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뒤로 숨은 죄의식…‘약자들’ 향하는 칼끝
‘불법적 행위 방조’ 플랫폼에 책임 돌리는 여론
제도 개선 필요성 높지만 처벌만이 능사 아냐
공감능력 회복 절실…‘미디어 리터러시’가 열쇠

디지털 공간에서의 삶이 확장되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과 기관들은 업무, 학업, 게임, 공공 서비스 등 분야에 구분 없이 개별 메타버스를 구축하며 디지털 영토전쟁에 한창이다. 가상공간은 지금보다 더 우리의 삶을 이루는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뎌지고 삶의 양상이 병합될수록 디지털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신곡〉은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색욕 등 7가지 죄에 빗대어 디지털 공간에 만연한 범죄를 유형화하고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피해자가 양산되는 가운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정부와 기업 등 관련 주체들이 사회적 책임에서 빗겨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디지털 공간이 보다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할 지점은 무엇인지를 모색해보고자 했다. 

림보. 요하네스 스트라다누스. 1587. 《신곡》 지옥편 삽화. 림보는 지옥의 첫째 원으로, 그리스도 이전에 살았던 위인들의 영혼들이 이곳에 머물고 있다. 덕망과 업적으로 이름을 알린 이들이라 아무런 형벌 없이 평온하게 지내는 모습이지만, 천국에 오를 희망이 없다는 점에서 지옥의 한 부분으로 묘사된다.
림보. 요하네스 스트라다누스. 1587. 《신곡》 지옥편 삽화. 림보는 지옥의 첫째 원으로, 그리스도 이전에 살았던 위인들의 영혼들이 이곳에 머물고 있다. 덕망과 업적으로 이름을 알린 이들이라 아무런 형벌 없이 평온하게 지내는 모습이지만, 천국에 오를 희망이 없다는 점에서 지옥의 한 부분으로 묘사된다.

【투데이신문 변동휘 박주환 정인지 기자】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했지만, 반대급부로 죄악 역시 고도화되고 지능화되는 모습이다. 각종 인신공격과 저주가 가득한 악성 댓글과 메시지는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으며, 어떤 이는 각종 허위정보를 유포해 갈등을 부추기고 수익까지 챙겨간다. 

음지에서 암암리에 행해지던 성범죄와 금융사기 범죄는 더욱 은밀하고 폐쇄적인 공간으로 무대를 옮겼으며,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식탐은 환경오염 문제까지도 일으키고 있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표방한 알고리즘은 사람들을 나태로 이끄는 한편, ‘확증편향’을 강화시켜 자신만이 옳다는 독선을 주입하는 등 사회적 갈등의 주범이 되기도 한다.

《신곡》에서 단테가 마주한 지옥의 문에는 ‘Lasciate ogni speranza, voi ch’intrate(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또한 지옥의 첫째 원() ‘림보(Limbo)’의 영혼들은 생전 죄를 짓지 않고 덕성 있는 삶을 살았기에 어떠한 형벌도 받지 않지만, 세례를 받지 않아 천국에 오를 가망이 없다는 이유로 탄식하며 괴로워한다. 이 같은 서술은 지옥의 본질이 ‘희망이 없다’는 점에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은 이미 인류의 또 다른 생활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미래 세대가 영위할 터전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간을 아무런 희망도 없는 곳으로 남겨둘 수는 없다는 뜻이다. 

각계의 전문가들은 익명성에 의해 희미해진 인터넷 이용자들의 죄의식과 플랫폼의 책임을 공통적으로 거론했다. ‘잘못된 것’이라는 자각 없이 이 같은 악이 자행되고 아무런 제지 없이 퍼져나가고 있으나, 플랫폼은 이를 방기하고 수익성만을 추구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저버렸다는 비판이다. 

