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피해 입었다’ 응답 학생 수 5만9000명
21.4%는 ‘얘기해도 소용 없어’ 신고 X
“가정 교육 책임 높이고 학폭법 폐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4월 정순신 자녀 학교폭력 진상조사 및 재발 방지대책 수립을 위한 청문회에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4월 정순신 자녀 학교폭력 진상조사 및 재발 방지대책 수립을 위한 청문회에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청소년 비율이 10년 새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는 가해자 처벌이 법률적 제재에 한정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피해자의 회복과 교육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육부는 14일 전북도교육청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의뢰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진행한 ‘2023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북도교육청은 매년 당국과는 별도로 자체 조사를 실시한다.

이번 조사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전체 학생 384만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2학기부터 지난 5월 10일까지 약 2학기 동안 학교폭력 피해·가해 경험을 온라인을 통해 물었다. 이중 참여자는 317만명으로 참여율은 82.6%를 기록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자신이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학생은 5만9000여명에 달한다. 참여 학생 317만명 대비 피해를 당했다고 답한 비율은 1.9%로, 지난 2013년 1차 조사(2.2%) 이후 최고치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가 3.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각각 1.3%, 0.4%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대비하면 각각 0.1%p, 0.4%p, 0.1%p 늘었다.

피해를 알리지 않았다고 응답한 학생은 7.6%였다. 알리지 않은 이유로는 ‘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가 28.7%로 가장 높았다. 나머지 학생들은▲‘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 21.4% ▲‘스스로 해결하려고’ 20.0%를 선택했다.

폭력 유형별로는 중복 선택지를 포함해 언어폭력이 37.1%로 1위를 차지했다. ▲신체폭력 17.3% ▲집단 따돌림 15.1% ▲강요 7.8% ▲사이버 폭력 6.9% ▲스토킹 5.5% ▲성폭력 5.2% ▲금품 갈취 5.1%가 뒤를 이었다.

신체폭력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는 점이 주목된다. 해당 비중은 현재 조사 방식이 도입된 지난 2013년 11.7%를 시작으로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가해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3만300명으로 응답자의 1.0% 수준이지만 지난 2013년 1차 조사(1.1%) 이후 10년 새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특히 초등학생의 가해 응답률은 역대 최고치인 2.2%,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각각 0.6%, 0.08%의 수치를 보였다.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 가해했다고 응답한 경우가 34.8%로 가장 많았다. ‘먼저 괴롭혀서’는 25.6%, ‘오해와 갈등’은 12.1%, ‘행동이 마음에 안 들어서’는 8.8%였다. 집단적으로 학교폭력을 행했다고 답한 비율은 32%다.

가해자 처벌 중심으로 사법화된 학교폭력

전문가는 가해자 중심으로 조치가 행해지는 이상 학교폭력 피해 및 가해 증가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교갈등연구소 유혜진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휴대폰 등 스마트 기기와 밀접한 현세대 아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자극적인 행위가 담긴 콘텐츠에 노출되다 보니 현실에서도 이를 실현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유 대표는 “가정이나 부모 또한 아이에게 사랑을 주는 대신 휴대폰을 하면서 안정되는 상황에 만족감을 느끼곤 하는데, 이로부터 유발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 시행으로 비롯된 문제 또한 심각하다는 게 유 대표의 분석이다.

그는 “이전에는 정의를 바탕으로 한 교육적인 해결이 가능했다면 현재는 법률에 의거해 처분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사실 굳이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가 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이 고액의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교권은 추락하고 학교폭력의 외주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역설적으로 학폭법을 강화하면 강화할수록 학교폭력은 사법화가 될 것이고, 사법화 될수록 학교 내에서 해결하기는 어려워진다”며 학폭법을 폐지하고 생활교육위원회(구 선도위원회)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피해자 회복 조치를 중심으로 가야지, 가해자 제재 방침을 중심으로 사법적으로 가서는 안 된다”면서 “피해 학생의 회복을 위한 가해학생의 진정 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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