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발치서 바라보니 ‘잔잔한 파도’와 닮은 세어도
끊임없이 늘어나는 길고양이 문제…대책조차 없어
임시 선착장 더부살이 세어도…올해로 벌써 4년 넘어
2019년 이후 일반 출입 통제…관광지화는 언감생심
섬 홍보물 접하는 일반인, 방문조차 어려운 아이러니

 465中240. 전체 465개 유인도서(有人島嶼) 중 여객선이 경유하지 않는 미기항 도서는 240개로 조사됐다. 여객선이 경유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람의 발길이 끊겼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외딴 섬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보다, 섬 밖으로 나가는 사람이 많다. 그 탓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도, 오고 갈 대중교통도, 아이들이 뛰노는 학교도, 장을 볼 마트도 없다. 말 그대로 불편투성이다. 그럼에도 사람 사는 냄새만큼은 물큰 풍겨온다. 465개의 섬 중 배가 닿지 않는 240개의 섬. 이 외딴섬에는 사람이 살았고, 또 사람이 살아간다. 여기, 사람이 산다. <편집자주>.

세어도를 오가는 행정선 정서진호의 선장 뒷모습&nbsp;ⓒ투데이신문
세어도를 오가는 행정선 정서진호의 선장 뒷모습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인천광역시 서구의 유일한 유인도 세어도는 도심 속 숨겨진 오지로 통한다. 육지에서 약 700m가량 떨어져 있어 뱃길로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접근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10년 전까지만 해도 전기와 수도도 들어오지 않을 만큼 문명과 거리가 멀어 우수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자연과 사람을 품에 안은 세어도 속 삶은 바삐 흐르는 도심과 달리 잔잔한 파도와 매우 닮아 있었다.

면적 0.408km2, 약 20명 내외의 적은 인원이 살고 있는 세어도는 크지 않은 섬이지만, 갯벌과 산책로 등 내실이 뛰어나 누구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힐링 명소’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 2019년 ‘어촌 뉴딜사업 300’에 선정되면서 현대화를 통한 관광지로서 탈바꿈을 준비 중이다. 일반에게 제공되지는 않지만, 주민들을 위한 행정선도 하루 1회 착실히 운행되고 있다. 시민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부지런히 새 옷을 갈아입는 세어도지만, 그 품 안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은 여전히 불편 속에서 살고 있는 실정이다.

밤낮 가리지 않고 울어대는 고양이들로 인해 마을 주민들은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현재 세어도에 살고 있는 명확한 고양이 개체수는 조사된 바 없지만, 실제 기자가 섬에 방문했을때 육안으로 확인되는 고양이 수만 어림잡아 50마리 이상이다. 마을 주민들은 길고양이들이 가여워 힘을 합쳐 이들을 보살피지만, 늘어만 가는 개체수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또, 지난 2021년 잠깐 일반에 공개된 세어도는 코로나19 여파로 주민들의 감염이 우려돼 현재 출입이 제한 된 상태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퍼졌던 당시부터 지금까지 일반의 공개를 잠시 쉬어 가고 있다. 그 탓에 분주했던 세어도의 탈바꿈도 일시정지다. 여행작가나 인플루언서를 통한 활발한 홍보를 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세어도는 너무나도 조용하다. 

세어도를 오고 갈 수 있도록 돕는 선착장 신축마저 지지부진하다. 수년째 선착장 터를 잡지 못한 ‘세어도 선착장’은 현재 경인항 임시 선착장에서 더부살이 중이다. 경기 김포시 양촌읍에 있던 세어도 선착장은 2018년 파도로 부잔교가 파손된 이후 지금까지도 사용이 중단된 상태다. ‘선착장으로 쓰기에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관광지로 변모하기 전,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여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주민들의 몫이다. 

무수히 늘어난 길고양이를 챙기는 마을주민. 고양이를 키우는 일은 모든 이들의 일이 됐다 ⓒ투데이신문

세어도는 한국의 고양이 섬?…주민들은 고통 속에 산다

“밤 낮 없이 고양이들이 울어대는 바람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 중성화라도 시켜 늘어나는 개체수를 억제하고 싶은데, 이마저도 쉽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세어도에 첫 발을 내딛으면 반기는 이는 사람이 아닌 고양이다. 그만큼 사람 수보다 고양이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발길이 닿는 곳곳에 크고 작은 고양이들이 외지인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세어도 주택의 벽화에서는 고양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만큼 고양이는 세어도의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여행지, 명소 등을 소개하는 한 여행 홍보 홈페이지에선 세어도를 ‘고양이 천국인 한국의 고양이섬, 세어도’라고 소개한다. 이뿐만 아니라 유명 여행작가들도 세어도의 고양이를 꼭 언급하고 이들을 다시 보기 위해 다시금 세어도에 방문할 의사가 있다고 말할 만큼 세어도와 고양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지만, 마을 주민들은 이와 달랐다.