이를 막기 위한 수사기관의 국제적 공조 강화와 플랫폼에 대한 규제 등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명확하다. 그러나 인간의 원초적 욕구와 관련된 것들이라 제도와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때문에 교육이나 각종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이러한 죄악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고, 이를 멀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꼽힌다. 즉, 인식 자체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 익명성이 부른 타락

사이버 범죄의 특성으로 실행 및 인멸의 용이성과 막대한 파급효과 등이 거론되곤 한다. PC나 스마트폰 등 인터넷에 연결된 디바이스만 있으면 누구든 실행할 수 있지만, 막강한 전파력과 파급력으로 인해 피해는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는 ‘익명성’이 꼽힌다. 익명이라는 그늘이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지도록 하고, 이에 대한 양심의 가책까지도 없애 심각도를 높이는 등 다양한 부정적 영향을 낳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어떤 이들은 익명 뒤에 숨어 유명인에 대한 질투와 분노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이를 부추기는 사이버렉카 유튜버 역시 대부분 자신의 정체를 꼭꼭 숨기며 활동한다. 디지털 성범죄도 익명성의 그늘 아래서 미성년자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마수를 뻗고 있으며, 온라인 금융사기도 텔레그램이나 오픈채팅방 등 신상을 드러내지 않는 공간에서 이뤄진다.

익명성의 폐해에 대한 지적은 사실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2001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조동기 책임연구원 외 2인의 논문 ‘사이버 문화의 특성과 사회적 영향’에서는 익명성이 탈금제*의 토대가 되며, 2가지 측면에서 사이버 범죄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탈금제(Disinhibition): 대면적 상황에서는 함부로 말할 수 없었던 내용을 사이버 공간에서 표현하고, 구속감을 적게 느끼며, 보다 개방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 현상

먼저 익명성과 탈금제는 개인들의 행위의 결과에 대한 책임의식 없이 함부로 행동하게 하는 경향을 낳으며, 이에 따라 거친 말이나 절제되지 않은 비판, 분노, 혐오, 두려움 등이 표출되기도 하고 현실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음란물이나 폭력물 등 지하세계가 드러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다른 한편으로는 사이버 공간에서는 정체가 애매해져 성별, 연령, 직업 등 범주적 속성보다는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중시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환경하에서 탈금제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의 영향이 줄어들어 사람들로 하여금 자아를 탐구하고 문제해결을 시도하며 존재의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도록 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맹목적인 카타르시스를 추구하거나 불건전하고 병리적인 감정과 심성이 쉽게 표현될 수 있다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 

이러한 익명성은 범죄의식 결여로 이어지기도 한다.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그것이 잘못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과 소통하는 상대의 인격이 현실적 인격과는 상이한 것으로 인식되면, 자기 행위의 결과가 어떤 현실을 만들어 내는지 인식하기 어려워져 죄의식이나 가책을 느끼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동시에 순간적으로 행위가 이뤄지면서 그 과정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림으로써 자신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동기마저도 소멸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각종 사이버 범죄들은 손쉽게 저질러지고 잊히는 ‘비일탈적·일상적 행위’로 인식되는 것이다.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유현재 교수는 ‘내가 뭘 어떻게 했느냐’와 ‘나만 그랬냐’라는 태도가 사이버 공간에서의 폭력에 대한 죄책감을 희석시킨다고 분석했다.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폭력이 실제 육체에 상처를 남기지 않기에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행위를 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실제로는 파급력이 커지지만, 오히려 죄가 나눠진다고 여기는 사고방식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익명성에 근거한 탈금제와 범죄의식 결여의 주된 희생양은 결국 사회적 약자들이다. 특히 2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범죄가 최근 자주 보고되고 있는데, 온라인상에서의 폭언과 인신공격 등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며, 심지어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허위 합성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피해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등 오프라인 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강약약강(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의 행태라는 점에서 매우 악질적이다. 즉각적으로 경찰에 고발하는 등 소위 강하게 나가는 이들은 공격하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아 정신적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괴롭히는 것이다. 

■ ‘개인’들만의 잘못인가

하지만 일각에서는 익명성 등 이용자들의 잘못된 행태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답은 아니라고 말한다. 개인의 문제도 명백하지만, 이를 방조하고 조장하는 플랫폼 운영사에도 책임이 있다는 인식이다. 

허위사실을 유포해 피해를 입히는 일부 유튜버들의 행태나 크리에이터 플랫폼에서의 디지털 성범죄 등에 대해 플랫폼 차원에서부터 모니터링하고 제재해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 플랫폼의 경우 사이버 범죄 가해자 신원 특정을 위한 국내 수사기관의 요청에도 비협조적인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러한 비판의 주 표적이 되고 있다.

