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통해 유입…룩북·화보 등으로 홍보
음란물 유통 넘어 성착취·도용 범죄 발생
경찰 집중 단속 불구 완전 근절은 ‘요원’
흐릿한 이용자 죄의식…인식 전환 절실

디지털 공간에서의 삶이 확장되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과 기관들은 업무, 학업, 게임, 공공 서비스 등 분야에 구분 없이 개별 메타버스를 구축하며 디지털 영토전쟁에 한창이다. 가상공간은 지금보다 더 우리의 삶을 이루는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뎌지고 삶의 양상이 병합될수록 디지털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신곡〉은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색욕 등 7가지 죄에 빗대어 디지털 공간에 만연한 범죄를 유형화하고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피해자가 양산되는 가운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정부와 기업 등 관련 주체들이 사회적 책임에서 빗겨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디지털 공간이 보다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할 지점은 무엇인지를 모색해보고자 했다.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1820년경, 피에르 클로드 프랑수아 들로르므, 유화, 33x25cm, 파리 낭만주의 시립박물관. 시동생과 형수 사이로, 금지된 사랑을 하고 있는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결국 애정 행각이 발각되며 이들은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고, 지옥에서 단테를 만나게 된다.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1820년경, 피에르 클로드 프랑수아 들로르므, 유화, 33x25cm, 파리 낭만주의 시립박물관. 시동생과 형수 사이로, 금지된 사랑을 하고 있는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결국 애정 행각이 발각되며 이들은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고, 지옥에서 단테를 만나게 된다.

【투데이신문 변동휘 박주환 정인지 기자】 《신곡》에서 단테가 방문한 지옥의 아홉 원 중 2번째는 ‘루수리오시(Lussuriosi)’로, 음욕에 사로잡혀 이성을 잃고 자신과 타인을 해친 자들이 가게 되는 곳이다. 아시리아의 왕비로 근친상간을 저지른 세미라리스를 비롯해 클레오파트라, 헬레네 등의 이름이 언급되며, 사랑 때문에 자신의 삶을 마치게 된 아킬레우스, 파리스, 트리스탄 등도 이곳에 있다. 

이곳에 온 죄인들은 잠시도 쉬지 않는 지옥의 태풍 속에 휘말리게 된다. 쉴 새 없이 부는 폭풍은 난폭하게 영혼들을 몰아붙이고 뒤집고 흔들며 괴롭히고, 안식은커녕 고통을 줄일 그 어떤 희망조차 없는 이들은 비명과 탄식을 토해내고 있다. 주체할 수 없는 정욕에 휘말린 대가로 무한한 고통 속에 빠져있는 셈이다. 

성욕은 종족 번식과 연관된 가장 기본적인 욕구지만, 이성을 억누르는 강렬한 충동을 일으키고 잠깐 해소하더라도 불현듯 다시 끓어올라 인간을 괴롭힌다. 그리스도교에서 가장 존경받는 성인인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조차도 자신의 음욕을 억누르기 어려워한 나머지 이를 없애 달라고 기도하며 장미 가시덤불 위를 맨몸으로 굴렀고, 그의 사후에 피어난 아시시의 장미들에는 가시가 없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종교에서는 색욕을 죄로 규정하고 이를 억눌러왔다. 하지만 사회가 다원화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같은 욕망의 태풍은 더욱 거세게 불고 있다. 이른바 ‘창작자’라는 명목으로 성을 사고파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심지어 금전적 이익을 위해 타인의 성을 착취하거나, 미성년자를 유인하는 등의 사례가 적발되며 수사당국에서도 이에 주목해 엄정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창작자들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결국 욕망을 사고파는 거래소로 전락해버린 ‘크리에이터 플랫폼’, 지금도 그곳에는 정욕의 칼바람이 끊임없이 몰아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 일상 속으로 스며든 유혹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보다 보면, 여러 의상들을 보여주는 여성들의 ‘룩북’ 영상을 쉽게 볼 수 있다. 다양한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내용이 상당수로, 이를 메인 콘텐츠로 삼는 이들도 있다. 또한 인스타그램이나 엑스(구 트위터) 등 SNS에서는 자신을 모델로 지칭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있다. 이들은 코스프레 의상을 비롯해 다양한 콘셉트의 의상을 입고 찍은 화보들을 보여준다. 

