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이후 콘텐츠 구독 이용 증가
알고리즘, 비판 의식 없는 콘텐츠 소비 조장
외롭고 불안한 현대인들 ‘의존성’ 높이며 성장
플랫폼 ‘상업 논리’에 빼앗긴 일상의 집중력
자극 반복에 따른 중독, 인지 기능 저하 우려

디지털 공간에서의 삶이 확장되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과 기관들은 업무, 학업, 게임, 공공 서비스 등 분야에 구분 없이 개별 메타버스를 구축하며 디지털 영토전쟁에 한창이다. 가상공간은 지금보다 더 우리의 삶을 이루는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뎌지고 삶의 양상이 병합될수록 디지털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신곡〉은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색욕 등 7가지 죄에 빗대어 디지털 공간에 만연한 범죄를 유형화하고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피해자가 양산되는 가운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정부와 기업 등 관련 주체들이 사회적 책임에서 빗겨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디지털 공간이 보다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할 지점은 무엇인지를 모색해보고자 했다.

모압이 이스라엘을 죄로 이끌다. 제라드 호엣. 1728년.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Figures de la Bible) 삽화. 이스라엘인들이 가나안에 들어서기 전 벨페고르를 숭배하는 모압의 제사에 참여하는 장면.
모압이 이스라엘을 죄로 이끌다. 제라드 호엣. 1728년.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Figures de la Bible) 삽화. 이스라엘인들이 가나안에 들어서기 전 벨페고르를 숭배하는 모압의 제사에 참여하는 장면.

【투데이신문 박주환 변동휘 정인지 기자】 기독교 칠죄종에는 각각의 죄에 대응하는 악마들이 있다. 이 가운데 나태는 흔히 알려진 7대 악마 중 ‘벨페고르’가 담당하고 있다. 이밖에 솔로몬이 봉인한 72 악마 중 ‘아스타로트’도 태만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타로트는 왼손으로 뱀을 쥔 천사의 형상을 하고 있다. 그는 한 때 자비의 여신으로서 만사를 꿰뚫어 볼 줄 아는 천사였으나 질투가 심했으며 악마가 된 후에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나태함으로 이끌어 타락시킨다. 

벨페고르는 구약성경 민수기에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민수기 25장에는 모세가 이끌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에 들어가기 전 모압을 방문한 이야기가 서술돼 있다. 모압 사람들은 바알 페올이라는 지역 토속신을 섬겼는데 일부 이스라엘 사람들이 제사와 음행에 참여해 야훼의 분노를 산다. 성경은 이 때 신의 분노로 역병이 돌아 2만4000명이 사망했다고 전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바알 페올이 벨페고르의 다른 이름이다.  

벨페고르의 꾐에 넘어간 이스라엘 사람들의 이야기는 단테 《신곡》에서도 등장한다. 가나안땅 입성이라는 목표를 눈앞에 두고 향락에 빠진 이스라엘인들은 천국에 오르지 못한 채 생전에 저지른 게으름의 죄를 씻어내고 있다. 이들에게 주어진 벌은 연옥 제4층을 쉬지 않고 끊임없이 달리는 것이다. 영화 ‘신과 함께’에서 나태지옥에 떨어진 자들이 기둥에 깔려 죽지 않기 위해 쉬지 않고 달리는 것과 같다. 

성서를 비롯한 다양한 옛이야기들이 나태와 태만을 경계한 것은, 사회적으로는 노동력 손실을 우려하고 근면성실의 가치를 내재화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집단적‧종교적 공동 목표가 아니라 하더라도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가나안땅은 있을 수 있다. 만약 각자 개인이 설정한 삶의 목표를 주저앉히는 것이 나태라면, 그리고 그 나태를 조장해 사람을 우울과 무기력으로 이끌고 그로 인해 이익을 얻는 집단이 있다면, 그 집단을 우리시대의 벨페고르라 불러도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은 디지털 공간 도처에서 나태와 게으름을 충동하는 ‘알고리즘’을 악마에 빗대고 있다. 디지털 알고리즘은 인공지능, 맞춤 추천 등의 용어로 포장돼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소비자가 자신의 삶을 잊고 특정 플랫폼에 최대한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일상을 망각케 하고 삶을 고양시키던 목적을 희미하게 만드는 알고리즘의 본모습은 분명 벨페고르의 유혹과 닮아있다. 