환경 문제와 관련해서도 온라인 플랫폼의 역기능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먹방 콘텐츠의 유행으로 식욕을 자극하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된 가운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배달 플랫폼이 활성화되며 음식물 및 플라스틱 폐기물이 급증한 것이다. 여기에 폐기물 무단 투기 등도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지난 2분기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 시정 조치에 따라 삭제된 영상 수는 약 736만개에 달한다. 하지만 국가별 영상 삭제현황을 살펴보면, 한국은 4만5000건 수준에 그치는 등 사실상 방치돼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진 출처=구글 투명성 보고서 캡처]
지난 2분기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 시정 조치에 따라 삭제된 영상 수는 약 736만개에 달한다. 하지만 국가별 영상 삭제현황을 살펴보면, 한국은 4만5000건 수준에 그치는 등 사실상 방치돼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진 출처=구글 투명성 보고서 캡처]

AI(인공지능) 알고리즘 기반 개인 맞춤형 서비스와 관련된 문제에서 이 같은 ‘플랫폼 책임론’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용자들의 판단 능력을 퇴화시켜 정신적 나태로 이끌고, 무비판적으로 콘텐츠를 수용 및 소비하도록 조장하며 수익을 챙겨간다는 점에서다. 

특히 가치 판단이나 정치적 이슈 등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이용자의 생각과 유사한 콘텐츠만을 선별해 노출함으로써 확증편향을 일으키며, 이는 곧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실제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 유포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이를 검증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보다는 정쟁의 도구로 소비되는 등 논의 양상마저 왜곡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는 동안 디지털 콘텐츠는 사회적 분열을 야기하는 도구로 전락한 상황이다. 국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장승진 교수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한정훈 교수의 2021년 논문 ‘유튜브는 사용자들을 정치적으로 양극화시키는가?: 주요 정치 및 시사 관련 유튜브 채널 구독자에 대한 설문조사 분석’에서는 정치적 양극화에 유튜브 채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대중적 인지도와 구독자 수를 고려해 진보와 보수 성향을 대변하는 6개 유튜브 채널을 선정해 구독·시청자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일반 유권자들에게도 동일한 설문을 진행해 그 결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특정 이념적 성향을 지닌 채널만을 시청하는 행태는 그와 상이한 이념을 지닌 정당의 이념적 위치를 더 편향되기 인식하는데 기여했고, 호감도 또한 더욱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저자는 “특정 성향을 대변하는 정치 유튜브 채널의 시청이 한국 사회 내 이념적 또는 정서적 양극화에 기여하는 기제로서 기능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 세상과 법의 서로 다른 보폭

디지털 세상에서 일어나는 이 같은 일들에 대한 문제의식은 높아지고 있으나, 정작 제도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국민들의 인식이다. 〈투데이신문〉과 두잇서베이가 실시한 ‘디지털 공간 범죄 경험 및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68.6%가 온라인 범죄 단속이나 처벌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근절되지 않는 이유(중복응답 허용)를 묻는 질문에도 ‘가해자 처벌이 약해서’라는 응답이 71.7%에 달했다.  

특히 플랫폼 운영사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이들에 대한 규제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관련해 법무법인 테헤란 김유정 변호사는 자율규제 활성화 차원에서 개인뿐만 아니라 플랫폼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유료 구독형 플랫폼 내에서의 성범죄를 예로 들면, 불법적인 영상이 유통되는 경우 영상 제작 및 직접 제공자뿐만 아니라 플랫폼 제공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실효성 있는 자율규제가 가능해진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플랫폼 운영사에 대한 범죄수익 몰수 및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등을 꼽았다. 불법적인 영상 제공으로 거둔 수수료 수익까지 환수하는 한편,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주체에도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입법을 통해 적법성이 확인된 영상만 플랫폼에서 유통되도록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제공 자체를 막자는 취지다.  

