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분노 확산 및 허위사실 유포 난무
법적 대응 어려운 현실 속 ‘2차 피해’ 우려
목적은 결국 수익…‘플랫폼 방관’ 비판 커져
“미디어 소비자 의식 전환 필요한 시점”

디지털 공간에서의 삶이 확장되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과 기관들은 업무, 학업, 게임, 공공 서비스 등 분야에 구분 없이 개별 메타버스를 구축하며 디지털 영토전쟁에 한창이다. 가상공간은 지금보다 더 우리의 삶을 이루는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뎌지고 삶의 양상이 병합될수록 디지털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신곡〉은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색욕 등 7가지 죄에 빗대어 디지털 공간에 만연한 범죄를 유형화하고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피해자가 양산되는 가운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정부와 기업 등 관련 주체들이 사회적 책임에서 빗겨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디지털 공간이 보다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할 지점은 무엇인지를 모색해보고자 했다.

‘단테의 배’ 외젠 들라크루아. 1822년, 유화, 189×241㎝,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단테가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인도를 받아 배를 타고 스틱스 강을 건너는 장면.
‘단테의 배’ 외젠 들라크루아. 1822년, 유화, 189×241㎝,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단테가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인도를 받아 배를 타고 스틱스 강을 건너는 장면.

【투데이신문 변동휘 정인지 박주환 기자】《신곡》 속 지옥에서 단테는 ‘스틱스’라는 이름의 늪을 지나게 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지하세계의 초입으로 언급되는 강으로, 이 작품에서는 분노에 빠져 죄 지은 자들이 벌을 받는 곳으로 묘사된다. 이곳에서 죄인들은 벌거벗은 채 서로를 때리고 물어뜯으며 갈기갈기 찢고 있다. 수면 위에는 거품들이 떠오르고 있는데, 죄인들의 목구멍으로 넘어오는 진흙 때문에 더 이상 제대로 말할 수 없어 내뱉는 한숨 탓이다. 작중 표현으로는 ‘진흙에 묻힌 자들의 넋두리’다. 그 위로 델포이 신전을 불태운 ‘분노의 화신’ 플레기아스가 뱃사공 노릇 하며 노를 젓고 있다. 

이러한 스틱스 강 줄기는 현대 디지털 세상으로도 이어져 있다. 이곳의 분노자들은 익명이라는 가면을 쓰고, ‘공론장’이라는 명분 아래 누군가를 향한 자신들의 분을 토해내는 등 여전히 서로를 헐뜯으며 살아가고 있다. 스틱스 강 위를 떠다니는 뱃사공 플레기아스는 단테를 늪 너머 지옥 하부 ‘디스’로 인도할 뿐이나, 디지털 스틱스의 뱃사공은 이곳에 빠진 이들의 증오를 부추겨 더욱 많은 거품을 끓어오르게 만든다. 이 뱃사공을 일컬어 ‘사이버렉카’라 부른다.

그들은 그저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거나 사람들에게 토론의 장을 열어줄 뿐이라며 스스로의 행위를 정당화한다. 하지만 극단적인 논리로 특정인을 직접 비난하거나 팬덤의 악성 댓글을 유도하는 식으로 대중들의 분노를 유발하며 사회적 문제로 비화된 상황이다. 심지어는 자극적인 썸네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태가 만연하고, 유명인이나 특정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지는 등 우려가 더욱 커진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가책 없이 수익을 챙겨가고 있어 ‘타인의 불행을 가지고 돈을 번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중이다. 이 같은 행태를 적극적으로 막기는커녕 오히려 방치하고 있는 플랫폼사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울러 사이버렉카 영상을 무책임하게 시청하고 퍼나르는 행위 역시 2차 가해에 해당하는 만큼 미디어 소비 윤리에 대한 인식과 의식 개선도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 커져가는 분노의 순환고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정책국장으로 활동했던 변재원씨는 어느날 한 유튜버의 ‘저격 대상’이 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2021년 12월 유튜버 ‘뻑가’가 업로드한 전장연 비난 영상에 그의 얼굴이 크게 등장한 것이다.

