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퇴직자 단체, 휴게소 이권 카르텔
도성회 회장·자회사 사장 모두 공사 임원 출신
지난해 6억 번 자회사, 도성회에 8억 배당해
국회서 질타 받아도 ‘버젓이’ 전관 혜택

경상북도 김천 혁신도시에 있는 한국도로공사 본사 사옥. [사진출처=뉴시스]<br>
경상북도 김천 혁신도시에 있는 한국도로공사 본사 사옥.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의 철근 누락 사태로 정부가 ‘전관 카르텔’ 철폐를 기치로 삼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로공사도 전관 특혜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도로공사에는 퇴직자 단체인 ‘도성회(道城會)’가 있다. 퇴직자끼리의 단순 친목회가 아니다. 민법 제32조에 따라 1984년 국토교통부(당시 건설부)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았으며 1986년 자회사인 한도산업주식회사(현 H&DE)를 설립했다.

도성회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본금 35억원의 자회사 H&DE를 통해 휴게소와 주유소 등 고속도로 관련 각종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이 4일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도성회는 자회사를 통해 연간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퇴직자들은 연 8억원의 이익을 배당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성회 정관에 따르면 도로공사 임원 및 10년 이상 재직 후 퇴직한 직원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으며 3000여명이 가입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성회 회장은 대대로 도로공사 사장 출신이 맡아 왔다. 현재는 도로공사 사장, 국토해양부장관을 지낸 권도엽 전 장관이 회장을 맡고 있다. 자회사 H&DE는 도로공사 혁신성장본부장 출신인 이창봉 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도성회 회장은 도로공사 사장 출신이, 자회사는 본부장 출신이 물려받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국토교통부 출신으로 철도청장과 도로공사 사장을 거친 손학래 전 사장이 도성회 회장직을 맡은 바 있다. 이때 자회사 대표이사는 도로공사 본부장 출신 정민 사장이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도성회는 H&DE을 100% 출자했으며, H&DE는 서울 만남의 광장(부산방향) 휴게소를 비롯한 9곳의 고속도로 휴게소와 1곳의 주유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H&DE가 42.5%를 출자한 HK하이웨이를 통해 평택(제천방향) 휴게소·주유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100% 자회사인 더웨이유통을 통해 식자재마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H&DE 공시자료에 따르면 H&DE는 2018년 1257억원, 2019년 1252억원, 2020년 1050억원, 2021년 1105억원, 2022년에는 125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H&DE는 고속도로 휴게소 등을 운영해 얻은 이익을 도성회에 배당하고 있다. H&DE는 2020년 당기순적자는 11억 2600억원, 2021년 9억 5300만원 적자를 기록했으며 지난해는 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도성회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도성회는 자회사가 적자가 났던 2020년에는 8억 8000만원, 2021년과 지난해에도 8억원을 배당(배당성향 131.86%)해 당기순이익의 1.3배를 도성회에 배당했다.

유 의원은 “H&DE가 작년 당기순적자를 기록하거나 올해 당기순이익의 1.3배를 도성회에 배당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휴게소 사업을 통해 사내에 충분한 이익잉여금을 적립했기 때문”이라며 “H&DE는 2021년말 기준 197억6000만원, 2022년말 기준 180억1000만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성회는 이미 여러 차례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아왔다.

지난 2014년과 2015년, 2017년에는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도로공사의 전관예우가 지속된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2017년 당시 도로공사 신재상 사장 직무대행은 “도성회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는 저희들이 완전 폐지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도성회에 대한 특혜 의혹이 논란이 이어오고 있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국민의 혈세로 고속도로를 건설·관리하는 도로공사가 퇴직자 단체에 휴게소 운영권을 내어준 것”이라며 “국토교통부는 도로공사와 도성회 및 자회사와의 이권 카르텔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보는 도로공사 측에 도성회와의 관계 및 휴게소 운영 민간업체 선정 등에 대해 질의했지만 별도의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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