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건 4개월만 ‘범죄혐의 없음’ 결론
‘연필 사건’ 학부모 폭언 없었다고 판단해
교사노조 “수사당국 소극적…재수사해야”

서이초등학교 사망 교사 49재였던 자난 9월 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내 고인이 근무한 교실 책상 위에 꽃이 놓여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이초등학교 사망 교사 49재였던 자난 9월 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내 고인이 근무한 교실 책상 위에 꽃이 놓여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에 대해 경찰이 학부모의 범죄 혐의점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낸 뒤 사건을 종결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4일 브리핑을 통해 교내 폐쇄회로(CC)TV, 관련자 진술, 심리부검 결과 등을 종합할 때 고인의 타살혐의점은 없었다며 서이초 사건 입건 전 조사를 마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18일 서이초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았던 A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A 교사는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거나 문제 학생 지도에 고충을 겪어온 바 있다.

특히 서울교사노조 등 교원단체는 지난 7월 12일에 A 교사가 맡은 학급의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긋는 일명 ‘연필 사건’으로 인해 해당 교사가 학부모들로부터 민원과 폭언을 들었고 이에 심리적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학부모의 진술과 구체적 정황 등을 조사한 결과, 연필 사건 관련해 학부모와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을 때 모욕적이거나 폭력적인 표현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고인의 휴대전화는 비밀번호가 설정된 상태라 포렌식을 진행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조사에서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고인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활동 외에 다른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은 점이 확인됐다는 것이 경찰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업무 스트레스를 포함한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중첩되면서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것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또한 경찰은 ‘연필 사건’ 학부모가 누리꾼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에 관해서 총 40건을 확인한 뒤 13명의 신원을 특정했다. 이들 중 다른 경찰서 관내 주소지를 둔 10명에 대해서는 사건을 이첩하고, 인적 사항이 불특정 된 25건은 계속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아울러 해당 사건 처리 과정에서 파악된 교육 환경 관련 제도 개선 참고 자료를 서울시교육청에 통보할 방침이다.

전국 교사들이 지난 10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해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아동복지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국 교사들이 지난 10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해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아동복지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반발 나선 교원단체

이 같은 경찰 발표가 나오자, 서울교사노조는 이날 즉각 입장문을 내고 수사당국을 규탄하며 재수사를 촉구했다.

서울교사노조는 “그간 동료교사 및 학부모의 제보, 인적·물적 제보를 바탕으로 고인의 죽음의 원인이 고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문제행동 학생으로 인한 생활지도의 어려움, 과도한 학부모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 고인의 교육활동 침해로 인한 것임을 지적했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경찰이 수사 초기 고인의 죽음을 개인적 사유로 몰아 언론 보도에 혼선을 끼치고 유족의 알 권리를 차단하는 행보를 보였다는 것이 서울교사노조의 주장이다. 

이들은 “국과수의 심리부검 결과 ‘학급 아이들 지도 문제와 아이들 간 발생한 사건, 학부모 중재 등 학교 업무 관련 스트레스’가 있었다는 것은 고인의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수사당국에서는 고인에게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한 학부모 등을 엄정 조사하고 관련 법률 등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혐의점을 찾아야 했음에도 수사를 종결한 것에 재차 유감을 표한다”며 재수사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수사 결과와는 별개로 교육당국에 서이초 교사의 순직을 인정할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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