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골드플레이션 저자 조규원
생산량·실질금리가 금값 결정 요인
2019년부터 금 슈퍼사이클 진입
금 가격 굉장히 긴 추세성이 특징
금 투자 입문자는 KRX 금시장 적절

최근 미국 은행 위기와 더불어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이다. 이른바 황금시대가 열린 것이다. 특히 지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당시 과도한 통화확장으로 가파르게 상승한 주요 자산 가격의 버블붕괴 우려가 확산되면서 위험 헤지 수단으로도 금이 다시금 선호되고 있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이 올해 마무리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점도 금의 매력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최근 금 가격의 원인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금의 가치와 의미를 깊이 들여다 보고자 한다. 또한 전문가를 통해 투자자산으로서의 전략과 전망의 궁금증을 풀어본다.

골드플레이션 저자 조규원 작가 ⓒ투데이신문
골드플레이션 저자 조규원 작가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인류 역사상 가장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정받아온 금의 몸값이 치솟고 있어 금융시장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금 가격은 글로벌 경제 활동과 금융시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시장 전문가들도 최근 금 가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골드플레이션>의 저자 조규원 작가를 만나 금 가격 상승 배경과 향후 전망에 대해 들어봄으로써 불확실성이 커진 금융시장의 상황을 파악하고 합리적인 투자전략을 알아보고자 한다.

*조규원 작가는 현재 금과 은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튜버이자 한국금거래소에서 금·은 투자 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금 채굴은 평균적으로 광산이 정제할 수 있는 재료를 생산할 준비가 되기까지 10~20년이 소요된다. [사진출처=WorldGoldCouncil]
금 채굴은 평균적으로 광산이 정제할 수 있는 재료를 생산할 준비가 되기까지 10~20년이 소요된다. [사진출처=WorldGoldCouncil]

금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금 가격은 추세성이 굉장히 긴 것이 특징이다. 공급적인 특성 때문에 한번 방향성을 잡으면 오래 간다. 금을 채굴할 때 그 과정이 탐사부터 시작해 선정, 인프라 건설, 채굴 정제 등 이 모든 과정을 다 거치면서 대략 실제로 금이 생산되는 시기는 10년 뒤라고 얘기를 한다. 그렇다 보니 금광 기업들이 함부로 금의 생산량을 늘리거나 줄일 수 없다. 그래서 금의 생산량을 한 300년 치 정도 데이터를 뽑아보면 오를 때도 내내 오르고 떨어질 때도 내내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금 가격과 연동해서 보면 정확히 움직임이 같다. 즉 생산량이 많아질 때는 금 가격이 침체에 빠져있고 생산량이 줄어드는 시점에서 금 가격이 오른다. 이러한 사이클의 전환이 시작되면 짧게는 9년에서 길게는 13년까지 지속되는 경향이 관측된다. 

2000년 이후 금 가격 추이 [사진출처=WorldGoldCouncil]
2000년 이후 금 가격 추이 [사진출처=WorldGoldCouncil]

현재는 사이클의 어느 지점쯤으로 파악하나.

2019년부터 사이클이 시작된 것으로 보이고 현재는 절반 정도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면 상승기 중간에 횡보나 조정 구간은 반드시 있었다. 2000년부터 2011년 거대 상승장 때도 2008년 금융위기의 조정기가 왔었다. 이른 감이 있지만 현재 상승 후 조정 구간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된다. 이 조정기를 지나면 더욱 큰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금 가격에 공급 측면이 큰 영향을 준다고 했는데 공급 조절 유인이 있나.

금광마다 들어가는 비용도 다르고 거기서 나오는 금의 양에 차이가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했을 때 생산성을 두고 공급량이 정해진다. 예를 들어 금 가격이 올라가면 원래는 채산성이 안 좋았던 금광도 채굴을 하게 되고, 이제 금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이 생산량을 늘려야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실제로 생산량이 늘어나는 시기는 거의 10년 뒤이기 때문에 긴 사이클이 발생하게 된다.

공급적인 요소 외 금 가격에 영향을 주는 주요 원인은.

공급 측면이 50%, 실질금리가 50%라고 판단한다. 금을 투자할 때 봐야 할 중요지표를 이 두 가지로 꼽는다. 보통 금을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물가가 많이 오르면 사람들이 다 금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예를 들어 1년 은행예금이 10%인데 물가가 10%씩 오르면 사람들이 가만히 있으면 나의 돈이 10%씩 줄어든다고 생각해 은행에 예금을 빼고 가치 보존을 위해 금을 투자하게 되겠지만 만약 은행에서 연 20%의 이자를 준다면 사람들은 금을 찾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명목 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뺸 실질금리가 높을 때는 금 가격이 낮아진다. 그런데 이 실질금리가 정확히 2019년부터 마이너스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니까 생산량과 실질금리가 금값 상승을 부추기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고 이 사이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비트코인이 미래의 금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금의 대체 자산으로서의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

비트코인이 갖고 있는 내재적 속성인 희소성, 불변성, 분할성이 좋다는 점에서 금이랑 비슷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다르다. 금은 국가의 통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고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가치를 인정받는 자산이다. 또한 완벽한 익명성을 가진 자산이라는 특징 때문에 각 중앙은행들이 금을 보유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경우 추적이 가능해 통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따라서 국가 입장에서는 비트코인 보다는 금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또한 비트코인이 금의 대체 자산이라면 가격 상관성이 매우 높아야 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금보다는 주식과 상관성이 비슷하다.

