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매체 활용한 투자사기·불법행위 기승
“안녕하세요 백종원입니다” 유명인 사칭 속출
한탕 심리 파고들며 투자자 현혹하는 사기꾼들
높은 수익·원금 보장 믿었다가 수천·수억 피해
‘과정과 노력’ 없이 큰 돈 벌려는 생각 버려야

디지털 공간에서의 삶이 확장되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과 기관들은 업무, 학업, 게임, 공공 서비스 등 분야에 구분 없이 개별 메타버스를 구축하며 디지털 영토전쟁에 한창이다. 가상공간은 지금보다 더 우리의 삶을 이루는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뎌지고 삶의 양상이 병합될수록 디지털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신곡〉은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색욕 등 7가지 죄에 빗대어 디지털 공간에 만연한 범죄를 유형화하고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피해자가 양산되는 가운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정부와 기업 등 관련 주체들이 사회적 책임에서 빗겨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디지털 공간이 보다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할 지점은 무엇인지를 모색해보고자 했다. 

포르투나: 행운의 여신, 타데우스 쿤츠, 1754, 유화, 163x114 cm, 바르샤바 국립박물관. 《신곡》에서 묘사된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는 세상의 부를 이 민족에서 저 민족으로 옮기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탐욕에 빠진 사람들은 그 황금이 자신의 것이라 착각하고 포르투나를 비난하며, 지옥에 떨어져서도 서로 싸우느라 편히 쉬지 못한다.
포르투나: 행운의 여신, 타데우스 쿤츠, 1754, 유화, 163x114 cm, 바르샤바 국립박물관. 《신곡》에서 묘사된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는 세상의 부를 이 민족에서 저 민족으로 옮기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탐욕에 빠진 사람들은 그 황금이 자신의 것이라 착각하고 포르투나를 비난하며, 지옥에 떨어져서도 서로 싸우느라 편히 쉬지 못한다.

【투데이신문 변동휘 박주환 정인지 기자】 《신곡》에 묘사된 지옥의 아홉 원 중 4번째 ‘아바리 에 프로디기(Avari e prodighi)’는 부에 대한 탐욕으로 죄를 지은 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곳의 죄인들은 낭비와 인색 등 2가지 부류로 나뉘며, 가슴으로 무거운 짐을 굴리는 벌을 받고 있다. 각자 반대 방향으로 짐을 굴리다 맞부딪히면, 그 자리에서 몸을 돌려 뒤돌아보며 서로의 죄를 탓한다. 그러다 각자 반원의 중간에 이르면, 다시 몸을 돌려 맞은편을 향해 짐을 굴린다. 그들 중에는 교황과 추기경 등 탁발 성직자들도 포함돼 있는데, 이들의 영혼은 이미 탐욕과 무분별한 생활로 더럽혀져 누구인지 전혀 알아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그들의 짐, 즉 생전 축적한 부는 온전히 그들의 것이 아니다. 지옥의 인도자 베르길리우스에 따르면, 이는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에게 맡겨진 재화다. 세상의 영광을 다스리고 인도할 권한을 받아 이 민족에서 저 민족으로, 이 핏줄에서 저 핏줄로 쉴 틈 없이 재화를 옮겨놓는 것이 그의 임무이다. 인간의 지혜로는 막을 수 없는 이 작업에 따라 한 민족의 흥망성쇠가 결정되며, 종종 사람의 운명이 바뀌기도 한다. 혹자는 이를 욕하고 비난하며 저주하나, 포르투나는 이러한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이러한 작업을 즐길 뿐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덧없는 황금의 속임수에 빠져 서로 싸우고, 지옥에 떨어져서도 편히 쉬지 못한다.

단테가 살던 13세기는 ‘신이 이끄는 시대’였기에, 율법이라는 수단을 통해 금욕의 미덕을 강조하고 재물에 대한 탐심을 죄로 규정하며 억압해 왔다. 하지만 권력의 중심이 종교에서 세속으로 옮겨지고 자본주의와 시장경제가 보편화된 이후부터, 탐욕과 허영은 그 어떠한 제지 없이 ‘황금만능주의’라는 이름으로 인류의 관념 속에 깊이 자리 잡았다. 

