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황성영 연구위원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화, 달러 패권 약화 목적
中 대만 침공 시 러시아처럼 SWIFT에서 축출
CBDC 익명성 문제 금융 정책적 선택 통해야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는 러시아 국영 통신사를 통해 “달러 패권이 끝나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중남미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탈달러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제결제망에서 위안화 사용을 본격화 하는 모습이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력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국제 결제 수단으로 위안화를 사용하기로 하면서 탈달러 현상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개발과 상용화에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중국의 디지털 인민폐는 향후 국제화된 결제 수단으로서의 역할 강화로 달러 지위에 대항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탈달러 현상을 짚어보고 CBDC를 둘러싼 기축통화의 미래를 전망해보고자 한다.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최근 탈달러는 미국 은행 파산과 부채한도 문제 등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반미 국가들과 신흥국을 중심으로 진행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은 달러 지배력과 패권에 도전하기 위한 일환으로 일찍부터 CBDC 개발에 착수했으며, 지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디지털 위안화 홍보를 본격화했다. 

이 같은 중국의 행보는 미국을 축으로 한 SWIFT(국제은행 간 통신협회)에 대한 대응과 위안화의 국제화에 목적을 두고 있다. CBDC에 유보적 태도를 보이던 미국도 디지털 위안화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디지털 화폐에 대한 연구를 착수하며 CBDC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들뿐만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도 디지털 유로화의 최종 발행을 앞두고 있어 향후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각국의 디지털 화폐 개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황성영 연구위원을 만나 현재의 탈달러 현상을 짚고 미래 기축통화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황성영 연구위원 ⓒ투데이신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황성영 연구위원 ⓒ투데이신문

-중국인민은행(PBOC)이 ‘디지털위안화(DCEP)’에 노력을 쏟는 배경은 무엇인가.

대표적인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자국민의 자금 사용 데이터 확보를 통한 금융 감독 강화가 목적이란 시각이 있다. 알리바바 등 빅테크 기업이 독점 중인 개인정보나 신용정보를 당국의 영향력 내에 두기 위해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의 디지털 위안화 연동작업이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G2국가 지위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화를 통한 미국의 달러 패권을 약화시키려는 목적이 더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22년 기준 SWIFT에 등록된 국제 은행간 송금 규모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율은 40% 유로화 37%다. 이에 비해 위안화는 3.2%에 불과하기 때문에 위안화의 위상을 높여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흔들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해 러시아가 SWIFT에서 축출되는 핵폭탄급 금융제재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중국은 CIPS(중국이 개발한 국경간위안화지급시스템)를 활용한 위안화 대금결제를 통해 러시아에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 위안화 결제 비중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중국은 전쟁을 기회 삼아 위안화의 위상 강화를 추진하려는 목적의식도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러시아의 대외 수출대금 중 위안화 비중은 전쟁을 전후해서 0.4%에서 16%로 급증했고, 같은 기간 50%를 넘었던 달러화 결제 비율은 30%대로, 유로화는 20%대로 감소했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미국은 최대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무기화하며 러시아와 동일한 조치로 SWIFT에서 중국을 제외시키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CIPS등 비달러 화폐 결제를 위한 새로운 움직임은 다시 반복되리라고 예상된다.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 공화국)와 사우디 등을 중심으로 달러에서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중동 원유거래의 ‘페트로 달러’ 비중을 낮추기 위해 중국은 사우디와 ‘페트로 위안화’를 통한 원유 교역 비중을 늘리는 등 달러패권을 약화시키기 위한 여러 전략들을 취하고 있다. 이외에도 BRICS 국가 간 무역 결제에 달러화 대신 회원국 간의 '초국가 통화' 활용을 논의하면서 공동 디지털 화폐 개발이 논의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현실적 대안으로 국제통화로서 위상이 다소 커진 중국 위안화 사용과 위안화 결제 시스템 CIPS 확대를 추진 중에 있다. 브라질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올해 3월 중국과 브라질 양국 간 무역결제에 달러화 대신 자국통화인 위안화 및 헤알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계산대에 비치된 디지털 인민폐 결제 가능 안내판 [사진출처=KOTRA]
계산대에 비치된 디지털 인민폐 결제 가능 안내판 [사진출처=KOTRA]

-디지털 위안화의 실제 거래 규모는 얼마나 되나.

디지털 위안화 누적 거래액은 2021년말 기준 876억위안(약 16조7000억원)에서 2022년 8월말 1000억위안(약 19조1000억원) 이상으로 14.1% 크게 늘었다. 거래 건수도 3억6000만건에 달한다. 유통량은 2022년말 기준 136억1000만위안(약 2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중국의 전체 현금통화 유통액(10조4700억위안) 대비 디지털 위안화 비율은 아직 0.13%에 그친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12월부터 현금 유통량을 발표하면서 디지털위안화를 포함시켰다. 오프라인 거래처를 늘리고 있고 각 지방정부도 디지털 위안화 사용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중이다.