영상에서는 변씨의 과거 인터뷰 내용 등을 가져와 전장연의 활동을 노골적으로 조롱했으며, 심지어 썸네일에는 그의 얼굴 위에 ‘장애인단체 폭력시위’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해당 유튜버의 구독자 수는 106만명에 이르며, 해당 영상의 조회수도 66만회를 넘었다.

변씨는 이에 대해 일종의 ‘좌표 찍기’였다고 소회했다. 단순히 전장연에 대한 비판을 넘어, 시청자들에게 자신을 공격 대상으로 지목한 행위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상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마땅치 않았다. 저작권 상의 문제에도 걸리지 않았고 명예훼손도 성립하지 않도록 법망을 교묘히 피해갔기 때문에, 영상을 내리도록 할 방법이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자신의 사생활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유튜버 B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형사 고소했다. 고소 이후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년 3개월이 걸렸는데, 그동안 그는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할 정도로 고통 받아야 했다.

그의 직장 동료들이 B씨가 유포한 내용을 사실로 믿으며 업무 수행에 불편을 겪었고, 대인기피 증상을 비롯해 식욕부진과 불면증 등이 연쇄적으로 그를 덮쳤다. 급기야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계획을 세웠고, 실행 직전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마음을 돌려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현재까지도 A씨는 심리상담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고통받은 것에 비해 결과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지난 2월 B씨에 대해 벌금 700만원 구약식 처분이 이뤄졌고,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고 생각해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심신이 많이 지쳐있어 항소는 포기했다. 지금까지 그가 보내왔던 고통의 시간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두 사람의 피해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가해자는 소위 ‘사이버렉카’ 유튜버다. 온라인 공간에서 논쟁적인 이슈가 발생하면 이를 짜깁기한 콘텐츠를 올려 수익을 창출하는 유튜브 채널을 뜻하며, 이슈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관련 영상을 올리는 행태가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현장으로 달려오는 견인차와 유사하다는 뜻에서 이 같은 별칭이 붙었다.

이들의 행태가 문제로 떠오른 이유는 바로 콘텐츠의 자극성과 확산력에 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누군가와 관련된 논란이나 사망 소식 등 부정적 이슈를 선별하고, 갈등을 유도하는 내용의 영상을 제작해 논란을 키운다는 점에서다. 이들에 의해 선별되고 확대 재생산된 이슈는 해당 채널의 구독자 등을 통해 퍼져나가고, 특정인에 대한 악플이나 협박, 사적 제재 등 2차 가해로 이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개인의 삶과 인격이 파괴되고 목숨까지 잃는 사건까지 발생해 대중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실제 인터넷 방송인 고(故) 잼미와 배구선수 고 김인혁 씨의 사망 사례가 있다. 두 사람 모두 생전에 사이버렉카 유튜버의 여론몰이와 이로 인한 악플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이버렉카의 타깃은 연예인, 운동선수, 인터넷 방송인 등 유명인을 넘어 사회 활동가와 일반인까지로 확대되는 추세이며,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 등은 손쉽게 이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변씨의 경우 원치 않게 자신의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피해를 입었고, A씨의 경우 자신의 사생활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로 오랜 시간 고통을 받았다. 공익 혹은 정의 구현이라는 명목으로 이 같은 행위를 일삼고 있지만, 실상은 마녀사냥과 사적 제재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이들은 제대로 대응조차 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법적 조치가 가능한 부분을 교묘히 우회하기도 하고, 사법 기관에 고발하려 해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과 비용 부담 등 현실적인 문제에 발목을 잡히기 때문이다.