이러한 룩북 영상이나 화보들 상당수가 속옷 차림이나 노출이 심한 의상들을 입고 촬영된 것이라, 한때 선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본 결과,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일부 유튜버들의 영상이나 인플루언서들의 SNS 설명란을 살펴보면, ‘더 많은 영상들을 볼 수 있다’며 외부 링크로 유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 클릭하면 패트리온이나 온리팬스, 라이키, 팬트리 등의 크리에이터 플랫폼 사이트로 이어진다. 유료 구독자들만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유통하는 공간으로, 이용자들이 각자 원하는 금액으로 구독을 하면 창작자는 각 금액에 맞춰 혜택을 제공하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이들 플랫폼에서 활동 중인 계정들을 탐색해본 결과 구독 결제액은 월 10달러부터 1000달러 등 거액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각 등급별로 제공되는 사진이나 영상 등에 차이가 있다는 안내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고액 구독자의 경우 입었던 의상을 제공하거나 원하는 콘셉트에 맞춰 개인영상을 제작해준다고 홍보하기도 하고, 팬미팅 등 실제 만남까지 내거는 경우도 확인됐다. 

이처럼 크리에이터 플랫폼을 이용한 음란물 유통이 기승을 부리며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대체로 유튜브나 엑스, 인스타그램 등 대중적으로 많이 활용되는 SNS에 아슬아슬한 수위의 노출 또는 특정 신체 부위를 가린 사진이나 영상을 올려 시선을 끌고, 유료 구독형 서비스로 유도해 수익을 올리는 형태다. 이렇게 발생한 구독 결제수익은 일정 비율(5~20%)의 수수료를 공제한 뒤 제작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계정들은 대부분은 알고리즘 추천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쉽게 노출되며, 더욱이 일부 플랫폼은 해외 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온리팬스의 경우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패트리온은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기업이다. 성인인증 절차가 엄격하지 않아 청소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콘텐츠에 대한 별도의 검토나 모니터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한 온리팬스 크리에이터의 월 구독 결제 화면. 최소 10달러부터 900달러 등 고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티어로 구성했으며, 최고 티어의 경우 팬미팅과 맞춤형 영상 제작, 착용했던 의상 선물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사진 출처=온리팬스 캡처]
한 온리팬스 크리에이터의 월 구독 결제 화면. 최소 10달러부터 900달러 등 고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티어로 구성했으며, 최고 티어의 경우 팬미팅과 맞춤형 영상 제작, 착용했던 의상 선물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사진 출처=온리팬스 캡처]

해외에서도 이 같은 서비스를 이용해 성인물 모델로 활동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교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던 여성들이 일을 그만두고 온리팬스 등 구독 플랫폼에서 성인방송 크리에이터로 전업하는 사례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당초 이러한 서비스들은 음악, 미술, 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실제로 패트리온을 통해 자신의 게임을 홍보하고 후원을 받아 개발 비용을 충당하는 일부 해외 1인 게임 개발자들의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실상 성인 사이트로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보니,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 ‘욕망의 거래소’로 전락

이러한 이유로 구독 플랫폼이 음란물 유통처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쏟아졌으며, 일각에서는 온라인 서비스를 매개로 한 ‘디지털 성매매’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디지털 콘텐츠로 변환됐을 뿐, 사실상 성을 사고파는 행위라 성매매와 다를 것이 없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제작자들의 이러한 행위는 현행법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국내법에서는 불법촬영물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음란물의 제작 및 유통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1항에서는 누구든 정보통신망을 통해 음란 부호나 문언, 음향, 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한 자에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크리에이터 플랫폼에서 음란물을 판매한 혐의로 입건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리앤파트너스 이승재 대표변호사는 “이러한 유형의 범죄는 다른 성범죄 또는 마약범죄와 연계되는 경우가 많아 다른 혐의로 수사 중에 음란물 판매 혐의가 추가되는 사례도 다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경상남도경찰청은 지난 2021년 성관계를 하는 영상 106개를 제작해 온리팬스로 유통하고 SNS에 해당 영상을 광고하는 내용의 글 및 영상을 게시한 부부를 검거했으며, 그 과정에서 2억400만원의 범죄수익을 환수했다. 

또한 경남청은 2021년 9월부터 지금까지 32명을 입건해 6명을 구속했는데, 이들에게서 환수된 범죄수익은 총 29억3000만원에 달했다. 경상북도경찰청도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유사한 혐의로 7명을 검거해 범죄수익 4억7000만원을 환수 조치했다.