많은 이들이 일확천금의 환상에 빠지자, 이를 악용해 사람들을 속여 돈을 가로채는 사기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사회의 많은 부분들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부터는 이 같은 범죄들이 더욱 쉽게 자행되고, 피해 역시 커지는 모습까지 관측된다. 모바일 메신저나 SNS 등 온라인 공간을 통해 거짓 정보를 흘려 사람들을 현혹하고, 이들의 심리를 조종하며 돈을 가로채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탐욕이 뿌리를 내리며 벌어진 마음의 틈새로 또 다른 탐욕의 검은 손이 침투하는 셈이다. 

■ 끝 모를 기만의 연속

지난해 7월 A씨는 모 주식 리딩방에서 손실을 본 뒤, 그곳의 본부장이라는 이에게 암호화폐 ‘캔버스 코인’ 투자를 추천받았다. 해외 거래소에 상장돼 개당 1200원에 거래되는 이 코인을 200원에 구매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에 소액을 투자했고, 원금보장 책임서 발급과 락업 해제 등을 조건으로 추가 매수를 권유받아 2000만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이는 주식 리딩방 참여자를 노린 사기 행각이었다.

올해 3월 또 다른 투자자 B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중요한 투자정보를 알려주겠다는 글을 읽고, 자신이 유명 투자 전문가 박 모씨라고 주장하는 인물 C씨를 알게 됐다. 그는 B씨를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으로 유도한 이후 외국인 전용 투자 사이트에서 ESB라는 가상화폐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B씨는 약 1억원을 투자했고 이후 ESB 토큰은 약 250%의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이 수익금을 손에 쥐는 일은 없었다. C씨는 유명인을 사칭한 사기 일당이었고, 추천받은 사이트도 정상적인 투자 프로그램이 아니라 범죄를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웹 페이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전청조 사기 사건으로 관련 범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SNS 등지에서는 코인 투자사기와 허위 광고 등 불법 금융투자 행위가 기승을 부리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지난해 7월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상자산 관련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액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5조원 가량에 이르렀으며, 2021년에만 3조1282억원을 기록했다. 관련 검거 건수는 총 774건, 검거인원은 1976명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코인 등 온라인 사기 범죄는 이제 국적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추세다. 관련해 홍콩 경무처에서는 유명인 사칭 등 주요 수법을 소개하며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사진 출처=홍콩 경무처 공식 페이스북]
코인 등 온라인 사기 범죄는 이제 국적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추세다. 관련해 홍콩 경무처에서는 유명인 사칭 등 주요 수법을 소개하며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사진 출처=홍콩 경무처 공식 페이스북]

최근에는 유명인을 사칭한 불법 광고들도 끊이지 않고 있는데,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장하준 런던대 경제학과 교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배우 이영애씨 등을 가장해 투자 관련 서적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홍보하는 식이다. 

이를 클릭하게 되면 유료 투자상담이나 대화방 가입 등을 유도하는데, 그 안에서는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료 회원을 모집해 대가를 받는 등 자본시장법에 위배되는 불법 행위들이 이뤄지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주식 리딩방에서 더욱 심각한 코인사기 범죄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앞서 언급된 A·B씨의 사례들은 피해자들의 제보를 토대로 본보 취재를 거쳐 보도된 내용들로, 이들 모두 리딩방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발생한 사건들이다. 

해외에서도 같은 문제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홍콩 경무처는 지난 2일 공식 SNS를 통해 일주일 동안 110건 이상의 온라인 투자사기 사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SNS 홍보를 통해 유입된 피해자들을 가짜 투자 앱에 가입시키고 일정 금액 이상을 송금하도록 유도하는 수법으로, 피해액은 1억 홍콩달러(약 170억원)에 이른다.

■ ‘잘 살고 싶다’ 마음 파고드는 범죄

이 같은 수법이 최근에 등장한 것은 아니다. 이전부터 유사한 형태의 불법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는 이들은 꾸준히 존재해왔다. 단지 전화나 문자메시지 수준에서 SNS 등으로 홍보수단이 바뀌고, 비상장주식 등에서 가상화폐로 수단이 바뀌는 등 디테일의 차이가 존재할 뿐, 유사수신행위(법령에 따른 인허가 또는 등록 및 신고 없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라는 본질은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사람의 ‘마음’에 있다. 사기범죄 일당이 금전적 이익을 편취하기 위해 사람의 심리를 교묘히 조종하는 행태를 자주 보인다는 것이다. 

이들은 솔깃한 조건을 제안하며 사람들의 탐심을 자극하곤 한다. 높은 수익률과 원금보장, AI(인공지능) 등 자동 프로그램을 이용한 매매기법 등은 이미 대표적인 레퍼토리다. 

