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에 교육부의 대입 담당 국장이 교체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비 증가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난이도를 지적한 직후여서 인사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교육부는 인사 발령을 내 대입 담당 국장인 이윤홍 인재정책기획관을 대기 발령하고 후임으로 심민철 디지털교육기획관을 임명했다.

이 국장은 올해 1월부터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재양성과 BK21사업, 인문사회 및 이공분야 학술지원, 수능 등 대학 입학전형 관련 업무를 담당해 왔다.

교육부에서 대입을 담당하는 주요 보직을 6개월 만에 인사이동 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비교과과정 배제는 곧 쉬운 수능 ‘이다’, ‘아니다’

이번 인사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으로 수능을 지목한 것이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이 부총리로부터 교육개혁 추진 방안과 진행 상황을 보고받으며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보충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 것은 막기 어렵다”며 “그러나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은 이를 올해 초부터 이 부총리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는 이를 수능의 전반적 난도를 낮추라는 ‘쉬운 수능’ 지침으로 풀이했다는 평이다. 

윤 대통령이 수능 난이도와 사교육비에 대해 지적했지만 지난 1일 실시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월 모의평가(모평)이 예상만큼 쉽게 출제되지 않자 문책성 인사를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유웨이 이만기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어렵게 냈다고 경질될 만큼 교육부 국장이 잘못했나”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논란이 되자 16일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덧붙여 입장을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발표에서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얘기한 게 아니”라며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이므로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몇 달 전 교육부 장관에 지시한 지침을 해당 국장이 이행하지 않았다”며 “대통령도 장관도 하명한 지시를 따르지 않는 건 강력한 이권 카르텔의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