세어도 주민 A씨는 “과거 세어도에 새롭게 자리 잡은 한 사람이 고양이 두 마리를 데리고 와 키웠는데, 그 고양이들이 번식해 이렇게까지 개체수가 늘어난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분변으로 인한 악취와 소음, 농작물 손상 등 불편은 고스란히 우리 몫이 됐다. 울음소리로 인해 밤잠도 설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래도 이 길고양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나, 나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오며 가며 사료나 음식들을 챙겨주고는 있지만 언제까지 이 일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최소한 개체수를 억제할 수 있는 중성화 수술이라도 지자체 차원에서 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이렇듯 섬 지역의 고양이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공통된 양상을 띤다. CNN이 선정한 세계 5대 고양이 성지인 일본의 타시로지마와 가가와현의 오기지마에서도 세어도와 같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만, 각 지자체에서 발 빠르게 무료 중성화 수술을 진행해 발정에 의한 싸움과 영역표시 등이 줄어드는 효과를 누렸다. 고양이와 함께 지속 가능한 삶을 누리기 위한 지자체의 섬세한 노력이다.

국내의 경우 ‘고양이 학교’가 또 다른 모범적인 대응책으로 손꼽힌다. 경남 통영시 한산면 용호도에 개소한 ‘공공형 고양이 보호·분양센터’인데,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고양이 전문 보호시설이다. 현재 이곳에는 통영 지역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에서 구조된 고양이 30마리를 보호 중이다.

통영시는 이 시설에서 고양이를 최대 120마리까지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는 통영시동물복지플랫폼에서 수시로 보호 중인 고양이를 일반인에게 분양할 계획이다. 이는 동물 생명권 보호, 폐교 활용 인간과 동물의 공존, 섬 활성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사업으로도 통한다.

반면 인천 서구청은 세어도의 길고양이 대응책을 전혀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서구청은 마을 주민들이 직접 고양이를 포획해 데려온다면 중성화 수술 진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민 수도 적고 대다수가 노년층이다보니 직접 포획도 어려워 이에 따른 인력과 수술을 진행할 의사도 필요하지만 이에 따른 지원은 어려운 현실이다. 

인천 서구청 축산동물팀 관계자는 “현재 길고양이 관련해 세어도에 특별히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없다”며 “다만 세어도 주민의 길고양이 중성화 요청으로 길고양이 포획에 필요한 포획틀 등 도구들을 지원한 사례는 있다. 추후 민원이 지속될 경우 관련 사안에 대해 논의해 보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마을 주민분들이 직접 길고양이를 포획해 데려온다면 중성화 수술은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직접 포획해 오신 분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직접 지자체 차원에서 섬에 들어가서 진행하기에는 수술을 진행 할 의사와 포획을 할 인력이 필요해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기획팀 최인수 활동가는 “세어도 길고양이 문제에 대한 인천 서구청의 대응은 매우 수동적”이라며 “이를 계속해서 방치해 둔다면 생태계 교란뿐만 아니라 해결을 위한 사회적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지자체 차원에서 책임감을 갖고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임은 분명하다”며 “마을 주민들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힘겹게 고양이를 보살피고 있는 만큼 관련 사안에 대해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논의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경인항에 위치한 세어도 임시선착장.&nbsp;ⓒ투데이신문
경인항에 위치한 세어도 임시선착장. ⓒ투데이신문

헛스윙 연발 관광지 탈바꿈…수년째 임시 선착장 쓰는 세어도

“이 자그마한 마을에 선착장 하나 짓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3년이 넘도록 공사는 하고 있는데 완성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으니 도대체 예산을 어디다 쓰는지 알 방법이 없다”

지난 2019년 인천 서구 안암도 유수지 인근에 위치한 세어도 선착장의 운영이 중단됐다. 선착장의 부잔교가 조수 간만의 차로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파손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어도를 향하는 행정선 정서진 운항도 덩달아 멈췄고, 선착장도 임시 폐쇄됐다. 시간이 흘러 경인항 관리부두에 임시 선착장을 마련해 운항을 재개했지만 세어도를 위한 정식 선착장은 여전히 공석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올해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세어도 임시 선착장 사용 승인 기간을 기존 1년에서 4개월로 단축함과 동시에 세어도 선착장 신축에 대한 예산 확보 계획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서구에 전달했다. 세어도 임시 선착장의 경우 인천해수청의 승인을 받은 뒤 이용이 가능한데, 이렇게 정식 선착장 없이 운영된 기간만 벌써 4년이 넘었다.