-CBDC가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CBDC는 중앙은행의 100% 준비금을 바탕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자국 통화와 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고 실물 유통할 필요 없이 전자 태그가 달린 채로 사람들에게 유통되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특히 CBDC는 효과적인 통화정책 운영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기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결정에 따라 은행을 대상으로 간접통제를 했다면 CBDC에 이자를 지급하는 금리체계가 갖춰지면 기준금리 결정에 따라 비은행 뿐만 아니라 민간 경제주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금리 정책의 효율성과 새로운 경로의 양적완화로 유효성을 제고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CBDC의 연구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CBDC 발행은 추가 통화 공급이 아니라 실물 화폐를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에 CBDC 발행 자체가 인플레이션을 유도하지 않는다.

-CBDC의 논의에서 익명성 문제를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 익명성 이슈를 두고 CBDC를 바라보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시각이 크게 차이가 있어 진전이 더디다. 공화당의 경우 거래 활성화와 개인 정보보호를 위해 익명성 보장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익명성 없이 모든 거래에 추적이 가능한 투명성을 바탕으로 부패 방지와 탈세 등을 막는 순기능 강조하고 있다.

익명성 문제는 디지털 위안화가 국제결제 통화로 발전하기 위한 과제이기도 하다. 미국은 중국 정부가 디지털 위안화 거래를 통해 경쟁국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소액 거래를 함에 있어 사용자들의 구매내역을 전부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서 활용성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도 있다. 

비트코인과는 달리 개인별 CBDC 계좌는 익명성이 전혀 없어 당국이 개개인의 화폐 사용내역을 모두 파악 가능하다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따라서 CBDC의 시행은 금융정책적 선택을 통해 해결해야할 이슈로 남아있다. 예를 들어 개인 간 소액거래와 기업단위의 거액 거래를 구분한다든지 하는 이원화 또는 삼원화 정책을 통해 실물 화폐에 비해 최대한 이점을 갖는 방향으로 설계가 필요하다.

&nbsp;샌드달러 자체 홈페이지의 모습. 사용 편의를 위해 앱도 제공한다. [사진출처=샌드달러]&nbsp;&nbsp;
 샌드달러 자체 홈페이지의 모습. 사용 편의를 위해 앱도 제공한다. [사진출처=샌드달러]  

-신흥국들의 빠른 CBDC 도입 이유는 무엇인가.

신흥국과 개발도상국들의 CBDC 도입은 중국보다 몇 년 더 일찍 시작됐다. 예를 들어 바하마의 경우 2020년 10월 20일 최초로 소매용 CBDC인 ‘Sand Dollar(샌드달러)’를 발행해 현재는 화폐로서 완전 통용되고 있고, 동카리브해 통화동맹(ECCU) 지역도 2021년 3월 파일럿 프로그램 형태로 역내에서 공동으로 사용 가능한 소매용 CBDC를 발행한 바 있다. 이들 국가들의 특징은 중앙정부의 약한 리더십과 낮은 금융수준이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자국 화폐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CBDC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80% 이상의 각국 중앙은행들이 CBDC 연구와 실험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여전히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글로벌 110여개국이 CBDC 연구 중이던 지난해 3월에서야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CBDC 연구 착수를 발표했고 아직 연구 중에 있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늦은 출발이며 연구목적도 기축통화국으로서 기술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함이라는 취지다. 다시 말해 너무 많은 국가들이 CBDC 개발에 몰두하니 기술적 대비차원에서 연구에 착수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CBDC는 말 그대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로 실물화폐 대비 이점을 갖는지에 대한 의견이 상충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연구소(OFR)은 지난해 3월 CBDC가 은행의 안정성을 위협한다는 취지를 발표하며 은행 예금이 급감하고 중앙은행이 아닌 시중은행의 역할이 크게 축소될 것으로 우려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실 2022년 7월 발표한 CBDC의 금융시스템 안정화 기여를 기대한다는 발표와는 매우 다른 의견임이 분명하다. 

-CBDC가 도입되면 중앙은행의 역할이 커지면서 시중은행들의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선 CBDC가 도입되고 중앙은행이 CBDC에 직접 금리를 적용하게 되면 시중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져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CBDC의 가장 중요한 쟁점인 익명성이 보장된다면 전통적인 시중은행의 예금보다 경쟁우위를 가질 가능성이 높아 은행의 역할이 지금보다 작아질 수 있다.

-기축통화를 둘러싼 달러와 위안화의 균형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최근 달러화 약세와 각국의 달러패권에 대한 반발심 등이 어우러지는 시기에 중국의 위안화 위상 강화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SWIFT 내 달러 비중이 2022년 기준 45%에 육박하는 반면 위안화는 5%도 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엔화보다 낮은 비중이다. 현재로서는 어떤 통화도 아직은 달러화의 위상에 비할 수가 없어 보인다. 물론 최근 지속되는 탈달러 움직임에 따른 달러 결제 비중이 미세하게 감소하고는 있어서 현 상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에는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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