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제 시장서 위안화 결제 주도
사우디 탈달러 기조로 패트로달러 균열
제2의 핑크타이드 중남미의 달러 탈출
중국, e-CNY로 국제결제시장 선점 계획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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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는 러시아 국영 통신사를 통해 “달러 패권이 끝나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중남미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탈달러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제결제망에서 위안화 사용을 본격화 하는 모습이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력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국제 결제 수단으로 위안화를 사용하기로 하면서 탈달러 현상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개발과 상용화에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중국의 디지털 인민폐는 향후 국제화된 결제 수단으로서의 역할 강화로 달러 지위에 대항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탈달러 현상을 짚어보고 CBDC를 둘러싼 기축통화의 미래를 전망해보고자 한다.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본격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후 과도한 양적 완화정책으로 재정적자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부채한도 협상에도 난항을 겪은 바 있다. 이처럼 미국 달러 화폐에 대한 신뢰에 회의론이 불거지면서 중국과 신흥국을 중심으로 탈달러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2022년 4분기 기준 세계 외환보유고 통화 구성(왼쪽), 2022년 1월 기준 SDR바스켓 구성(오른쪽) [사진출처=IMF]
2022년 4분기 기준 세계 외환보유고 통화 구성(왼쪽), 2022년 1월 기준 SDR바스켓 구성(오른쪽) [사진출처=IMF]

쇠퇴하는 달러, 존재감 드러내는 위안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의 제재를 받으며 위안화 결제를 주도하고 있다. 더불어 페트로 달러를 유지해온 사우디아라비아마저 중국에 수출하는 원유 일부를 위안화 결제로 검토하면서 달러 패권 구도에 다시금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위안화는 미국 달러·유로·엔·파운드화에 이어 세계 5위의 국제통화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인민폐의 국제화와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 끝에 2016년부터 IMF의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에 편입됐다. 이후 엔화와 파운드화를 앞지르고 달러와 유로에 이어 세 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여전히 세계 외환보유고의 구성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율은 절대적이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의 최신 기록(2022년 4분기 기준)에 따르면 달러 비중은 58.36%로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위안화의 점유율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2015년 기준 세계 중앙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위안화 준비금은 667억위안(약 110억달러으)로 세계 외환보유액의 약 1%였으나 최근 2.69%로 증가했다.

현재 탈달러 현상의 중심은 중국을 축으로 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 뿐만 아니라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핑크 타이드 부활로 남미 국가들이 위안화 결제 영향권에 속하면서 탈달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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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패권의 균열...페트로 위안 시대 오나

중국은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으로 위안화 국제화를 목표로 삼아왔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본격화됐다. 러시아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력들의 제재에 비달러화 결제를 주도하면서다. 

러시아 주요 은행이 SWIFT(국제은행 간 통신협회)에서 제외되자 중국과 러시아는 양국 간 달러가 아닌 자국 화폐를 통한 거래를 합의했고, 이에 따라 CIPS(중국 국제 결제 시스템) 결제 비중이 급격히 늘었다. CIPS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위안화를 통한 국경 간 결제를 위해 고안한 결제 시스템으로 SWIFT의 대안으로 설립됐다. 상하이증권보에 따르면 지난 1월 국제 전체 결제에서 위안화 거래 비중이 3.2%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 교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은 70%를 웃도는 수준으로 지난해 기준 CIPS를 통한 결제규모는 96조7000억위안(약 14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21.48% 급증한 수준이다. 

특히 올해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위안화 국제화를 도모하기 위해 러시아가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의 거래에서도 위안화를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약속한 바 있다. 여기에 미국의 오랜 우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마저 위안화 결제를 논의하며 국제 결제시장에서의 달러 위상을 흔들고 있다.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위안화를 대출하면서 중국과의 무역 대금 결제 시 위안화를 사용하기로 했다. 

페트로 달러 체제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중심 역할을 했던 만큼 사우디 탈달러 기조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황성영 연구위원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사우디 빈 살만 사이가 좋지 않아 친미 국가인 사우디도 반미 쪽으로 가는 모양새로 페트로 위안으로 갈아타려고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브라질 루이스 아니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오른쪽)과 아르헨티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각) 브라질리아 플라날토 궁전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브라질 루이스 아니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오른쪽)과 아르헨티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각) 브라질리아 플라날토 궁전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부활한 핑크타이드의 달러 탈출 러시

달러 가격변동에 따라 국가 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중남미국의 탈달러 움직임도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제2의 핑크타이드를 주도하는 반미 성향의 브라질은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목표를 분명하게 내세우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 3월 중국과의 무역에서 달러 대신 자국 화폐인 헤알화와 위안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하면서 국제 결제거래에서 위안화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 브라질과 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향후 SWIFT 대신 CIPS를 이용하자는 데도 합의를 이룬 상태다.

또한 아르헨티나는 달러 부족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 1월 중국과 1300억위안(약 24조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중 350억위안(약 6조5000억원)을 자국의 외환 안정화 정책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의 보유 외화 구성에 위안화 비율이 상당 부분 올라가게 됐다. 또한 지난 4월 아르헨티나 기업이 중국제품을 수입할 때 달러 대신 위안화로 결제하면서 달러 보유 부담을 지속적으로 줄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총 5조5732억달러의 중남미 경제 규모에서 브라질의 경제 규모는 1조6000억달러로 가장 크고 역내 경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위안화 결제 비중 확대가 다른 중남미권 국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은 높다.

[사진출처=Digital Yuan e-CNY]
[사진출처=Digital Yuan e-CNY]

새로운 패권 전쟁 ‘CBDC’

2020년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전 세계 65개국 중앙은행의 약 80% 이상이 CBDC 개발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IMF 크리스탈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CBDC는 2023년 연례 회의의 핵심 주제이며 새로운 비전”이라고 밝히고 CBDC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중국은 일찍이 CBDC 개발에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며 ‘디지털 인민폐(e-CNY)’를 통해 새로운 국제 결제시장의 우위 선점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디지털 위안화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세계 최초로 공식 디지털 화폐를 도입했다. 실제 중국은 디지털 인민폐를 공식 화폐로 인정하고 올해 초부터 본원 통화에 포함시켰다. 현재 디지털 인민폐는 약 1위안의 가치가 있다. 

또한 지난해 3월 CIPS에 디지털 인민폐를 도입해 국제 결제시장에서 탈달러화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금융 수준이 낮고 취약한 신흥국들도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효과적인 재정·통화 정책과 결제시스템 대안으로서 CBDC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중국은 디지털 기축통화의 유리한 입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CBDC에 유보적인 입장을 고수했던 미국도 뒤늦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3월 CBDC에 대한 연구를 행정명령으로 지시했다. 황 연구위원은 “미국도 CBDC 채택에 따른 금융시스템과 국익에 잠재적 영향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세계 금융시스템에서 미국의 기술적 리더십을 유지해야 함을 표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한국은행도 세계적 추세에 맞춰 CBDC에 대한 논의와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아직 공식적인 구체적 발행 계획은 밝혀진 바 없으나 지난 2021년 CBDC 금융기관 연계 실험을 시작으로 올해 4월에는 핀테크 기업들과 연계해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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