임시 선착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경인항은 인천해수청의 소유로 무역항으로 사용되되다보니 정식 선착장 설치가 어렵다. 이에 더해 오는 2026년 행정 체제 개편으로 세어도가 서구와 검단구 중 어느 지역구에 편입될지도 미지수다. 그렇기에 정식 선착장이 어디에 위치할 지도 남은 과제다. 

이렇듯 서구에서 진행 중인 세어도 선착장 신축 사업의 진전이 보이지 않자 인천해수청은 직접 신축 사업 추진을 촉구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경인항에 위치한 임시 선착장 이용이 힘들어질 경우, 주민들은 동구에 위치한 만석부두를 이용해야 한다. 만석부두를 이용할 경우 세어도까지 약 1시간이 소요된다. 세어도까지 약 10분이 걸리던 임시 선착장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결국 주민뿐만 아니라 추후 세어도를 방문할 관광객들에게도 큰 불편을 야기한다. 구는 세어도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약 30억원을 투입하는 등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세어도를 오가는 정식 선착장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마을 주민 B씨는 “세어도의 정식 선착장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관광지로 탈바꿈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데 순서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가끔 방문하던 관광객들마저 이제 발길이 모두 끊겨 과연 세어도 개발에 공무원들이 진심으로 임하는지 의아하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지적에 서구청은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부지를 찾는 과정에 돌입한 상태다. 다만, 선착장 사업을 최종 담당할 부서가 아직 결정되지 않아 세어도 선착장 준공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구청 경제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세어도 선착장 사업을 담당할 부서를 선정하는 과정 중에 있다. 추후 업무 부서가 정해지면 해당 부서에서 선착장 부지를 검토하고 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임시 선착장 부지를 선착장으로 활용한다면 가장 효율적이지만 경인항의 경우 무역항이라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직접 만석부두, 연안부두 등에서 행정선을 이용해보니 세어도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주민들의 불편이 상당할 것으로 보여 최적의 부지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착장 공사의 경우 다양하게 고려할 부분이 많아 다소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 선착장 공사와 관련해 혼동이 없도록 추후 주민들을 직접 만나 뵙고 얘기를 나눠보겠다”고 말했다.

방문객이 없어 한적한 세어도. 한 마을주민이 마을을 거닐고 있다&nbsp;ⓒ투데이신문
방문객이 없어 한적한 세어도. 한 마을주민이 마을을 거닐고 있다 ⓒ투데이신문

세어도 출입 통제·어촌체험 마을 중단누구를 위한 홍보물인가

세어도의 경우 서구의 어촌마을로서 갯벌체험과 둘레길 등이 조성돼 관광객의 유입이 많을 것으로 기대되는 섬이다. 그렇기에 홍보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는데, 정작 홍보 실효성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현재 수년간 일반의 출입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관행적인 홍보물 제작과 더불어 배부 대상자 조차 없는 홍보 책자가 얼마나 효율적이냐는 지적이다.

지난 2월 13일부터 3월 10일까지 19일간 세어도 사업 업무처리 전반에 대해 운영 특정감사가 실시됐는데, 이 중 세어도 어촌체험마을 관리에 따른 비용 지출에 관한 사항이 주요 감시사항으로 지목됐다. 방문객 출입 통제 및 어촌체험 마을이 일시 중단된 상황 속에서도 홍보물의 관행적 제작과 동시에 제작 및 배부에도 소홀했다는 이유에서다.

세어도의 경우 지난 2009년부터 2022년까지 어촌체험마을 활성화와 관광객 유입을 위한 홍보물을 제작해 왔다. 해당 사업에는 연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됐고, 제작된 홍보물은 서구민들에게 배부돼 왔다. 