이에 더해 법 집행기관과 사법기관의 적극적인 근절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위와 같은 입법이 있더라도, 수사기관의 소극적인 수사 및 기소, 법원의 보수적인 판결이 변하지 않는다면 ‘인격 살인’이라 불리는 불법 영상의 제공 및 유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수사기관과 법원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김 변호사의 주장과 유사한 사례로 독일의 네트워크 집행법(NetzDG)이 자주 거론된다. 독일 형법의 특정 조항에 해당하는 불법적 콘텐츠에 대한 플랫폼사의 규제 의무를 부과한 법으로, 2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SNS 사업자는 혐오표현이나 폭력, 아동포르노, 테러 등 범죄와 관련된 게시물이 신고되면 24시간 내에 삭제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시 최대 5000만유로(약 708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해외 플랫폼이 국내 수사기관의 요청에 협조하도록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법조계에서 나온다. 해외에 본사 및 서버가 있는 경우 제작자 신원 특정이 어렵고, 플랫폼에서 제작자의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으면 강제수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적발 자체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 변호사는 “불법적인 제작자들은 대부분 이를 악용해 해외에 본사와 서버를 두고 있는 플랫폼을 이용하며, 적극적인 해외 공조 수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에스 조성근 변호사도 “플랫폼 운영사로 하여금 인적 사항과 증거 자료를 수사기관에 의무적으로 제공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디지털 범죄의 경우 국경을 초월해 발생하는 만큼, 국가 간 협력을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된 최근 사례로는 국내 연예기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꼽힌다. 걸그룹 아이브 등 자사 아티스트에 대한 허위사실 등을 유포한 사이버렉카 유튜버 ‘탈덕수용소’에 법적 조치를 취하기 위해 미국 법원으로부터 정보제공명령을 받아내고, 구글로부터 신상을 특정할 수 있는 중요 정보를 전달받은 것이다.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사이버 범죄의 경우 가해자 신상정보 파악이 가장 중요한 만큼, 일련의 과정들이 잘 정리돼 고소 및 처벌까지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봤다. 

■ ‘존중과 공감’ 풍토 조성해야

하지만 이 같은 문제들은 결국 인간의 본능과 연관이 있어, 무조건적인 억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색욕 등은 모두 인간의 기본욕구와 연결된 죄로, 억누르려 할수록 오히려 터져 나오기만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된 독일 네트워크 집행법의 경우에도 국내 미디어에서는 모범 사례인 것처럼 언급되지만, 실제로는 입법 단계부터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벌금을 피하기 위해 충분한 검토 없이 기계적으로 게시물을 삭제하는 등 과도한 검열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콘텐츠 유해성에 대한 유권해석을 사실상 민간 기업에 위임하는 조치라 자의적 집행 위험이 따른다는 것이 반대 측의 주 논지였다. 

시행 이후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되는 형국이다. 구글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명예훼손 또는 모욕으로 신고된 항목은 총 3만3529건이었으며, 이 중 5790건이 삭제 처리됐다. 그 중 네트워크 집행법에 의한 처리는 215건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커뮤니티 가이드 위반으로 삭제된 사례들이다. 기대와 우려 속에 법이 시행됐지만, 사실상 별다른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8년 법무장관 재직 시절 네트워크집행법 시행을 강행한 독일 하이코 마스 전 외무장관 [사진 제공=AP/뉴시스]
지난 2018년 법무장관 재직 시절 네트워크집행법 시행을 강행한 독일 하이코 마스 전 외무장관 [사진 제공=AP/뉴시스]

이는 규제 입법 등 강제적인 방식으로는 제한적인 효과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문제의식에 그치고 있는 대중들의 인식을 사회적 합의로 전환해 자정작용으로 이끄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미디어 리터러시’를 제시했다. 인지적 차원을 넘어 미학적·감정적·도덕적 측면에서 다양한 매체를 이해하고, 각종 메시지에 접근해 이를 분석하고 평가하며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유 교수는 ‘미디어를 소비하는 현명한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디어를 건전하게 활용하고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끔 비판하는 등 일종의 ‘수사학’ 측면에서 우리나라 누리꾼들은 굉장히 미숙하며, 이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성청소년미디어협회 이영미 중앙회장은 “피해자들이 어떤 고통을 받는지를 보여주며 잘못된 행동임을 인식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무현재단 황희두 이사는 ‘선한 영향력’의 사례를 계속 발굴하고 알려 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유스타즈’ 등 온라인 문화 청정화를 위해 활동해온 그는 인플루언서들도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선순환 구조 마련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타인의 구독이 쌓이 영향력을 갖고 부와 명예를 얻었다는 점에서다. 이러한 ‘영향력’의 맥락에서, 사회적 약자들을 조명하는 사례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황 이사는 “소수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는 목소리가 분명 존재하며, 이를 사회적 약자 등에 연결해 성공 사례를 계속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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