위에서 피해 사실을 밝혔던 A씨는 정부가 사이버렉카를 사회적 문제로 인지하고,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를 위해 일반인들도 쉽게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성폭력 등의 범죄로 국한된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의 범위를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법을 자세히 알지 못하며, 생계를 유지해야 하기에 일을 그만둘 수도 없으며, 변호사 선임 비용 역시 부담이 될 것”이라며 “피해자 국선변호사 선임 요건을 수정해 보다 많은 이들이 도움을 받고, 가해자들이 엄중히 처벌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피해자들에게는 “상황을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같이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상 제작자가 돈을 위해 특종 사건을 조작한다는 내용의 영화 ‘나이트 크롤러’ 中 한 장면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영상 제작자가 돈을 위해 특종 사건을 조작한다는 내용의 영화 ‘나이트 크롤러’ 中 한 장면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 10만 조회에 60만원 수익…돈에 팔리는 양심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이버렉카 채널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일부 유튜버들은 고소까지 당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증오의 확산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일까. 과거 사이버렉카 채널을 운영했던 유튜버의 증언을 통해 이들의 행위를 추동하는 요인이 금전적 수익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튜브 채널 ‘집에서 월천버는 쿠키’의 운영자 C씨는 과거 자신이 사이버렉카 채널로 활동했던 사실을 고백했다. 5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이후 유튜브를 시작했지만 조회수가 나오지 않아 고민하던 중, 한 이슈 유튜버를 보며 이를 시작해봤다는 것이다.

C씨가 택했던 방식은 특정 이슈를 전달한 뒤, 두루뭉술한 결론으로 시청자들의 의견 제시를 유도하는 형태였다. 그 결과는 달콤했는데, 사람들의 생각이 다르다보니 싸움이 많이 일어났고, 댓글이 많아질수록 체류시간도 길어졌다. 단기간에 채널이 성장하고 수익이 늘어나는 현상이 실제로 발생한 것이다.

그가 활동하던 당시 유튜브 광고 단가는 조회수 1000건당 6000원에서 1만원 수준이었다. 영상을 만드는 데는 10~15분이면 충분하지만, 해당 영상이 10만회를 기록하면 60만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셈이다.

시청자를 모으기 위해 동원하는 각종 수단들도 함께 언급했다. 아무래도 사이버렉카 유튜버의 주 수입원은 광고 수익이다 보니, 클릭 유도를 위해 내용과는 다른 자극적인 썸네일을 제작하거나 심지어 사실을 과장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타 커뮤니티 사이트에 영상을 공유한 뒤 다른 계정으로 댓글을 달아 관심을 유도하는 등 조회수를 늘리기 위한 일종의 공작도 행해지고 있다. 수익창출 제한 정책이 시행됐지만 댓글을 유도하는 등의 형태로 우회할 수 있었으며, 팬층이 생긴 사이버렉카의 경우 채널을 옮기면서 이를 회피하기도 한다는 것이 C씨의 설명이다.

물론 양심의 가책은 있었다. 남의 불행으로 갈등을 조장하며 돈을 번다는 손가락질이 나날이 늘어갔던 것이다. 그가 사이버렉카 유튜버를 그만두게 된 것 역시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실제 주머니로 들어오는 수익을 보며 많은 위로가 됐다고 소회했다. 이른바 ‘금융 치료(금전으로 감정이나 마음 등 정신적인 치료를 받는다는 뜻의 신조어)’였다는 것이다.

C씨는 “다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악플을 받다 보니, 사이버렉카 영상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이 겪었을 아픔에 공감이 됐다”며 “단기적으로 수익이 잘 나오고 조회수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나중에는 죄책감이 많이 들게 되며, 사회적으로 고조되는 갈등 분위기에 일조한다는 느낌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손희정 교수는 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에 기고한 ‘타인의 비극을 에너지로 삼는 사이버렉카 시대(2022)’에서 “한국 사회가 2008년 고 최진실 씨의 죽음 이후 악플 문화 근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로부터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초연결 시대로 넘어오며 악플은 익명 뒤에 숨어 유명인을 괴롭히고 이를 안줏거리 삼는 개인의 ‘위악적 오락’만으로는 설명되지 않게 됐으며, 오히려 돈벌이와 연결된 거대 규모의 산업과 시장의 문제로 비화됐다는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으로 활동 중인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유승현 겸임교수도 사이버렉카 유튜버들의 생리에 대해 “사이버렉카 영상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전부터 계속돼 왔지만, 과거에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나 차별이 많았다면 최근 들어서는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격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특정 이슈가 사실인지 아닌지, 또한 그게 개인에게 피해가 가는지는 이들의 관심사가 아니며, 빨리 영상을 만들어 조회수를 높이고 이슈화함으로써 수익을 거두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분석했다.