정작 제작된 홍보물의 경우 명확한 배부대상자가 지정돼 있지 않은 채 배부됐고, 지난 2021년 코로나19로 인해 세어도의 출입 통제가 이뤄져 방문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구청은 매년 홍보물을 제작해 왔다. 더욱 눈여겨봐야 할 점은 배부 내역조차 존재하지 않아 홍보물 제작과 배부 전반에 대한 소홀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여행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홍보에도 의문점이 남는다. 이들이 작성한 세어도 홍보 콘텐츠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주로 생산됐다. 그러나 일반의 출입은 지난 2019년부터 금지돼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즉, 세어도 홍보 콘텐츠들은 출입이 금지된 기간에 적극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세어도 관련 홍보 책자와 인천섬포터즈 활동은 예산을 지원받아 제작되는 콘텐츠들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홍보물을 접하는 일반인들은 방문조차 어려운 아이러니한 상황을 초래했다.

해당 감사결과를 두고 당시 세어도 홍보 사업을 담당했던 관계자는 배부 누락에 대한 잘못을 시인했다. 다만, 관행적으로 제작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에는 언젠가 세어도 출입 통제가 풀릴 시기를 염두에 두고 꾸준히 제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해당 사업을 담당했던 서구청 관계자는 “담당 부서 재직 당시 세어도 어촌 체험마을을 홍보하기 위해 홍보 예산을 토대로 홍보물을 만든 사실이 있다”며 “세어도는 서구의 유일한 섬이지만 이를 잘 모르는 주민뿐만 아니라 공무원도 꽤 있었다. 담당 업무가 아니면 세어도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이들도 많았다”고 답했다.

이어 “출입이 통제됐을 당시에도 홍보물을 지속적으로 제작한 이유는 서구청을 출입하는 민원인이나 어촌계원들 등 주변분들에게 꾸준히 홍보물을 전달하면서 세어도를 통해 대화 물꼬를 튼다거나 언젠가 출입 통제가 해제됐을 시 사람들이 세어도를 방문해 주길 하는 마음에 꾸준히 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배부 내역 누락의 경우 해당 내용을 소홀히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매년 비슷하게 진행되던 사업이라 배부 내역을 간과하고 있었다. 인천섬서포터즈의 경우도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언젠가 통제가 풀리는 날을 기다리며 꾸준히 홍보물 콘텐츠를 제작한 것이지, 예산을 부정하게 사용한 경우는 단연코 없다”고 설명했다.

파도처럼 잔잔했던 아름다운 섬 세어도지만, 이를 둘러싼 잡음은 성난 파도와 같이 마을을 내려치고 있었다. 지자체는 마을 주민들의 고충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된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어도 관광 활성화를 위에 눈을 불을 켜고 있는 실정이다. 부지런히 꽃단장하는 세어도지만, 정작 살고 있는 주민들의 불편을 보듬어 주는 이 하나 없다. 살고 있는 주민조차 못 본 채 하는 이들이 세어도를 찾는 손님들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까.

세어도 마을주민 ⓒsosobongchan
세어도 마을주민 ⓒsosobongchan

남몰래 고양이를 챙기던 이름 모를 주민께

제 몸 하나 편히 쉬지도 못하는데, 길에서 떨고 있을 고양이가 안쓰럽기만 합니다. 먼 육지에서 고양이 사료를 공수해 하나, 둘 배에 싣습니다. 그것도 가장 좋은 사료를 직접 선별해 준비합니다. 외딴섬에서 벌이가 넉넉지 않아도 제 식구같이 정이 붙어버린 이름 모를 고양이들. 이 가엾은 생명체를 못 본 체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그렇게 마을 곳곳 숨어 제집조차 없는 이들을 손수 챙겨줍니다. 정작 스스로는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살고 있으면서 말입니다. 한낱 길고양이조차 이리 애지중지 보살피는 섬마을 사람들입니다. 그런 이들이 세상에 도움의 손길을 암만 내밀어보아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현실은 차갑기만 합니다. 세어도가 하루빨리 관광지로 만들고 싶은 ‘아름다운 섬’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곳은 풍경뿐만 아니라, 살고 있는 사람들마저 눈부시게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순서가 잘못됐습니다. 이곳 주민들은 선착장마저 없는 외딴섬에서 손 쓸 틈도 없이 늘어나는 길고양이로 인해 시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길고양이를 미워하진 않습니다. 이 외딴섬에 자리 잡은 고양이가 마치 제 자식 같아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어도 주민들은 지금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알고는 계셨을는지요. 이제 마을 주민을 대신해  하나 묻겠습니다. ‘수년이 흘러도 선착장 부지 하나 담당할 부서조차 지정하지 못한’, ‘길고양이를 어르신들에게 직접 잡아오라는’, ‘그저 관행적으로 홍보물을 찍어오던’, 세어도를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됐었던 이들에게 말입니다. 세어도의 현실을 마주한 지금, 정녕 무엇이 우선일까요.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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