■ ‘콘텐츠 구독’ 일상화, 2~3개 사용이 대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확산을 기점으로 온라인 동영상 구독 서비스는 전성기를 맞았다. 유튜브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소셜러스’의 보고서에 다르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2020년 국내 유튜브 구독자 수는 14억9000만명으로 전년 대비 6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누적 조회수 역시 2908억건에서 5472억건으로 88% 급증했다. 

〈투데이신문〉이 두잇서베이와 함께 20대 이상 성인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동영상 구독 서비스 이용 실태 조사’에서도 이 같은 경향을 볼 수 있었다. 실제 ‘코로나19 확산 이후 구독 서비스 이용이 늘었습니까’라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56.9%가 이용 시간이 증가했다고 대답했다.

특히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들의 콘텐츠 경쟁이 심화되면서 복수의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최대 몇 개의 온라인 동영상 구독 서비스를 이용해 봤습니까’라는 질문에 2개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소비자가 34.1%로 가장 많았으며 3개 ​2​7​.​2​%, ​1개 2​3​.​7​% 순으로 이어졌다. 이밖에 4개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대답도 8​.​8​%로 적지 않았으며 5개 이상의 경우도 6.2%를 기록했다. 

온라인 동영상 구독 서비스 이용을 위해 사용하는 비용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와 관련 ‘온라인 동영상 구독 서비스 이용을 위해 한달에 얼마를 지불했습니까’라는 질문에 38%의 이용자가 ‘1만원 이상 2만원 미만’을 지출한다고 답변했으며 ‘1만원 미만’ 26.7%, ‘2만원 이상 3만원 미만’ 20.7%, ‘3만원 이상 4만원 미만’ 9.6%, ‘5만원 이상’ 5% 순으로 집계됐다. 

한 40대 직장인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확실히 유튜브나 OTT를 이용하는 시간이 늘어났다”라며 “직접 구독하고 있는 플랫폼은 넷플릭스 하나인데 관심 있는 콘텐츠는 여러 곳에 있으니 계정 공유를 통해 유튜브 프리미엄, 애플TV, 디즈니플러스 등을 사용하고 있다. 주변에서도 보통 넷플릭스를 기본으로 보고 TV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은 웨이브,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왓챠 정도 추가해서 보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플랫폼 자체에 충성하기 보다는 개별 콘텐츠의 흥행이나 개인의 선호에 따라 구독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2019년부터 전체 초고속인터넷 이용 가구 중 절반에 가까운 46%가 복수의 OTT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플랫폼간 신규 구독자 유입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소비자들도 콘텐츠 비용 지출 확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임에 따라 복수 구독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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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향과 취미’는 인공지능이 판단

온라인 동영상 구독 서비스의 성장과 확산에는 각각의 이용자들에게 개인화된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 기술의 영향도 컸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미디어 플랫폼들이 제공하는 알고리즘 서비스의 핵심은 콘텐츠를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선보이는 큐레이션(Curation)이다. 사용자의 시청 및 검색 기록, 좋아요, 댓글, 구독 등을 분석해 맞춤 추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알고리즘의 핵심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유튜브의 경우 서비스 초기에도 조회수 및 시청 시간을 기반으로 한 기초적인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지금도 유튜브 메인 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인기 급상승 동영상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보다 개인화된 추천을 의미하는 알고리즘이 유튜브에 도입된 것은 2016년이다. 

유튜브를 비롯한 미디어 플랫폼들의 알고리즘은 기계학습(Machine learnin)을 기반으로 한다. 머신러닝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정보 가운데 비슷한 정보를 분류해 군집화 하는 것이다. 유튜브의 알고리즘도 소비자의 영상소비 습관과 패턴을 학습해 추천 목록을 생성한다. 넷플릭스와 틱톡, 페이스북 역시 이 같은 머신러닝을 통해 이용자들의 취향을 학습하고 유형화한다.  

