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회장의 3주기와 함께 맞는 취임 1년
파운드리 사업 확장 위해 300조 투입 계획
‘제2의 반도체’로 바이오 지목, 광폭 행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지난 25일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지난 25일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오는 27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이 회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한지 10년 만인 지난해 10월 회장자리에 올랐다. 아버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별세한 때로부터는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 회장은 선대 회장의 신경영 정신을 ‘뉴삼성’이라는 이름으로 계승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경기도 수원시 이목동에서 선대회장의 3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에는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재용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 및 계열사 현직 사장단 60여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은 특별한 행사 없이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지난 19일 기흥캠퍼스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지난 19일 기흥캠퍼스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 1년은 이 회장의 현장 경영 중심 광폭 행보와 반도체 초격차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던 한 해였다. 실제 이 회장은 선대회장의 3주기 추모 음악회가 열리던 날에도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먼저 방문, 반도체 사업 재도약을 위해 혁신의 전기를 마련해 달라는 당부를 임직원들에게 전했다.  

기흥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는 2030년까지 약 20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삼성의 미래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는 핵심 연구 기지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다. 아울러 연구, 생산, 유통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복합형 연구 단지로서 첨단 기술 개발의 결과가 양산 제품에 빠르게 적용될 수 있는 인프라의 완성이 기대된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은 선대회장이 남긴 유산이다. 이건희 전 회장은 40여년 전인 1977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후 1992년 8월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1994년 또 다시 세계 최초로 256메가 D램을 개발하면서 오늘날 세계 1위 D램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하기에 이른다. 

이제 이 회장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반도체 위탁생산인 파운드리 시장의 점유율 확대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가 선두에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6.4%로 과반을 넘어서고 있다. 같은 시기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1.7%로 큰 차이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오는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입,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을 구축하고 소재·부품·장비 업체 및 반도체 설계 회사 등을 최대 150개까지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투자를 통해 조성되는 용인 클러스터에는 대규모 파운드리 설비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 2021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미국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본사를 찾아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 만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 2021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미국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본사를 찾아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 만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 회장은 선대회장이 구축한 기반 위에 바이오, AI, 차세대 통신을 쌓아올리려 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는 삼성이 ‘제2의 반도체’로 지목한 미래 먹거리다. 글로벌 바이오 산업은 이미 굴지의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부문이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 이후 상시적 팬데믹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전망치가 크게 상향됐다.  

실제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의 ‘글로벌 바이오산업 시장의 동향과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규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2025년 6208억달러에서 2026년 6605억달러, 2027년 7034억달러 수준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조사에서는 2025년 이미 78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으며 2026년 8461억달러, 2027년 9113억달러까지 확장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반도체 시장 규모가 4663억달러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바이오 시장은 삼성은 물론 한국 산업계가 주목해야할 산업군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올해 상반기 해외 출장에서 미국 동부 일대를 방문, 글로벌 빅파마 및 바이오 벤처 인큐베이션 회사 등 바이오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글로벌 CEO들과 연쇄 회동을 가지기도 했다. 

세부적으로는 ▲호아킨 두아토 J&J CEO ▲지오반니 카포리오 BMS CEO ▲누바 아페얀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CEO ▲크리스토퍼 비에바허 바이오젠 CEO ▲케빈 알리 오가논 CEO 등을 만나 바이오 사업 경쟁력 강화 및 신사업 발굴을 위한 상호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가운데 플래그십의 누바 아페얀 CEO는 모더나의 공동 설립자로서 삼성과 mRNA백신 생산계약을 통해 국내 팬데믹 위기 극복에 협력한 인연이 있으며 두 회사는 여전히 유망 바이오 벤처 발굴 및 육성 부문에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또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기업이다.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은 지난해 모두 삼성에 매각했지만 현재 삼성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유럽지역 유통과 판매를 담당하는 등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이 회장의 행보가 바이오 산업 전반에 걸쳐 글로벌 협업을 강화하고 바이오 사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이 했다. 바이오 산업은 진입 장벽이 높은 대표적인 분야로 알려졌지만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렛대 삼아 미래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 역시 당시 북미 판매법인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출발점은 중요하지 않다, 과감하고 끈기있는 도전이 승패를 가른다, 반도체 성공 DNA를 바이오 신화로 이어가자”라고 독려하며  바이오 사업 성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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