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최근 인공감미료 아스파탐 위해성 논란이 재조명된 가운데, 당국과 업계는 이번 상황을 주시하며 대응을 준비 중에 있다. 건강 마케팅 붐에 한 차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인공감미료 중 하나인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 즉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s) 물질(2B군)으로 분류할 예정이다. 인체 관련 자료나 동물실험 자료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2B군으로 분류된다. IARC는 오는 14일 아스파탐의 발암가능물질 지정 여부에 대해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유해성 논란 작아도 제로슈가 열풍 등 쓰임새 많아 파장 커

IARC는 발암물질을 과학적 근거 층족을 기준으로 1군(group 1)부터 3군(group 3)까지 분류한다. 발암성 근거가 많으면 1군에 가까워지고 근거가 불충분할수록 3군으로 내려간다. 1군은 인체에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충분한’ 경우다. 담배와 술은 물론 가공육도 여기 해당한다.

2군은 ‘발암추정물질’ 및 ‘발암가능물질’로 구분된다. 2A군 추정물질은 고온 조리 시 생기는 연기, 65도 이상 뜨거운 음료, 붉은 살코기, 야간 근무 등으로 발암성에 대한 일부 제한적인 근거가 반드시 있는 경우다. 아울러 동물 실험과 강력한 발암 요인 등 2개 중 하나가 충족돼야 한다.

2B 발암가능물질은 그보다 심각성 및 과학적 입증도가 떨어진다. 발암성에 대한 일부 제한적인 근거, 동물실험, 강력한 발암 요인 등 3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다. 염장 채소, 휴대용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 등 해당 품목만 해도 322개에 달한다.

3군은 인체에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다. 

즉 발암가능물질의 경우 위험성 정도가 높지는 않다. 이미 2015년 햄과 소시지 등이 더 발암성 등급이 높은 1급 물질로 지정된 바도 있다. 다만, 아스파탐은 현재 산업에서 널리 쓰이고 있고 최근 ‘제로 슈거 열풍’의 주인공으로 각광받고 있는 터라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스파탐은 설탕의 200배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가 낮다. 아울러 가격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아스파탐은 현재 200여개국에서 승인받아 사용되고 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아스파탐을 등 인공감미료 22종을 승인한 바 있다. 

당국, 유해성 기준 변경 준비...업계 대체재 투입 여부 검토 정중동 

우선 당국은 아스파탐과 관련, 불안감을 해소하는 한편 관련 제도 재정비 등 필요 상황에 적극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식약처는 앞서 3일 하루 섭취량 등 자료를 제시, 통상적인 섭취만으로는 발암 우려 분량에 근접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체중이 60㎏인 성인이 다이어트 콜라(1캔 250㎖·아스파탐 약 43㎎ 기준)를 하루에 55캔 이상을 매일 마셔야 일일섭취허용량(ADI)이 초과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막걸리(1병 750㎖·아스파탐 약 73㎖ 기준)의 경우 성인이 하루 33병을 마셔야 ADI에 도달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인의 아스파탐 섭취량은 ADI 기준치 이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온 바도 있다. 2019년 식품첨가물 기준 및 규격 재평가 ADI대비 국민전체 섭취량은 아스파탐의 경우 0.12%로 집계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날 “공식 결과 발표가 나오면 세부 사항을 확인해 관련 규정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WHO 측 발표 내용 외에도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의 대응 등도 참고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위험성이 적은 것은 물론 지정돼더라도 대체 인공감미료가 많아 대응이 어렵지는 않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펩시제로 제품의 아스파탐 사용과 관련, 원료를 생산하는 미국 펩시 본사 측과 긴밀히 협의,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펩시제로 외에는 아스파탐 사용 제품이 없다”고 말했다. 처음처럼새로 등 주류에는 스테비아 등 다른 감미료가 사용된다. 

오리온 관계자도 통화에서 “당사에서는 제품에 따라 극소량만을 사용 중이나, 선제적으로 원료 대체에 착수했다. 아스파탐을 빼는 것은 확정이 된 상황이며 어떤 것으로 대체할지는 내부 논의 중”이라고 상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