관심 있는 콘텐츠를 유형화해 노출시키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보다 오래 플랫폼에 머물도록 하기 위함이다. 유튜브 최고 상품 담당자(CPO) 닐 모한은 이미 2019년 언론 인터뷰에서 전체 유튜브 시청 시간 중 70%가 알고리즘 추천에 의한 결과라고 말했다. 또 알고리즘 도입 이후 총 시청 시간이 20배 이상 증가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넷플릭스 역시 DVD 대여 사업 시절부터 쌓아온 노하우에 AI 기술을 더해, 80%라는 높은 추천 콘텐츠 선택률을 보이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70%가 알고리즘에 의한 결과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소비자가 90초 안에 새로운 콘텐츠를 선택하지 못할 경우 플랫폼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조사를 바탕으로 알고리즘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알고리즘 기술에 힘입어 구글은 올해 2분기 유튜브 쇼츠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20억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숏폼 영상을 서비스하는 틱톡 역시 MAU가 11억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으며 릴스를 내세운 인스타그램에도 매 1분간 34만여개의 포스팅이 업로드 되고 있다. 말 그대로 셀 수 없는 정보들이 범람하는 가운데 이용자들은 “오늘도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나를 이끌었다”라고 말하며 콘텐츠의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있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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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리즘이 한 세대 전체를 길들인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들의 알고리즘은 이용자들의 판단 능력을 퇴화시키고 무의식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구글 알고리즘 개발팀에서 일했던 기욤 샬로는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추천 알고리즘은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지만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왜곡돼 있다”라며 “시청시간이 가장 우선순위이기 때문에 다양성 보다는 필터버블을 조장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그는 프랑스 비영리단체 ‘AlgoTransparency’를 설립해 언론과 협력하며 유튜브 알고리즘을 추적조사하고 있다.

기욤 샬로가 언급한 필터버블은 미국 시민단체 무브온의 이사장 엘리 프레이저가 동명의 저서 <The Filter Bubble>을 통해 제시한 개념이다. 그는 구글,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이용자의 특성에 맞춰 개별화된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정보를 접할 기회를 앗아갔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특히 알고리즘의 필터링에 상업 논리가 주요하게 작용함에 따라 소비자가 편향된 정보에 갇힐 수 있음을 우려했다. 

콘텐츠나 정보에 대한 노출이 한쪽으로 쏠린다는 것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경험할 기회를 차단당한다는 의미다. 그것이 개인적인 취미 활동의 영역이라면 대외적인 문제로 불거질 가능성이 낮지만 가치 판단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기본 사회 통념이나 상식을 왜곡하는 부작용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무엇보다 알고리즘이 조장하는 무비판적 콘텐츠 소비 행위는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즉각적인 만족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자연스럽도록 충동한다. 이는 짧고 반복적인 영상 자극 앞에 선택을 포기한 무기력한 소비자를 양산하게 된다는 우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구글의 기술 디자이너로 일했던 트리스탄 해리스 역시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에서 “우리는 한 세대 전체를 훈련하고 길들이고 있다. 우리가 불편하거나 외롭거나 불확실하거나 두려울 때 디지털 젖꼭지를 찾게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 10명 중 4명 “구독 서비스 이용 줄이고 싶다”

외로움이나 두려움 등을 피하기 위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은 이용자를 행위중독으로 이끌 위험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해결 없이 순간의 기분을 회피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면 콘텐츠 및 플랫폼에 대한 의존을 높이고 심한 경우 행위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 같은 의존 강화는 콘텐츠 노출과 이용자의 소비로 이어진다. 때문에 디지털 경제에서는 중독이 주요한 전략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를 두고 미국 노스플로리다 대학의 데이비드 T. 코트라이트 교수는 이성적 판단이 아닌 즉각적인 충동을 자극한다는 의미에서 ‘변연계(파충류) 자본주의’라고 경계했다. 연세대학교 김병규 교수도 ‘호모 아딕투스라’는 표현을 제시하며 ‘중독이 돈이 되는 세상’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투데이신문〉의 설문조사에서도 적지 않은 응답자들이 온라인 동영상 구독 서비스에 대한 의존을 호소하며 이용시간을 줄이고자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스스로 생각하는 온라인 동영상 구독 서비스 의존 정도를 묻는 질문에 21.9%가 ‘의존적이다’라고 답변했으며 2.3%는 ‘매우 의존적이다’라고 응답했다. 또 온라인 동영상 구독 서비스 이용시간을 줄이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에는 이보다 많은 44.8%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응답자 10명 중 3명 꼴인 28.5%는 ‘온라인 동영상 구독 서비스 이용시간을 줄이는 것이 어렵다’고 답변했으며 ‘온라인 동영상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학습과 업무에 방해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29.4% 수준으로 비슷했다. 아울러 41.1%는 ‘온라인 동영상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수면 등 일상생활에 방해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3.2%는 ‘과도한 이용으로 건강에도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고 답했다. 

