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 하락에서 알고리즘 매매와 DMA 채널 거래 의심”
금감원장 “특별단속반 가동, 불공정행위 집중 점검"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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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국내 연구진들에 의해 개발됐다는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로 시장의 주목 받았던 관련주들이 연일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페닉셀의 투매로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는 관측과 함께 제2의 시타델 DMA(Direct Market Acess) 사태가 재현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장참여자들 사이에서 초전도체 관련주로 분류된 서남은 전날 하한가를 기록한데 이어 전 거래일 대비 1660원(-18.8%) 하락한 71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서남은 초전도체와의 관련성을 공식적으로 부인했음에도 급등을 이어간 바 있다. 덕성(-7.14%)과 모비스(-1.42%), 아모텍(-0.99%) 등도 일제히 하락하며 거래를 마감했다.

초전도체 관련주로 시장참여자들의 관심을 받은 서남의 추가 추이 [사진출처=네이버증권]
초전도체 관련주로 시장참여자들의 관심을 받은 서남의 추가 추이 [사진출처=네이버증권]

초전도체의 진위에 해외 연구소들이 잇따라 의문을 제기하면서 그동안 급등했던 관련주들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질이론센터(CMTC)가 트위터를 통해 “LK-99는 실온에서도 초전도체가 아닌 매우 높은 저항성을 가진 재료”라고 발표한 바 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CMTC가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관련주들이 급락하고 있는데 향후 주가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 있어 리스크에 대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특히 이번 급락이 단순히 이슈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관측도 나왔다.

유안타증권 고경범 연구원은 “메릴랜드 CMTC의 발표 뉴스가 주가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관련주 급락이 진행된 시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초전도체 관련주들의 주가 하락은 전날 2시 이후부터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짧은 시간 내에 마무리 됐는데 특히 2시12분 경의 매도 주문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고 연구원은 “이미 7거래일 간 회자 된 이슈인데다 다수의 개인투자자 분포를 감안하면 8분의 조정시간은 극히 짧다”며 “패닉셀의 투매로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이고 해당 테마로 시세를 견인한 기존 매수자의 매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해당 종목들 대부분 펀드 기반의 기관, 외국인이 투자하기에는 규모가 작은 종목이고 공매도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사진출처=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사진출처=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특히 고 연구원은 관련주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짧은 시간의 거래량 폭증과 호가 하락에서 알고리즘 매매 및 DMA 채널 거래를 언급하며, 제2의 시타델 사태와의 유사성을 지적했다. DMA는 주문집행 소요 시간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투자자가 거래소 전산시스템에 회원 명의로 주문을 전송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 시타델의 계열사인 시타델증권은 지난 2017년 10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메릴린치 서울지점 창구를 통해 DMA를 활용한 호가, 체결 정보를 입수해 호가 생성과 취소를 단기간에 진행하는 알고리즘 매매 방식으로 시장 질서를 교란한 바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총 264개의 종목에 6796회에 달하는 거래를 확인했고, 해당 거래에서 반복적인 고가물량 소진 매수와 호가 공백 메우기로 관련주의 상승 및 하락이 자주 진행된 것을 포착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올해 1월 1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 결정했다. 

고 연구원은 “최근의 시장 상황은 알고리즘 매매로 의심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견되고 있다”며 “투자자보호를 위한 당국의 조치가 마련돼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관련주들의 변동성이 확대되자 금융감독원 이복현 원장은 최근 테마주를 중심으로 과도한 레버지리 증가와 투자자 쏠림 등 비정상적인 주식시장 과열 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 허위 풍문 유포에 대해 특별단속반을 통한 집중 점검을 주문하고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조사국을 중심으로 철저히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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