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br>▸철학박사<br>▸​​상지대학교 조교수<br>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필자에게 우리의 주적이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거침없이 ‘북한’이라고 답할 것이다. 북한은 한반도와 시민들을 고통스럽게 만든 한국전쟁을 일으켰고, 수시로 특수부대를 남파해서 테러를 감행했던 집단이다. 또한 헌법에 따라 한반도 북부 지방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있는 ‘괴뢰’라고 표현할 것이다. 역사적인 것, 법적인 것을 차치하더라도 우리는 북한과 휴전선을 맞대고 서로 대치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라는 명제가 “북한은 전쟁을 벌여서 없애야 할 상대”라는 것과 반드시 일치할까? 이것에 대한 답을 필자는 <손자병법>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손자병법>은 중국 춘추시대 장수였던 손무(孫武, 기원전 544?~기원전 496?)가 쓴 군사 책략에 관한 책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병법(兵法)에 관한 최고의 이론서 중 하나로 손꼽히는 책이다. 실제로 1905년 ‘The Art of War’라는 이름으로 서구에 번역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현재 미국의 사관학교에서 필수과목으로 가르친다고 전해진다. 국공내전을 승리로 이끌며 중국의 지도자가 된 마오쩌둥을 비롯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장군이었던 ‘사막의 여우’ 롬멜, 미국 역사상 최고의 지휘관 중 하나인 패튼, 걸프전의 영웅 슈와츠코프 등 군 지휘관뿐만 아니라 손정의, 트럼프 등 경제인, 정치인들이 <손자병법>을 애독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각종 첨단 장비, 대량 살상 무기가 사용되는 시대다. 그렇기 때문에 기껏해야 막 철기가 무기로 만들어졌을 시대인 춘추시대에 작성된 <손자병법>이 현대 사회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대를 초월해, 그리고 군인과 정치인, 경제인 등 가릴 것없이 모두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는 책이다. 그 이유는 바로 전쟁을 통해 인간 세상 전반의 원리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자병법>은 기본적으로 전술이 아닌 전략, 아니 전쟁 그 자체에 관한 책이다. 전술은 한 번 혹은 단기의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법이고, 전략은 전쟁 자체를 승리하기 위한 방법이다. <손자병법>은 전략을 비롯해서, 전략 너머의 전쟁 자체를 논한다. 또한 전쟁 자체를 비롯해 전쟁의 배경이 되는 외교, 정치, 심리, 천문, 지리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당대의 우주관이자 원초적인 우주관인 음양(陰陽)과 오행(五行),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에 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군인뿐만 아니라 일상이 전투인 정치인, 경제인이 이 책을 애독하는 것이다.

‘삼십육계 줄행랑’이 <손자병법>에서 가장 유명한 내용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책에서는 이 내용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필자는 다음의 글귀를 소개한다.

是故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시고백전백승, 비선지선자야, 부전이굴인지병, 선지선자야). 이러한 고로 백번 싸워 백번 이기는 것이 좋은 것 중에 좋은 것은 아니다. 싸우지 않고 다른 자들을 굴복시키는 전쟁이 좋은 것 중에 좋은 것이다.

시대와 공간을 막론하고 최고의 병법서로 일컬어지는 <손자병법>에서 강조하는 것은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적을 이기는 것이다. 적이 공격하는데 방어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가 크다. 전쟁을 시작할 경우 역시 그 피해는 막심하다. 그렇기 때문에 적이 전쟁을 벌이려는 의도와 상황 자체를 미리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단, 그리고 북한과의 대치 상황은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줬다. 고향에 가고 싶은 실향민들, 가족과 헤어진 이산가족들이 상처받으며 죽음을 앞두고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 투자했던 수많은 기업들은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북한의 존재는 우리나라 정치를 후퇴시키고 진영 진형을 왜곡하고 있다. 그리고 극단적으로 대치할 경우 가진 것이 많은 한국이 잃을 것이 많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좋다는 <손자병법>의 글귀를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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