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들, 금산분리 막혀 전환 대부분 어려워...그림의 떡
금산분리 장점보다 산업자본 참여 통한 금융 성장 선순환 더 커
학자들, 글로벌 기준 맞춰 금산분리 한계 재논의 필요 주문 높아

당국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검토한다. 사진은 사진은 전환 수혜대상 1순위로 꼽히는 DGB대구은행 창구 모습 [사진제공=DGB대구은행]
당국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검토한다. 사진은 사진은 전환 수혜대상 1순위로 꼽히는 DGB대구은행 창구 모습 [사진제공=DGB대구은행]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에 당국이 불을 당긴 가운데, 이 움직임이 최종적으로 어디까지 변화 흐름을 이끌어내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윤곽을 드러낸 은행권 과점 체제 깨기 노력으로도 어느 정도 충격파를 금융권에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은산분리’ 내지 ‘금산분리’까지로도 논의 확장이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다만 6일 업계에 따르면 궁극적으로 은행권 과점 문제를 깨기 위한 ‘메기효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시중은행 늘리기 외에 다른 제도들까지 손질하는 큰 틀의 접근은 불가피하다. 이번 발표 외에도 당국은 당장 8월에 금융지주 발전 방안을 내놓을 전망이라, 논의를 빨리 진행할 골든타임이 지금이라는 것.

윤석열 정부가 그간 은행의 공공재 성격 강화 흐름을 강조해 상황에서 일종의 은행 카르텔에 부분적 땜질만 할 게 아니라, 금융업의 경쟁력 강화와 자율적 속성 강화라는 점에서 은산분리 내지 금산분리까지로도 논의를 확대할 필요가 제기된다는 주문도 그래서 나온다. 

은산분리 혹은 금산분리는 공정거래법상 금융사의 의결권 제한, 지주회사의 금융 및 비금융사 동시 소유 금지 등으로 구성된다. 산업자본이 금융업을 영위하는 데 제약을 가하는 것. 산업자본에 의한 은행의 사금고화를 막고(은산분리), 금융자본과 결합된 산업자본의 경제력 집중 강화가 각종 불공정행위를 일으킬 가능성을 차단하자는(금산분리) 취지이나 글로벌 경쟁력 확보 등의 걸림돌도 되고 있다. 

은행 과점 깨기, 지방→시중은행 전환 사례 의미와 한계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일 은행권과 간담회를 열고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최종안을 내놨다. 

이 자리에서는 “핵심은 공정하고 실효성있는 경쟁 도입(금융위 김주현 위원장)”, “위기의식과 비장한 각오로 개선과제 이행에 동참해 달라(금감원 이복현 원장)” 등 당국자 발언에서 보듯 제도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가 천명됐다.

여기서 나온 카드가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의 신규인가를 추진한다는 것. 기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금융회사의 은행 전환을 적극 지원한다는 것이다. 현재 과점 구조인 5대 시중은행 중심 체제의 벽을 깬다는 시도다.

당장 이에 화답하듯 DGB금융지주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발빠르게 진행할 태세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업그레이드되면 장점이 크다. 전국 단위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바꿔 말하면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뜻도 된다.

아울러 저축은행이 경쟁력을 높여 은행과 경쟁할 수 있도록 저축은행간 인수·합병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저축은행 영업규제도 합리화하기로 한 것. 구조조정 목적 또는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경우 영업구역 제한없이 4개사까지 인수를 허용한다.

그러나 한계가 크다. 우선 증권사 등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업무 확대·허용은 결국 추가 검토라는 이유로 다시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은행의 과점을 깨는 조치에 초점이 맞춰졌을 뿐, 은산분리(금산분리) 전반에 대한 논의는 없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위 김 위원장이 지난달 “과거의 은산분리가 현 상황에 맞는지 개선할 필요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대전제를 확인했지만, 이번 대책에선 여기에 대한 접근이 사실상 없다는 것.