유명 거래소에 곧 상장된다며 그 전에 선취매할 것을 권유한다거나, 전체 수익금 중 일부분을 입금하면 락업(보호예수)을 해제해 바로 출금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제안도 자주 관측된다. 심지어 추천인 등재 시 더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유혹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이러한 내용들 모두 상식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상장의 경우 통상적으로 거래소에서 해당 프로젝트에도 관련 정보를 잘 제공해주지 않는 편이며, 락업의 경우 최상위권 홀더나 프로젝트의 중요 관계자가 아니라면 거의 해당되지 않는다. 추천인 수수료 혜택의 경우 사실상 폰지사기와 다름없는 수법이다.  

대마불사가 운영 중인 불법투자 추방 카페 ‘백두산’. 코인을 비롯해 각종 투자사기 피해자들이 이곳에 모여 다양한 내용들을 제보하고 있다. [사진 출처=네이버 카페 캡처]
대마불사가 운영 중인 불법투자 추방 카페 ‘백두산’. 코인을 비롯해 각종 투자사기 피해자들이 이곳에 모여 다양한 내용들을 제보하고 있다. [사진 출처=네이버 카페 캡처]

관련 사례들이 많이 알려진 이후에는 그 수법이 보다 교묘해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관련해 불법금융 추방 카페 ‘백두산’의 운영자인 대마불사는 단일 코인이 아닌 연계 코인을 계속 두고 연쇄적인 피해를 발생시키는 것이 추세라고 밝혔다. 한 코인에 투자한 금액을 볼모 삼아 또 다른 사기 범죄를 이어가는 행태로, 피해자 입장에서는 1회가 아닌 여러 번을 당하게 되는 셈이다. 

고령층이 주로 이 같은 범죄의 표적이 된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첨단 기술로 점철된 산업 이미지와 달리, 투자사기 피해를 입는 사람들 상당수가 고령층이라는 것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 상당수의 증언이다. 

실제로 어르신들을 노린 코인사기 범죄 사례들이 언론을 통해 상당수 알려진 바 있다. 폰지 방식의 운영으로 논란이 된 KOK 토큰의 경우 SBS에서 피해자 4000명을 조사한 결과 50·60대가 각각 25%, 70~80대가 30%에 달하는 등 노령층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에 대해서는 정보 격차 등 고령층에서 발견되는 취약점이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기수 전남대학교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유사수신행위의 범죄환경과 입법적 대응방안(2016)’에서 “직장 등에서 은퇴 이후 수입은 감소하고, 퇴직금 등을 투자해 노후생활을 유지할 필요가 생기지만, 사회생활로부터 유리된 노인은 정보에 어두울 수밖에 없고, 빠르게 변화·발전하는 경제상황이나 정보통신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취약성을 지니게 된다”고 분석했다. 

■ 피해 커지지만…사실상 ‘각자도생’

하지만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검찰과 경찰 등 수사 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B씨와 유사한 피해를 호소한 제보자 D씨는 전 재산인 5억6000만원 가량의 피해를 입었지만 공권력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사기임을 인지하고 경찰에 고소한 뒤 변호사 상담을 받았지만, 현실적으로 피해 규모가 100억원 가량은 돼야 경찰에서도 수사에 나선다는 답변만 받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아무 소득 없이 경찰로부터 사건 종결 통보를 받았고, 한동안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살다가 다시 일을 손에 잡았으며, 사기당한 금액의 일부나마 돌려받는 것조차 이미 포기한 상태다. 

특히 D씨는 자신이 당했던 것과 유사하게 SNS에서 유명인을 사칭하는 사기 행각이 아직도 자행되고 있다는 점에 경악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뒤늦게 몇몇 조치를 취했지만, 민간기구인 방심위의 시정요구에는 강제성이 없는데다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개인정보위 역시도 직접적인 차단조치가 아닌 플랫폼 사업자에게 요청해 처리해야 하는 실정인지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명인을 사칭한 실제 SNS 광고. 링크를 클릭하면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단체채팅방 입장을 요구하는 등의 행태를 보인다. [사진 출처=인스타그램 캡처]
유명인을 사칭한 실제 SNS 광고. 링크를 클릭하면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단체채팅방 입장을 요구하는 등의 행태를 보인다. [사진 출처=인스타그램 캡처]

