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2028년부터 전국의 모든 초·중·고교에서 대부분의 과목을  ‘AI(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로 배우게 된다.

현재는 교사 한 명이 20여명이 넘는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지만 앞으로는 AI 교과서를 통해 개인의 학습 수준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실현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교육부는 지난 8일 이 같은 내용의 ‘AI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AI 교과서는 기존의 서책형(종이책) 교과서를 디지털화한 것을 넘어 지능형 교습(튜터링), 음성인식, 대화형 인공지능 등을 통해 학생 수준에 맞는 자료와 문제풀이를 제공하고, 교사에게는 이러한 학생의 학습 기록을 수집해 전달하는 학습 도구를 말한다.

국가 차원에서 AI 교과서를 모든 학생에게 도입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교육부 이주호 장관은 “궁극적인 목표는 책가방 대신 태블릿PC 하나만 들고 등교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I 디지털교과서를 ‘모두를 위한 맞춤형 교육’의 발판으로 활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인공지능을 통해 학생마다 자신의 학습 역량에 맞춘 개별화된 학습 자료를 제공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AI 선생님이 수준별·맞춤형 학습시킨다

교육부는 인공지능이 학습 결과를 분석해 ‘느린 학습자’와 ‘빠른 학습자’ 학생을 가려내면 각각 학습 결손 해소를 위한 보충학습 자료와 심화학습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2025년에 초·중·고교의 영어·수학·정보와 특수교육 국어 과목에 AI 교과서를 먼저 도입하고, 이후 2028년까지 국어·사회·과학·기술가정·한국사 등 과목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발달 단계와 과목 특성을 고려해 초등 1~2학년과 고교 선택과목, 예체능과 도덕은 서책형 교과서를 유지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발달 단계상 소통이 중요한 아동의 경우 디지털 기기로 학습하기에는 이르다는 전문가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민간 기업 개입과 교권 협의 여부 주목

교과서 개발은 민간에서 이뤄진다. 기존 교과서 발행사가 개정교육과정을 반영한 학습자료를 만들면, 에듀테크(EduTech·온라인 시스템을 활용한 교육 서비스) 기업은 학습 결과 분석과 수준별 문제풀이, 보충학습 자료 제공 등을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협력한다.

정부는 ‘통합학습기록저장소’를 구축해 학습 데이터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렇게 수집된 학습 데이터는 교사에게는 학생별 수준 척도 및 피드백 용도로, 학부모에게는 자녀 학습 상황 검토 용으로 사용이 가능해진다. 

교육부는 양질의 AI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하고 특정 업체의 ‘쏠림’을 막기 위해 익명 처리한 학습 데이터를 모든 발행사에 제공해 교과서 개발에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교육 현장에서는 AI 교과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에듀테크 기업이 축적된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사적 이익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는 불안이 크다. 이에 이 장관은 “공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균형점을 찾겠다”고 설명했다.

AI 교과서 도입은 2025년부터 시작되지만 개발 가이드라인은 오는 8월에서야 발표된다는 점도 혼선을 준다. 한국디지털교육협회 관계자는 “당장 교과서 제작에 들어가야 할 발행 업체끼리도 개념이 서로 다르다”고 토로했다.

교사 역할 정립 또한 넘어야 할 산이다. 서울의 한 중등 교사는 “교권은 추락하고 있는데 이제 교사는 ‘멘토’에 전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조성철 대변인은 “세부방안의 촘촘한 검토와 학내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이듬해 말까지 우선 적용 과목인 영어·수학·정보 과목 전체 교원 16만5000명을 대상으로 AI 디지털 연수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