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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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지난 연말 캐나다에서 놀러 온 친구를 만났다. 그 시기 캐나다 국민 카페 ‘팀홀튼’이 국내에 론칭한다는 소식이 유통가를 휩쓸었다. 팀홀튼은 전 세계 15개국에 5000여개의 매장이 있는 캐나다 대표 커피 브랜드다. 실제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팀홀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그날 만난 친구에게 물었다. 캐나다에선 팀홀튼이 어떤 이미지인지, 가격은 얼마나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캐나다 국민 커피라는 명성답게 친구의 휴대전화에는 팀홀튼 전용 앱이 있었다. 현지 가격을 확인해 보니 캐나다에서 원두커피는 1.92달러에, 팀홀튼 대표 메뉴 오리지널 아이스캡은 3.59달러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는 한화로 각각 1900원, 3500원 정도다. 국내 가격과 현지 판매 가격을 비교해 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원두커피를 3900원에, 오리지널 아이스캡을 51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원두커피는 거의 두 배의 가격이다. 

팀홀튼 국내 상륙 이후, 어떤 기업이든 한국에만 들어오면 비싼 가격을 받는다며 석연치 않은 반응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로 해외 브랜드가 국내 론칭을 하면서 현지보다 비싼 가격을 책정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지난 6월 국내 1호점을 열었던 ‘파이브가이즈’도 미국 현지 일부 도시보다 비싼 가격에 제품을 출시했다.

실제 캐나다에서 팀홀튼을 즐겨 갔던 친구를 비롯해, 팀홀튼을 이용해 본 적 있는 소비자들은 팀홀튼이 이렇게 비싼 가격에 팔만한 이미지의 브랜드는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팀홀튼은 저렴한 가격에 가벼운 마음으로 들리는 말 그대로 ‘가성비’ 좋은 국민 커피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특별할 것 없는 이 커피를 왜 이렇게 비싸게 파는지 의문이 들었다. 팀홀튼 측에서는 국가별 경제 수준을 고려해 책정한 가격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점과 지역별로 가격이 다르다는 미국 지점에서도 한국보다 비싸게 아메리카노 메뉴를 파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뉴욕에 있는 지점에서도 2.99달러에 원두커피 한 잔을 판매했다. 한국의 경제 수준이 어떻길래 이러한 가격이 책정된 것일지 궁금해졌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이 먹힌 것도 맞고, 해외에서 들여온 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혹자는 이러한 소비에 참여하는 이들을 우매한 소비자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에 들어올 때마다 소비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가격을 매기는 해외 기업의 문제가 가장 크지 않을까.

중국에 론칭한 팀홀튼은 스타벅스보다 낮은 가격으로 가성비 있는 브랜드로 우뚝 섰다. 그러나 국내에선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팀홀튼뿐만이 아니다. 한국에 들어온 어떤 기업도 국내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은 새로운 문화나 체험이 있지 않은가. 대체할 수 없는 장소나 브랜드에 대해서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 시장과 소비자를 무시하는 기업이다. 언젠간 기업들이 국내에도 납득할 수 있는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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