업과 관계자는 “행정에 활용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매년 연말 실거주 인원 자료를 전달받고 있다”며 “해당 자료 역시 주민등록상 거주 인원 기준이라 실거주자 파악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섬 지역 특성상 실거주가 계절에 따라 다르고 시기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정확한 실거주 인원을 파악하기란 어렵다”며 “일반적인 주민등록 시스템으로는 읍면동 단위로 나뉘어져 있는데 섬의 경우 더 세부적으로 나뉘어 자체 시스템으로 자동으로 적용되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 실거주자를 확인해야 해 실거주 인원 파악은 사실상 어렵다”고 답했다.

읍도에 살던 이들은 하나, 둘 떠나는데 여전히 이곳에 거주하는 인원은 변함없이 25명이다. 남아있는 주민들은 떠난 이들이 어떤 연유로 읍도에 계속해서 주민등록상 거주지를 등록하는지는 알 방법이 없다. 직접 들여다보지 않고 만들어낸 복지 정책은 실거주민들의 공감을 쉽사리 얻지 못한다. 노력 없이 만들어진 숫자로만 내놓은 복지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로 인해 남겨진 이들은 그저 상처와 외면 속에서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읍도의 숨은 영웅 황유규 이장님 ⓒsosobongchan
읍도의 숨은 영웅 황유규 이장님 ⓒsosobongchan

황유규 이장님께

차마 묻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지. 쌓인 피로에 망가져라 무거운 몸을 욱여넣어도, 남모를 당신의 그 노고를 알아주는 이도 없지 않습니까. 저 많은 해양쓰레기가 당신의 잘못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장님의 작은 배 위에서 명을 달리하신 어느 어르신의 죽음도 마찬가집니다. 어디 이뿐입니까. 이 외딴섬에 다리가 놓이지 않는 것도 당신의 과오가 아니지 않습니까. 어떤 연유일까요? 누구를 위해 그리도 손발 부르트도록 달리는지요. 악취 가득한 쓰레기를 함께 바라보며 정적이 흐르던 그때가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나지막이“나라도 해야 어르신들이 덜 괴롭지”라고 하셨죠. 많은 생각에 잠긴 그 얼굴이 제 머릿속을 가득 메웁니다. 저 멀리 서 있는 야속한 육지의 병원. 쓰러진 어르신을 위해 성난 파도를 헤쳐 가던 그 순간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곧 아흔을 바라보는 마을 어르신의 마지막 소원. 이 섬에 곧 설치될 연륙교를 직접 두 다리로 걷고 싶다는 소원을 들었습니다. 그 소원을 이뤄드리기 위해 밤낮없이 싸우다 쉬어 버린 당신의 목은 누가 보살펴 주나요. 물론, 어떠한 대가를 바라거나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해 행하신 행동들은 아니겠지요. 참 야속합니다. 왜 어딘가 숨어 있는 이 땅 위 ‘숨은 영웅’들은 쉽사리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걸까요. 마지막까지 묻지 못할 질문들로 글을 맺습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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