수사당국에서도 이를 주시하는 모습이다. 지난 5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유료구독형 SNS 내 불법 성영상물 제작·유통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할 것을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에 지시하고, 10월 31일까지 집중 단속을 실시하고 나섰다. 크리에이터 플랫폼을 불법 성영상물 제작·유통 창구로 활용하면서 엑스 등 SNS에 광고를 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유료구독형 플랫폼에서 활동 중인 한 크리에이터의 SNS 계정. 엑스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광고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사당국에서는 이에 대한 모니터링도 함께 강화하고 있다. [사진 출처=인스타그램 캡처]
유료구독형 플랫폼에서 활동 중인 한 크리에이터의 SNS 계정. 엑스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광고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사당국에서는 이에 대한 모니터링도 함께 강화하고 있다. [사진 출처=인스타그램 캡처]

경찰은 각 시·도경찰청 사이버성폭력수사팀을 중심으로 불법 성영상물 제작·유통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법률을 적용해 검거해 나가고, 엑스 등 SNS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해당 행위에 따른 범죄수익을 철저히 추적 환수해 재범의지를 원천 차단하는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협업해 삭제 및 차단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경찰 측은 “유료구독형 SNS 내 불법 성영상물 제작·유통 범죄를 엄하게 다스리고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환수함으로써 선량한 성 풍속 확립 및 미성년자 성착취 범죄 사전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n번방 사건 이후 별도의 법안이 생겨났던 것과 달리 온리팬스 등 유료구독형 플랫폼을 타겟으로 한 입법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아리아 법률사무소 임예진 대표변호사는 “국내 성범죄 관련법이 촘촘히 구성돼 있어, 새로운 유형이 나올때마다 현행법상 처벌이 가능한 부분은 이를 적용해 처벌하고, 기존에 규정된 바 없어 공백이 길게 발생하는 부분은 입법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성착취 등 범죄 악용 우려 현실화

온라인 커뮤니티 등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성인물에 대해 너무 보수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촬영한 영상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행위는 스스로 결정한 것으로 일종의 자기결정권 행사이며, 성인이 성인물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국가가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단순히 자신의 신체를 촬영한 영상물뿐만 아니라, 미성년자를 출연시켜 성관계를 강요하는 등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범죄까지 이어지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021년 경기남부경찰청은 SNS를 통해 여성을 모집해 성관계를 하는 영상을 제작하고 온리팬스를 통해 유통한 A씨를 구속하고 10명을 입건했다. 경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이 같은 행위를 통해 벌어들인 범죄수익은 약 4억4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영상 출연자 중에 미성년자가 포함돼 있었음이 드러났고, A씨에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아청법 제11조에서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특히 2항에서는 ▲영리를 목적으로 이를 판매·대여·배포·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운반·광고·소개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 지난 2019년 미 국립실종아동학대센터(NCMEC)는 온리팬스에서 판매된 콘텐츠와 연결된 아동 실종사건 10건을 인지했다. 이듬해에는 그 숫자가 3배로 늘었으며, 2021년에 들어서는 실종아동이 온리팬스 콘텐츠와 연결된 사례를 최소 80건 이상 확인했다. 또한 미 국립성착취방지센터(NCOSE)는 2021년 온리팬스를 미국 온라인 성착취의 최대 기여자 중 하나로 지목했다. 이를 근거로 미국 공화당 소속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은 2021년 8월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온리팬스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온리팬스 콘텐츠가 실종아동과 연관돼 있음을 근거로 미국 법무부에 조사를 촉구한 미국 공화당 소속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 [사진 제공=AP/뉴시스]
온리팬스 콘텐츠가 실종아동과 연관돼 있음을 근거로 미국 법무부에 조사를 촉구한 미국 공화당 소속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 [사진 제공=AP/뉴시스]

크리에이터 플랫폼을 통해 유통된 영상이 불법 성인사이트 등으로 재차 유포되는 사례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제작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확산되며, 활동을 중단한 이들의 사회생활을 가로막을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2항 등에서는 촬영 당시에는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더라도, 사후 촬영물이 대상자 의사에 반해 반포되는 경우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차 유포자들을 처벌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른다.

법무법인 에스 조성근 변호사는 “2차 유포자들은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외국 사이트와 VPN을 이용하고 있어 이를 적발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있다”며 “경찰이나 여성가족부에서도 영상 삭제 지원을 하고 있지만, 현재는 제작자에 대한 수사에 역량이 집중되고 있어, 불법 유포자들에 대한 수사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도 “플랫폼에서 유통된 영상물은 불법 성인사이트 등으로 유포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음란물을 제작해 판매한 사람뿐 아니라 이를 구매해 배포·재판매하는 경우에도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처벌되고, 그 수익금이 몰수 및 추징된다”면서도 “2차 유포 또한 해외에 본사를 둔 사이트에서 이뤄질 경우 피의자를 특정하거나 해당 음란물을 삭제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타인의 사진을 무단 도용해 사칭을 하거나 합성물을 제작해 유포하는 등의 피해도 관측되고 있다. 사실상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으로 전락한 셈으로, 국민들을 공분케 했던 n번방 사건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이다. 

