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대출로 마련된 공사비...시행사 빚 갚는데 써
협의회 “대출 약정 위반 조치 없이 채무이행 통보”

리안월드 빌리지 계약자 협의회가 12일 오후 1시 테헤란로에 위치한 더케이저축은행 본사 앞에서 잔금대출상품 부실관리에 대한 시위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리안월드 빌리지 계약자 협의회가 12일 오후 1시 테헤란로에 위치한 더케이저축은행 본사 앞에서 잔금대출상품 부실관리에 대한 시위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시행사가 원활한 공사 진행을 위해 잔금을 더케이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아 선입금하면 준공까지 이자를 내주기로 했는데, 공사도 중단됐고 이자도 연체돼 신용불량자가 됐다”

리안월드 빌리지 계약자 협의회는 12일 더케이저축은행 본사 앞에서 ‘잔금대출 상품 부실관리’를 규탄했다. 이 시위에 참가한 김모(66)씨는 이같이 억울함을 토로했다. 

리안월드는 석모도 온천관광조성단지 조성사업으로 온천과 숙박시설, 컨벤션센터를 짓는 사업으로 지난 2016년말 수분양자 약 600여명이 분양을 받았다. 그러나 계약자들 대부분 날짜에 맞춰 중도금 납입까지 마친 상태에서 시행사의 자금이 고갈됐다는 이유로 공사는 중단됐다. 

또한 시행사가 처음부터 온천과 상관없는 토지개발행위로 허가를 받은 상태에서 분양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부분의 수분양자들은 이미 2~5억원 정도의 분양대금이 들어간 상태였다. 이후 시공사는 책임준공을 확약하고 준공 후 납부할 잔금을 선납하는 형식으로 계약자들에게 집단 대출을 종용했다.

계약자들 전부 60% 중도금까지 완료된 상태로 잔금 40%만 남은 상황이었고 결국 준공을 희망하는 계약자들이 뜻을 모아 집단 대출 약 322억원이 모집했다. 그러나 계약자들의 대출 선납에도 불구하고 공사는 다시 중단됐다. 

심지어 당초 약속과는 달리 시행사는 약속한 계약자들의 대출이자를 연체했고 대출 연장도 거부했다. 또한 시행사와 시공사가 불법 경영권 다툼에 소송까지 진행하며 계약자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월드베스트파트너스 유승규 대표는 “준공이 안 된 이유는 계약자들의 잔금대출이 이뤄진 후에도 공사비 200억원이 임의로 증액됐다”며 “대출금 322억원 중 140억원 정도만 공사비로 집행되고 150억원은 시행사의 부채를 갚는데 사용됐다”고 말했다. 

결국 계약자들의 잔금대출의 원래 목적이었던 공사비는 절반도 못 쓰이고 시행사의 빚을 갚아주게 된 셈이다.

특히 유 대표는 당시 대출기관도 계약자들의 선택이 아니라 시공사가 시행사와 협약을 하고 더케이저축은행과 OSB저축은행으로 지정된 점을 지적하며 저축은행과 시공사의 전략적인 유착관계 의혹을 제기했다.

리안월드 빌리지 계약자 협의회가 12일 오후 1시 테헤란로에 위치한 더케이저축은행 본사 앞에서 잔금대출상품  부실관리에 대한 시위를 벌였다. ⓒ투데이신문
리안월드 빌리지 계약자 협의회가 12일 오후 1시 테헤란로에 위치한 더케이저축은행 본사 앞에서 잔금대출상품 부실관리에 대한 시위를 벌였다. ⓒ투데이신문

협의회는 “시공사가 책임준공을 하지 않고 약속된 준공 일자를 1년이나 넘게 지난 상황에서 저축은행이 이미 했어야 할 대출 약정 위반에 대한 조치를 하지도 않고 지금까지 편법으로 계속 시공사를 도와주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오히려 피해만 입은 분양자들에게 그 책임을 물어 이자가 연체됐으니 채무를 이행하라는 통보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분양자들은 대출 준공 후 대출 상환, 이자는 시행사 시공사가 맡는 조건으로 대출받아서 대출금을 직접 받아본 적도 없는데 해당 대출로 인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이 찍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는 시장경제 사회에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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