또한 “기술의 발전으로 영상 제작의 허들이 대폭 낮아져 누구나 쉽게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며 “간단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자극적인 내용으로 꾸민 영상을 만들고, 이를 유튜브에 올리면 쉽고 빠르게 이슈화가 되고,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게 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튜브 차원의 문제도 지적됐다. 알고리즘과 수익화 등 플랫폼의 특성이 사이버렉카 영상의 난무를 부추기는 주 요인이라는 것이다. 유 교수는 “사이버렉카 콘텐츠를 한 번 클릭하게 되면 알고리즘에 의해 관련 콘텐츠가 계속해서 노출되며 조회수를 높이고 유튜브를 넘어 다른 플랫폼으로까지 유통된다”며 “또한 유튜브는 이용자나 생산자 중심 플랫폼으로, 경제적 수익을 위해 자극적인 영상들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도 ‘#유튜브도_공범이다’와 같은 해시태그를 통해 플랫폼사의 책임을 조명하기도 했다. 폭력 조장 또는 혐오표현 등이 담긴 콘텐츠에 대한 유튜브의 자율규제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심의 수준에 머물고 있고, 혐오를 조장하는 일부 채널을 방조·묵인하는 등 이마저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채 자극적 콘텐츠로 조회수를 늘리는 데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는 사이버렉카 유튜버들을 막는데 있어 현행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 기인한다.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한 콘텐츠와 정보가 생산·유통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유튜브의 자율규제 외에는 실효성 있는 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유튜브 영상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삭제·접속차단 시정요구만 가능하며, 언론이 아니기에 언론중재법 적용 대상도 아니고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등의 심의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유 교수는 “사이버렉카 콘텐츠에 대한 법적 조치의 경우 영상을 올린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형태로, 플랫폼이 이러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규제하도록 하는 법안은 없는 상황이라 현행법상 규제는 쉽지 않다”며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구조 하에서는 고소 등 부정적 이슈가 지나가고 나면 새로운 채널을 개설하는 패턴이 반복될 뿐”이라고 봤다.

연예인들의 근황, 논란 등 직접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영상을 제작해 공개하는 한 사이버렉카 유튜버의 콘텐츠 목록 [사진출처=유튜브 온라인 페이지 캡쳐]
연예인들의 근황, 논란 등 직접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영상을 제작해 공개하는 한 사이버렉카 유튜버의 콘텐츠 목록 [사진출처=유튜브 온라인 페이지 캡쳐]

■ 점차 열리는 처벌의 길…영상 소비자도 문제의식 가져야 

유튜브가 규제법령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법률 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으며, 국회 차원에서도 관련법 개정안을 내놓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을 통해 유튜브를 해당 법안의 통제 하에 놓거나,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허위정보 삭제요구권을 신설, 보다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관련 해외사례로는 독일 네트워크 집행법이 자주 거론된다. 이 법에서는 2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한 소셜 미디어에 혐오 콘텐츠가 올라오면, 플랫폼 사업자가 24시간 이내에 삭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사이버렉카 유튜버들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열어 나가는 방향으로 조금씩 관련법을 개정해 나가는 흐름이 관측된다. DKL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이하 DKL파트너스)에서는 이와 같은 입법 추세에 따라 사이버렉카에 대한 고소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먼저 9월 15일부터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서는 타인의 개인정보에 대한 훼손, 멸실, 변경 등의 금지행위를 이용으로까지 확대했다. 앞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는 직접 촬영하거나 제보 받은 영상정보를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해 유튜브 등에 업로드하는 크리에이터도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는 곧 실명, 사진 등 개인 특정이 가능한 정보를 이용·유출하는 사이버렉카 유튜버들에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고소할 수 있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12월 입법예고된 민법 일부개정안에서는 초상, 성명, 음성 등 개인을 특정하는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 일명 ‘인격표지영리권’을 신설했다. 기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유명인을 대상으로 이 같은 권리를 보호해 줬는데, 이를 모든 개인의 보편적 권리로 확대한 것이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일반인들 역시 사이버렉카 유튜버를 상대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또한 인격권 침해배제·예방청구권도 명시됐기에 이를 근거로 유튜브 영상 게재 중지 청구 등 다양한 보호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개정안이 국회에 접수되지 않은 상태라 통과 및 시행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이처럼 법의 문턱이 조금씩 낮아지는 흐름이 관측되지만, DKL파트너스 측은 무엇보다 가해자의 신상정보 파악이 가장 중요하며 이것 없이는 다른 어떤 논의도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범죄 구성요건 성립과는 별개로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신상정보를 알아야 하지만, 이 부분이 파악되지 않아 처벌이 불가능한 경우가 훨씬 많다는 점에서다.

