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법 원칙 아래 연말까지 소급법 허용 절충안
수익 급감 우려하던 일부 손보사 부담감 덜어줘

7월 27일 열린 새 회계기준(IFRS17) 가이드라인 회계처리 관련 설명회 장면. 금융감독원 이명순 수석부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감독원]<br>
7월 27일 열린 새 회계기준(IFRS17) 가이드라인 회계처리 관련 설명회 장면. 금융감독원 이명순 수석부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감독원]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말 많던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한 가이드라인 적용 방법이 일단 윤곽을 드러냈다.  전진법이 사실상 기본원칙으로 채택돼 눈길을 끈다. 다만 소급법 적용을 주장했던 보험사들로서는 다만 본격적인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시기가 2분기 아닌 3분기여서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이번 가이드라인을 3분기부터 반영하기로 한 점을 고려할 때, 하반기에 어느 보험사들이 호실적을 이어갈지 판단하는 것도 새 관전 포인트로 관심을 모은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이드라인 적용 방법 교통정리가 이뤄진 것의 단초는 보험사들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데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이른바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불거졌던 것. 보험사별 실손보험 계리적 가정 등을 점검한 결과, 보험사별 계리적 가정 산출기준이 크게 상이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는 지난 5월 당국이 IFRS17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게 된 이유가 됐다. 하지만 막상 가이드라인 적용을 놓고 이견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 됐고, 결국 지난달 27일, 금융감독원은 보험사 CEO, 생명·손해보험협회장 및 회계법인 감사부문 대표를 대상으로 ‘IFRS17 가이드라인 회계처리 관련 설명회’를 열기에 이르렀다. 

즉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을 전진 적용할지 소급 적용할지에 대해 회계처리 방식에 대한 보험사들의 입장이 엇갈린 점을 재차 풀어야 할 정도로 논쟁이 치열했다는 뜻이다.  

전진법 vs 소급법...차이 놓고 수익성 지표 수천억 영향 논란 불거지기도

즉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을 전진 적용할지 소급 적용할지에 대해 회계처리 방식에 대한 보험사들의 입장이 엇갈린 점을 재차 풀어야 할 정도로 논쟁이 치열했다는 뜻이다.  

전진법은 회계변경 효과를 과거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향후 공시될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반대로 소급법은 회계변경 효과를 과거 재무제표까지 전체적으로 반영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미 공시된 1분기 순이익을 다시 계산해 정정하는 것으로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이후 실적과의 편차가 줄어들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업권별 이견은 물론 같은 업권 내에서도 존재하는 입장차였다. 당국은 가이드라인을 바로 2분기부터 적용하는 전진법 사용을 내심 바랬던 것으로 해석된다. 생명보험업계는 이런 전진법 적용에 큰 불만이 없었다. 손해보험업계에서도 삼성·메리츠화재는 전진법을 주장했다. 다만 나머지 손보사는 소급법을 바라면서 논쟁이 일었다.

소급법을 바라는 측의 견해는 1, 2분기 간의 재무제표 격차가 업황과 무관하게 커진다면 비교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우려에 기반한다.

손보업계에서 이런 주장이 대두된 요인도 따로 있다. 이른바 실손의료보험에서 문제 소지가 크다는 공포감이 작용했던 것. 미래 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 때문인데, 보험사들의 1분기 실적 호조 논란은 IFRS17 적용 자체만이 아니라 자의적으로 CSM을 과다 산출해 순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함께 낳았다.

IFRS17에서 다른 이익 지표는 부풀리더라도 단기간 이후 결국 실제 상황에 수렴하게 된다는 점에서 수정을 가하도록 압박해도 파장이 작을 수 있다. 하지만 CSM 문제는 보다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높다. 회사에 따라 수천억원 단위로 수익성 지표가 줄어들 수도 있는 민김한 문제였던 것. 결국 당국이 내심 원하는 전진법을 적용하도록 밀어붙일 사정은 아니었던 셈이다.

금감원 이명순 수석부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설명회에 업계를 불러모은 가운데, “보험사별로 회계변경 효과의 전진 또는 소급 적용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일부 보험사는 가이드라인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돼 회계처리 원칙을 마련했다”고 상황에 대한 고심을 드러냈다. 이어 “회계변경 효과의 처리와 관련해서는 전진 적용을 원칙으로 하고, 올해 연말 전까지는 공시강화 등을 조건으로 비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당국은 자율성에 입각한다는 논리로 새 회계제도를 도입했으므로 획일적으로 기준을 정해주는 데 부담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보험사 간 실적 등에서 신뢰성 있는 비교가 안 되는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는 필요에서 절충점의 기준은 만들어 줘야 한다는 요청에 주목한 셈이다.

당국은 IFRS17 가이드라인에 대해 올해까지는 소급 적용 길을 열여줬다. 다만 IFRS17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회계변경 효과는 전진 적용이 원칙이며, 내년부터는 전진 적용을 해야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것으로 타협점의 ‘원칙’을 찾았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소급법의 일부 인정, 즉 회사와 감사인이 재무제표를 소급해 재작성하는 방식이 경제적 실질을 표현하는데 보다 적합하다고 판단한 경우 기존에 제출한 재무제표를 소급해 재작성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우선 한숨 돌리는 기류가 감지된다.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가이드라인 적용 시기와 기준 [사진제공=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가이드라인 적용 시기와 기준 [사진제공=금융감독원]

2분기까지는 관망...3분기 성적표부터가 관건 ‘예실차 주목’

이에 따라 회사별 차이점 중에 예실차(예상보험금과 실제 발생보험금 간의 차이) 확대 수준에 대한 주목 필요성이 제기된다. 

올해 2분기 보험사 실적은 1분기에 비해 큰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즉 회계제도 전환 효과가 본격적으로 작용하는 결과물은 오는 3분기가 돼야 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 2분기 실적에는 대부분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지 않고 발표한 때문으로, IFRS17 도입하에서의 보험사 실제 성적은 오는 3분기 실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생명보험사는 단기납 종신보험의 판매 과열 여파로 예실차 확대 가능성이 있다. 손해보험사들은 무해지·저해지 상품의 손해율 상승으로 인한 예실차 확대 가능성이 바뀐 환경에서 회사별 희비를 가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안타증권 정태준 연구원은 “예실차가 크면 CSM 조정 역시 클 수 있기 때문에 예실차가 적은 회사가 더욱 높은 실적 가시성을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주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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