D씨는 “아직도 유사한 사기 일당이 판을 치고 있음에도 정부와 국내 수사당국은 이를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마불사 역시 “범죄 수법은 계속 고도화되고 있지만 수사당국에서는 해당 분야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이유로 나서려 하지 않아 온라인 사기 일당들이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막상 집단 대응을 하려 해도, 피해자들 스스로 피해 사실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 가로막힌다. D씨 역시도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렸다는 사실을 가족들에게조차 말하지 못한 상태인지라,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다른 피해자를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게다가 사기범죄 집단에서 명예훼손의 맹점을 악용해 역으로 이들을 협박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로, 이로 인해 피해자들의 고소 비율은 극히 낮고 처벌 사례도 희소한 상황이다. 언론 역시도 그 영향권 내에 있으며, 이로 인해 사건이 실제로 터지고 난 뒤에야 해당 이슈를 다루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찌저찌 수사가 진행되더라도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또 다른 장벽으로 작용한다. 코인 투자사기 일당은 대부분 조직적인 형태로 역할을 나눠 움직이며, 수사기관의 추적을 회피하기 위해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한다는 점에서다. 

■ ‘빨리’ 부자 되려는 마음 내려놔야

이 모든 내용들을 종합하면, 일단 피해가 발생하고 난 뒤 구제를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코인 투자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업계 차원에서의 노력을 넘어, 보다 고차원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블록체인 액셀러레이터로 활동 중인 예준녕 디스프레드 공동대표는 정부나 금융기관 차원에서의 정보 전달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언론 등을 통해 유사 사건들이 보도되더라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이들도 많으며, 대중들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나 정부 레벨에서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를 더 많이 만들고 구석구석까지 닿을 수 있도록 배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업계 자체적으로도 다양한 투자정보를 정리해 알리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업계 내에서만 유통되기에 대중들이나 정보 접근이 어려운 이들에게까지는 쉽게 닿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전통 금융기관이나 정부의 경우 고령층에게도 신뢰를 받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보다 높은 차원에서의 조치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빗쌈코리아에서 지난 3월 투자자 보호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자료를 배포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더 높은 차원에서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 제공=빗썸]
빗쌈코리아에서 지난 3월 투자자 보호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자료를 배포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더 높은 차원에서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 제공=빗썸]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호서대 디지털기술경영학과 석좌교수)은 적격투자기관을 통한 투자 환경 조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코인관련 유사수신 피해는 예방과 피해구제 둘 다 어려운 상황으로, 이는 투자자들이 적격투자기관을 통해 코인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적격투자기관의 코인투자가 활성화 되면 투자자 보호나 정보의 접근성이 높아져 현재 발생하는 깜깜이 투자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투자자 개인 차원에서도 맹목적으로 고수익만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짧은 시간에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이러한 범죄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 E씨는 “단기간 수익을 기대하고 코인 투자에 뛰어드는 이들이 많은데, 수익성보다는 각 프로젝트의 비전과 실현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한 뒤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대마불사도 “가상화폐는 일반인의 정보 접근이 어렵고 이해도가 낮아 사기 일당이 활동하기에 최적의 환경으로, 관련 사건의 대부분이 집중돼 있다”며 “구조적으로 고수익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리스크가 훨씬 더 크며, 누군가의 권유나 홍보문구, 수익금 등에 현혹돼 투자를 감행한다면 큰 재산을 탕진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 만연해 있는 ‘한탕주의’가 문제라고 지목하기도 한다. 대중들의 기저에 깔린 ‘일확천금’의 환상이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켜 사기 피해를 입도록 한다는 것이다. 외식 기업 스노우폭스의 창립자인 김승호 짐킴홀딩스 회장도 자신의 저서 ‘돈의 속성’에서 “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빨리 부자가 되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라며 이 같은 세태를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관념을 심는 사람들도 결국 사람들의 마음 속 틈새를 노린 ‘검은 손’이다. 실제로 사기 일당들은 근면이라는 고전적 미덕으론 현대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다며 위기감을 조성하고, 동시에 지난한 과정과 고행 없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곤 한다. 지속되는 양극화와 경기 침체 등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 속에서 이러한 메시지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여기서 발생하는 불안감을 악용해 타인의 돈을 편취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들을 단죄해 사회적 해악을 차단하는 한편, 근본적으로는 이 같은 불안감이 조성되지 않도록 다양한 채널로 정확한 정보를 공급하며 건강한 시장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와 관련업계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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