관련해 최근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걸그룹 아이브 등에 대한 악의적 허위사실을 유포하던 유튜버 ‘탈덕수용소’에 대한 법적 조치를 위해 미국 법원에서 정보제공명령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구글 본사로부터 ‘탈덕수용소’의 신상에 대한 정보를 넘겨받았다. 기존에는 해외 플랫폼사들이 국내 기관의 요청에도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기에 이들로부터 용의자 신상을 제공받기 어려웠지만, 스타쉽의 경우 현지 법원의 명령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낸 것이다. 이 사례처럼 플랫폼사로부터 유튜버 신상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사례가 더욱 많아지고, 관련 프로세스가 정립돼 실제 처벌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DKL파트너스 하종석 변호사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사례처럼 미국 법원으로부터 정보제공명령을 받는 사례가 많아져 구글 본사로부터 유튜버의 신상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일련의 과정들이 정리되고, 법률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신상정보 확보와 고소, 악질적인 사이버렉카 유튜버에 대한 처벌까지 이어진다면 피해를 근절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들 사이에서도 사이버렉카 영상이 범죄에 해당한다는 인식은 매우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투데이신문>이 두잇서베이와 함께 진행한 ‘디지털 공간 범죄 경험 및 인식’ 설문조사에서도 사이버렉카 영상이 범죄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4​2​.​7​%가 ‘매우 동의한다’, 4​2​.​3​%가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응답자의 무려 85%가 누군가의 사생활을 들추고 호도하는 영상은 범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주목할만한 점은 사이버렉카 영상을 봤을 때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는 답변이 65.5%로 다수를 차지했지만 영상을 보고 ‘만족스러웠다’는 응답도 15.7%로 적지 않았다는 지점이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 사이버렉카 영상을 유희로 소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채널이 유지되고 영상이 제작되는 셈이다.

실제 한 사이버렉카 유튜버의 영상을 보면 무책임한 동조와 반론의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내용들도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유튜버 C씨의 말처럼 사이버렉카는 영상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논란이 되고 싸움을 불러일으킬수록 이익을 얻는다. 영상을 보고 공유하는 것이 그 자체로 2차 가해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되는 이유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유현재 교수는 “사이버렉카가 개인의 권리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지적은 이미 많이 있었다. 본인들은 표현의 자유라고 말하겠지만 사이버렉카가 범죄에 해당한다는 설문 결과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대중들의 대답이 아닐까 생각한다”라며 “사이버렉카 영상이 분명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고 일정 부분 제한돼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혹자는 사이버렉카 영상에 기존 언론이 보여주지 못하는 속시원함이 있다고 말하지만 그건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인 중립을 깼을 때 나오는 것”이라며 “전통적인 의미의 언론 역할을 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들은 미디어 비지스니스를 영위하고 있다. 우리 시대에 괴물처럼 생겨난 신종 비즈니스다”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은 미디어 생산기반 및 구조에 비해 윤리적 수준은 상당히 낮은편이다”라며 “미디어 비즈니스 세계 1위 수준에 걸맞는 청중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이지만 그게 잘 안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전반적인 의식 전환이라든가 상승의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