■ 결국 ‘생각’을 바꿔야 한다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수사당국의 집중적인 단속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 커뮤니티 등지에서 암암리에 알려져 있던 계정들 상당수가 폐쇄되거나 업로드를 중단한 것이다. 실제로 이들 중 몇몇 계정을 살펴본 결과, 활동 중이던 플랫폼과 인스타그램 등 SNS의 업데이트가 멈췄거나 아예 계정이 삭제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들이 완전히 근절되지는 않고 있다. 일부 제작자들이 경찰의 눈초리를 피해 잠시 숨어 있다가 복귀를 시도하거나, 아예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등의 방식으로 활동을 재개하려 했던 정황들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단속의 그물에 걸리지 않은 사례들도 유튜브나 엑스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이러한 행위들을 원천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임 변호사는 “디지털 성범죄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며 “온라인을 통해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는 특성상 완전 근절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변호사는 “해외에 본사 또는 서버를 두고 있는 경우 수사기관의 수사권이 미치지 않아 운영사 측의 협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플랫폼을 옮겨다니게 되면 각 운영사의 협력을 개별적으로 구해야 하고, 잘 응하지 않는 플랫폼의 경우 이를 강제할 수단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고 했다. 

조 변호사도 “국내 경찰이 법원에서 영장을 받더라도 집행에 어려운 부분이 있으며, 더욱이 온리팬스와 패트리온 본사가 위치한 영국과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성인 포르노가 형법상 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수사 협조에 미온적인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플랫폼을 옮겨 다닌다고 해서 수사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했는데, 수사기관에서는 단속을 피해 플랫폼을 옮겨 다니는 제작자들에 대해 오랜 시간 동안 모니터링을 하며 차근차근 증거를 모으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다. 

그는 “여러 곳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며 “자기증거인멸의 경우 법적으로 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구속 사유에 해당하며,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집중 단속 이후 고액의 수익을 올린 제작자들이 대거 소환되며 상당수의 계정이 폐쇄되거나 활동을 중단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사진 출처=패트리온 캡처]
경찰의 집중 단속 이후 고액의 수익을 올린 제작자들이 대거 소환되며 상당수의 계정이 폐쇄되거나 활동을 중단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사진 출처=패트리온 캡처]

일각에서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앞서 언급했던 엘리스 스테파닉 의원의 조사 요구가 대표적으로, 제작자뿐만 아니라 운영사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단순히 플랫폼 차원에서의 영상 삭제나 계정 정지 조치에서 멈추지 않고, 의무적으로 해당 제작자에 대한 인적 사항과 증거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도 현실의 장벽에 부딪히게 된다. 국외 소재 기업에 국내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처벌 대상이 된다고 해도, 플랫폼 본사가 해외에 소재하는 경우 대한민국 법의 영역 밖에 있어 괴리가 있으며, 국내 접속을 차단하려 해도 기술적으로 이를 회피할 경우 다시 이를 규제하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봤다. 조 변호사는 “디지털 범죄의 경우 국경을 초월해 발생하는 특징을 고려, 국가 간 협력을 통해 각국 수사기관들이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하는 체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이용자들의 죄의식 결여가 완전 근절을 막는 장애물이라고 보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익명성과 비대면성이라는 특징이 있어 자신의 행위가 범죄라는 생각을 갖기보다는 단순 유희나 욕망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행각들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성욕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로 문명의 발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 왔지만, 성에 대한 인식은 같이 발전하지 못해 각종 역기능이 발생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규제와 처벌로는 이를 완전히 뿌리뽑을 수 없으며, 교육을 통해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미성년자 성착취나 도용·합성 등으로 인한 피해와 같이 명백한 범죄 피해들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피해자들의 고통을 널리 알리고 공감대를 확산해 나가는 활동들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여성청소년미디어협회 이영미 중앙회장은 “개개인이 ‘이러한 것은 잘못된 행위’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야 디지털 성범죄가 근절될 수 있으며, 아무리 외부적으로 단속을 하고 처벌을 한다고 한들 사라지지는 않는다”며 “디지털 성범죄는 이제 성별을 가리지 않으며 남성이든 여성이든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이들이 어떤 고통을 받는지를 계속해서 알려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