결국 은행권에 일정 부분 경쟁을 유도하는 듯 보이나, 다른 업권의 요청 사항 반영 즉 은행 업무 중 일부의 양보 등은 없어서 은행 중심 사고관은 큰 틀에서 유지된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은행업 발전을 위해서는 금산분리 틀을 깨 타업종과의 융합은 물론 산업자본의 유입을 도모해야 한다는 학자들의 지적이 나온다. [사진출처=뉴시스] 
은행업 발전을 위해서는 금산분리 틀을 깨 타업종과의 융합은 물론 산업자본의 유입을 도모해야 한다는 학자들의 지적이 나온다. [사진출처=뉴시스] 

학자들, 지방→시중은행 전환해도 기업 참여로 자본금 확충 필요 시각

이는 이미 당장 이번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자체가 반쪽자리 우려를 사는 것을 생각해 보면 쉽게 그 문제점을 수긍할 수 있다. 

당장 대구은행보다 규모가 큰 부산은행만 해도 이번 전향적 전환 조치가 그림의 떡인 처지다.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 지분이 4%를 넘으면 안 되는데, BNK금융 지분 중 롯데 관계사 지분은 1분기 기준 이미 11%대다. 그렇다고 당장 7% 남짓 지분을 파는 것도 여의치 않다. 이 같은 사정은 전북은행 등도 마찬가지다. 삼양사가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지주사인 JB금융지주의 지분 14%선을 품고 있어서다.

몸집 크기도 문제다. 전국 영업을 통해 앞으로 영업을 넓은 영역에서 잘 하고 자금 조달을 쉽게 하는 것은 장점이지만 자본금 확충을 해야 전국 무대에서 경쟁력이 있지 않겠느냐는 허들을 먼저 넘어야 한다는 우려 또한 높다.

대구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은 4조8200여억원. 리빙뱅크들인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자기자본이 각각 30조원을 상회한다. 이때 결정타가 되는 것이 바로 4%룰, 즉 은산분리 내지 금산분리 논의다. 은행지주에 대한 산업자본 지분 4% 제한 조건 등을 감안할 때 자본 확충에 힘을 보탤 후보군에서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대기업(산업자본)은 바로 제외되는 셈이다.

산업자본이 은행의 돈을 쌈짓돈처럼 빼 쓰고 싶어한다는 가능성을 일반화하는 것도 이제는 시대적으로 맞지 않다. 이미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의 유보금 규모를 보면, 은행 대출에 목말라하던 1980년대까지의 수출성장시대 기업 상황과 이에 기반한 금융과 산업간 구도는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은행들이 지금 사회적 지탄을 받는 것처럼 이자수익에 매몰되고 여기에만 안주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비금융업 진출을 허용해 비이자이익을 키울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양준모 교수는 “은행보다 더 건실한 산업자본이 은행에 자본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은 제도적 한계”라고 본다. 오히려 “주주가 자본금을 더 많이 투자할수록 은행은 더 건전해지고 도덕적 해이는 약화하므로 산업자본의 (금융기관) 사금고화를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세종대 경영학부 김대종 교수는 “금산분리와 함께 은행·증권·보험 업종 간 장벽 제거를 해야 금융 경쟁력이 높아진다”면서 애플이 소매금융에 진출해 예금을 최대 3억3000만원까지 받도록 허용된 미국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예를 든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강성진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최대주주에 등극하고 싶었던 KT와 최대주주 자리를 내려놓는 방안을 추진한 한국금융지주의 노력이 모두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틀어졌던 사례를 주목한다. 강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대에 걸맞은 금산·은산분리 원칙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내놨다.  

금산분리 제약이 산업의 금융 지배 가능성을 막는 외에도 금융지주가 금융과 관련있는 산업에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할 수 없도록 하는 문제도 있었다. 이종융합 발전 등에 한계가 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8월 금융지주 제도 개편 논의 때, 비금융회사에 대한 지분투자가 15%까지 허용된 것과 공평한 선에서 지주사의 타업권 투자 범위도 늘어날지 주목된다.

윤석열 정부가 금융 개혁이 주로 공공재 역할 강조(“은행은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에 머물러 왔는데, 금융의 글로벌 발전 속도 맞추기라는 더 큰 측면으로 이제 나아가야 한다는 주문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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