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혼선’으로 5가구 중 1가구 ‘지급 제외’
고용진 “신청 안내 정교하게 할 방안 마련 필요”

세종시에 위치한 정부세종2청사 국세청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세종시에 위치한 정부세종2청사 국세청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30대 A씨는 지난 3월 국세청으로부터 근로장려금 신청 대상자라며 우편 또는 모바일로 안내문을 받고 신청했다. 하지만 두 달 뒤 국세청은 “소득·재산 기준 등 장려금 지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환수로 인해 장려금을 받으실 수 없다”는 지급 제외 안내를 받았다.

이에 대해 A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준다고 할 땐 언제고 신청까지 다 해놓고서는 지급 대상이 아니라니 어이가 없다”며 “촘촘하지 못한 행정 시스템이 결과적으로 시민 혈세와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세청의 혼선으로 안내를 받고 신청한 다섯 가구 중 약 한 가구가 받지 못하고 있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서울 노원갑)이 국세청에서 받은 ‘근로장려금 신청 및 지급 현황’을 보면, 최근 5년(2019~2023년 7월)간 국세청은 약 2639만 가구에 근로장려금 신청 안내를 했으나, 근로장려금을 받은 가구는 약 2126만(83.7%) 가구였고, 지급 요건이 맞지 않아 제외된 가구는 약 413만(16.3%)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근로장려금 신청 후 지급 제외된 가구 비율은 2019년 18.3%(91만9000가구), 2020년 13.8%(69만1000가구), 2021년 15.5%(78만2000가구), 지난해 16.4%(86만7000가구), 올해 17.3%(87만2000가구)로 매년 평균 16.3%(82만6000가구)인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장려금 제도는 일은 하지만 소득이 낮아 생활이 어려운 근로자, 사업자 가구의 근로를 장려하고 소득을 지원하기 위해 2008년 도입된 복지제도다.

현재 근로장려금의 지급 기준은 단독 가구는 총 소득 기준 금액이 2200만 원 미만, 홑벌이 가구는 3200만원 미만, 맞벌이 가구는 3800만원 미만이어야 하고 △토지 △건물 △자동차 △예금 등 재산 합계액이 2억4000만원 미만이어야 받을 수 있다.

고 의원은 “국세청 안내로 신청한 대상자는 빠듯한 살림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고 신청을 했을 것인데 장려금 지급이 제외되면 상실감과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국세청은 ‘조세특례제한법’ 100조의6에 따라 보유한 과세자료를 기초 근로장려금 지급 가능 대상 가구를 추려 신청안내문과 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하지만 △토지 △건물 △자동차 △예금 등의 재산과 달리 금융재산의 경우 장려금 신청을 해야만 자료를 수집할 수 있게 돼 있어 국세청의 근로장려금 신청안내가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근로장려금을 지급 대상에게 가장 정확히 안내하는 방법은 금융거래자료를 사전에 수집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면 되지만, 국세청이 개인 금융 자료를 무작위로 열람하고 수집할 수 있도록 과도한 권한을 주는 것은 금융실명법에 위배된다.

대안으로 금융거래자료를 사전에 수집하는 대신 이자 및 배당소득 등 금융소득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정기예금 이자율 등을 기준으로 일정 이상의 이자 및 배당소득을 올리면 지급 안내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설계하면 보다 정교한 근로장려금 안내가 가능하다. 아울러 금융재산 정보 사후 수집으로 장려금 지급 지연으로 발생했던 민원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 의원은 “국세청은 근로장려금 신청 안내를 더 정교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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