알고리즘에 대한 선호도는 대부분 50%에 근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보통이다’ 이하 답변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효용성은 절반 정도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세부적으로는 ‘알고리즘이 취향을 잘 반영한다’고 생각한 응답자는 49.2%였으며 보통 이하라는 답변은 50.8%였다. 이밖에 구독 서비스 이용에 알고리즘이 영향을 준다는 대답은 51.8%, 알고리즘 추천을 계속 받고 싶다는 답변은 47%로 집계됐다. 

이처럼 미디어 플랫폼 기업들의 알고리즘 서비스 효용성에 대한 의견이 반반으로 갈리고 있는 만큼, 활성 이용자 수 증가를 위해 알고리즘 기술이 남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 30대 유튜브 이용자는 “유튜브를 오래 사용하다보면 특정 영상으로만 추천이 이뤄져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없어진다”라며 “알고리즘에 방해 받고 싶지 않아 여러 개의 계정을 음악, 영화, 과학 등으로 나눠 사용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 긴 글, 긴 대화가 어려워진 사람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숏폼 콘텐츠의 확산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 등 숏폼 플랫폼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은 46시간 29분으로 파악됐다. 이는 넷플릭스·웨이브·티빙·왓챠·쿠팡플레이 등 OTT 플랫폼의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 9시간 14분 대비 5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자극의 반복과 의존이 중독의 주요한 원인이라면 숏폼은 이 모든 걸 갖추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알고리즘을 통해 판단 없이 자극을 반복케 한다는 점에서 그 중독성은 배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숏폼 콘텐츠가 자연적으로는 불가능한 속도로 빠르게 도파민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합성마약과 비슷하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만 간단히 검색 해봐도 1~2개만 보려했는데 2~3시간이 지나갔다는 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중독 문제 전문가 최삼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모든 중독에는 두 가지 기제가 있다. 첫 번째는 새롭고 즉각적인 자극을 추구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스트레스 해소나 불안, 정서적인 어려움을 회피하려는 것”이라며 “숏폼 서비스는 여기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AI 알고리즘은 우리가 어떤 걸 선호하는지 판단한 후,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콘텐츠를 보여준다. 그렇게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주면 우리의 뇌는 거기에 순응하게 될 수 있다”라며 “이처럼 편협한 정보를 계속 섭취하고 반대의견을 듣지 못하게 되면 특정 문제에 대한 과잉 확신을 갖게 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요한 하리의 <도둑 맞은 집중력>이라는 책에서도, 우리가 공짜로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집중력을 지불하고 있으며 기업들이 결국 마케팅을 위해 자극을 제공한다고 지적하는데, 그 의견이 과도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라며 “숏폼에 익숙해지면 긴 글과 긴 대화가 어려워진다. 실제 외래 진료에서도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더 활발한 관련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이라고 말했다. 

나태와 게으름은 다른 관점에서는 여유와 휴식이다.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시기와 시간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가치평가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다만 대중의 나태를 의도적으로 조장해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것은 얘기가 다르다.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알고리즘 전략은 소비자의 여가 시간을 넘어 일상 전부를 노리고 있는 듯하다. 트리스탄 해리스나 요한 하리의 지적처럼 우리가 쉽고 짧은 만족감을 위해 삶 전체를 내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개인과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되돌아봐야 할 때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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