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br>
△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

강서구청장 선거 후폭풍이 여당을 집어삼키고 있다. 비대위냐 혁신위냐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인요한 혁신위원장 임명이다. 인 위원장의 취임 일성은 ‘통합과 변화’다.

통합과 변화. 무엇을 통합하고 무엇을 변화시키겠다는 의미일까. 만약 인 위원장이 말하는 통합과 변화가 유승민과 이준석 등 비윤 인사들을 포섭해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재료로 쓰는 정도의 수준이라면 국민의힘은 내년을 기약하기 어렵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친윤 인사들의 독식 체제가 당내는 물론 국민들에게까지 구태정치로 각인된 상황에서 선택한 나눠먹기식 자리보전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혁신위원장이 ‘박정희 추도식’에 참석하고 5·18묘지를 참배하는 등 동서를 누빈다고 멀어진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까. 대표적인 비(非)윤 인사 몇몇을 공천하고 통합의 정치로 변화를 이루겠다면 과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는 기초단체장선거임에도 내년 총선의 민심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며 국민적 관심이 모아졌다. 선거 결과는 여당이 혁신위를 띄워야 할 정도의 충격적 패배로 결론 났다. 선거 참패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처절한 자기반성, 인적쇄신을 포함한 강도 높은 개혁 작업이 뒤따라야 하지만 현재까지 그런 과정은 생략된 듯하다. 단적으로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전국선거에 버금가는 총력전을 펼쳤음에도 결과에 책임지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논어에서 말하는 과이불개시위과의(過而不改是謂過矣)가 바로 국민의힘에 당면한 최우선 극복 과제다. 벌써부터 국민의힘 혁신위의 한계를 걱정하는 이유는 여기서 나온다. 민심의 냉혹한 채찍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당내에서 치열한 난상토론을 통해 대안을 마련했어야 하지만 ‘일단 뭐라도 해보자’는 식의 혁신위 출범에 기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혁신위 합류를 고사한 인사들이 한둘이 아니었다는 것도 이러한 해석이 가능하게 하는 방증이다.

시대도 변했고 선거문화도 변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결국은 미워도 다시 한번 아니겠어.”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이런 지역구도 선거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삭제해 버리는 것이 좋다. 캐스팅보트를 넘어 한국 정치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MZ세대에 공감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금 더 큰 그림, 미래를 선도하는 비전을 준비하지 않고서는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새로운 시대의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이 오랜 시간 동안 공략해 온 혈연이나 지연, 학연 같은 키워드에 본능적 거부감을 느낀다. 정치는 정치일 뿐이었던 과거의 문법, 실체가 모호한 다짐으로 유권자들을 현혹하던 시대는 지났다. 그동안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새 출발을 다짐하는 진정성 있는 자세가 아니면 그들을 품을 수 없다.

신당 창당을 저울질하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며칠 전 모 매체에서 의뢰한 신당 창당을 가정한 정당 지지율 조사가 발표됐다. ‘유승민·이준석’ 신당의 지지율이 국민의힘과 불과 8% 남짓으로 파괴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표가 상당수 신당으로 향할 것이라는 분석이 합리적이다. 보수의 베이스가 깔린 신당이 아니라 그 반대의 경우라도 신당 창당을 가정한 양당의 지지도에는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거대 양당의 고착구도가 가져온 부작용에 실망하고 변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바람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은 4년 임기의 유력 정치인을 뽑는 이벤트의 들러리가 아니다. 내년 선거는 진정성 있는 태도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후보를 내세울 수 있는 정당이 살아남을 것이다. 인요한 호(號)가 침몰하는 여당의 지지도를 끌어올리고 총선 승리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그 시험대가 될 공천 작업에서 인 위원장의 역할과 권한에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