주식투자는 보편화 됐지만 금 투자는 일반인들에 아직 생소한 분야다. 금 투자를 위한 조언이 있다면.

금 투자가 처음이신 분들에게는 KRX 금시장을 추천한다. 많은 사람들이 은행에서 추천하는 금 통장 혹은 펀드 형식의 ETF를 통해 투자하는데 수수료 부분을 잘 살펴야 한다. 금 통장의 경우 수수료가 2.5%, ETF의 경우 0.6%~1% 이상이다. KRX 금시장의 경우 수수료가 0.2~0.3%로 훨씬 저렴하다. 특히 세금에서 차이가 더 크다. ETF와 금 통장은 수익에 대해 배당소득세 15.4%를 내야 하는 반면 KRX 금시장은 실물을 인출받지 않는 이상 수익에 대한 세금이 없다. KRX 금시장이라는 게 주식 어플에서 주식 거래하는 것처럼 할 수 있고 소액도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대안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금의 본질적인 속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결국은 실물 투자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사진출처=KRX금시장 홈페이지]
[사진출처=KRX금시장 홈페이지]

실물 투자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무엇을 근거로 하나.

실물에 대한 통제권은 완벽히 소유자에게 있다는 데 있다. 금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사실 국가 입장에서는 리스크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자국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IMF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이라든지 현재 터키 리라 폭락으로 인한 금 모으기 운동, 심지어 역사적으로 금을 거래하거나 소유하는 것이 불법이었던 경우도 상당히 많다. 다시 말해 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시기에 그러한 일들이 벌어졌었는데 만약 금융자산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었다고 하면 소유 통제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금 투자를 한다면 실물로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고 실제 금을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실물 보유를 선호한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의 지위가 향후에도 유효하다는 전제는 무엇인가.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우리가 금이라는 것을 거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은지가 50년 정도 지났다. 그리고 금 가격이 1980년대 이후 거의 20년 동안 하락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 인식에 금의 존재감이 약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금은 본질적으로 돈으로써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물질이다. 화폐의 기능을 위해선 4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한정성, 불변성, 안전성 그리고 분할성이라는 속성이 필요하다. 이 4가지 속성에 해당되는 물질은 지구상에 금과 은 뿐이다. 

최근 중국 중앙은행이 금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경우 지난 2013년부터 금 매입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어떤 이유라고 보는가.

지금의 화폐 시스템은 미국의 달러 중심의 페트로 달러 시스템 혹은 신용화폐 시스템이다. 미국의 경제가 유지되기 위해선 누군가 계속 국채를 매입해야 하는데 주로 각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로 미국 국채를 매입한다. 말하자면 미국의 동맹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국채를 사줘야한다. 미국 국채 대신 금을 산다는 것은 일종의 배신행위로 여겨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우방은 미국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금 매입을 자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달러 강세와 금 강세가 동시에 진행되기도 하는데.

단기적으로는 그런 현상이 발생되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달러지수와 금 가격은 결국 반대로 움직인다. 올해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과 금융시장 불안으로 더이상 금리를 올리지 못한다는 게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해 금 값을 추가적으로 상승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Gold Silver Ratio [사진출처=Trading view]
Gold Silver Ratio [사진출처=Trading view]

금 뿐만 아니라 은 투자도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유가 있는가.

금을 하나 살 수 있는 돈으로 은을 얼마나 살 수 있는지를 나타낸 지표로 금은비라는 것이 있다. 즉 금가격을 은가격으로 나눈 비율이다. 기본값은 대략 1:10으로 금 하나 당 은 10개를 살 수 있다고 해석한다. 현재의 금은비는 약 1:80으로 은 가격이 상당한 저평가 구간이라고 판단한다. 만약 금과 은의 슈퍼사이클이 도래하면 은의 상승률은 금의 상승률을 크게 압도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현재 저평가인 은을 매입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 외에도 은은 모든 원소들 중 전기전도율이 가장 높기 때문에 4차산업 혁명의 대표적인 태양광, 전기차 5G 등에 폭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미 지난 2021년부터는 공급보다 수요가 더 커진 상황이다.

포트폴리오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지난 100년 동안의 주식과 채권, 금과 부동산 등 백테스트를 실행해본 결과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10% 정도 였을 때 포트폴리오 안전성과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그리고 금과 은의 슈퍼사이클에 대한 관측에 확신이 있다면 금과 은의 비율은 50대 50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

50대50이 합리적이라는 근거는 무엇인가.

확신이 있더라도 긴 사이클 중간중간 예상치 못한 경제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 금은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겠지만 은의 경우 산업경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가격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