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학교폭력예방연구소 정재준 소장/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겸임교수<br>
▲ 한국학교폭력예방연구소 정재준 소장/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겸임교수

교권 추락은 최근의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고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한두 가지 요소에 의한 것이 아닌 종합적이고 복합적인 요인들에 의해 추락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과거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와 같은 이념 즉, 권위주의 체제의 교육관을 가진 일부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현재의 교권 추락을 지적할 때는 교사의 학생에 대한 체벌권 내지 징계권을 언급한다. 사실 1998년 초중등교육법 시행 이전에는 우리 법원은 체벌을 징계의 일종으로 파악하고 체벌의 정도가 상해가 아닌 폭행 정도일 경우에는 형법 제20조에 따른 정당화 사유 중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체벌을 허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초중등교육법 시행 이후에도 체벌을 징계와 구분하는 정도로 나아갔을뿐 역시 형법 제20조에 따른 정당화 사유 중 법령에 의한 행위로서 불가피한 경우에는 허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2010년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2011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의해 학생 체벌이 전면적으로 금지됐다. 이 규정들에 의해 법원 또한 교사의 체벌을 법령에 의한 정당화 행위 요소로서는 더이상 인정하지 않게 됐다. 학생 생활지도에 있어서 교사의 체벌권을 현실로 받아들였는데 이것이 상실된 것이다. 교사의 체벌권 상실이 직접적 교권 추락의 원인으로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교사의 학생에 대한 가혹한 체벌, 나아가 교사의 학생인권 침해 그리고 촌지 수수 등 교사 비리와 같은 누적된 경험들은 “교사와 공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교권 추락의 원인에 대한 하나의 축을 이루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른 한 축으로는 국제적 표준에 적합한 아동인권, 학생인권 등을 규정하는 과정에서 아동복지법, 아동학대법 등 “법령 체계의 불완전 혹은 정착 미비”로 인한 교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하는 것이다. 실재 아동복지법에 제3조에서 정서적 가혹행위와 아동 방임행위를 아동학대라고 하는데 이에 대한 정의가 추상적이고, 제17조 5호 정서적 학대행위, 6호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처벌한다고 하는데 이 또한 교사의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와 관련해 구분하기 어렵다. 교사의 아동에 대한 형법상의 폭행, 모욕, 명예훼손, 재물손괴도 아동학대범죄로서 형법보다 우선 적용되게 된다. 따라서 아동학대법에 의한 가중처벌과 수강명령 또는 이수명령을 병과 받을 수 있다. 예컨대 훈계 목적 단순 체벌은 폭행죄로 처벌될 수 있으며 학생의 잘못을 꾸짓는 사실적시 언급도 동법의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수 있다. 나아가 학생이 교사에게 폭력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교사가 방어를 위해 반격을 하더라도 해당 교사는 아동학대범(폭력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 이에 비해 교사에게는 학생에 대한 직접 징계권이 없다(교장에게 학생징계권 있음, 초중등교육법 제18조). 이런 법 규정상의 문제는 교사의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를 사실상 어렵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교사가 학생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간접 체벌(복도에 서있게 하기 등)을 하게 하면 법원에서는 실제로 해당 교사를 처벌하고 있다. 교사가 학생지도를 더욱 움츠리게 만드는 실질적 원인이 된다.

이와 같은 교권 추락의 종합적인 논의는 그 근본적인 원인이 “교사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약화”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교사는 인성교육, 교과교육, 생활지도, 입시지도 등에서 정보와 권한이 가히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교과교육을 대체하는 전문학원과 인터넷 교육강좌가 넘쳐나고 있고, 교육적 정보도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보편적이 됐다. 나아가 진로지도 전문가와 입시지도 전문가 등의 조력을 받을 수 있으므로 그만큼 교사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고 그들의 역할이 좁아졌다.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는 권한이 약화된 것과 동시에 학생(아동)의 인권 보호가 한층 강조된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약화된 교사에 대한 사회적 위치를 간파하고 있는 영민한 학부모가 악성 민원을 바탕으로 교권을 침해하고 있다(특히 초등학생 학부모의 경우 80%). 이는 일부 인성교육 미달인 학생들도 교권 침해(특히 중학생의 경우 58%)에 합류한다. 이러한 민원에 관리자들은 자신의 민원 처리에 급급하는 경향이 있어서 교사의 편에 서기 힘들다. 따라서 몇몇 법령을 개정한다고 교권이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더 이상의 교권 추락을 막고 교권 침해의 결과로서 발생하는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법령 체계의 개정이나 제도 개선은 필요하리라 본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교권 회복을 위한 논의에서 학생 인권을 낮춰야 교권이 우월해진다는 반비례적 관계의 사고는 지양해야 한다. 교사가 행복한 교실에서 학생의 인권도 존중된다는 상생의 사고방식을 지향해야 한다. 학교가 입시나 성적 평가 서열의 각축장(Arena)이 아닌 인성교육의 온실이 돼야 한다는 교육백년대계(敎育百年大計)에 변함이 없어야 그나마 교권이 긍정적 방향으로 전환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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