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br>
▲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햇볕이 이글거리는 복날이면 어김없이 보신탕집에 인파가 들끓었다.

어린 시절 종친의 손에 끌려간 보신탕집에서, “대체 ‘보신탕’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의 모두가 알지만 굳이 말하지 않는 이 음식은 보신탕, 사철탕, 영양탕, 보양탕 등의 예명을 가진 채 의뭉스러운 유통을 이어갔다.

‘몸보신’을 위해 먹는다지만 삼계탕 전문점, 한방오리백숙 전문점이 굳이 가게 이름을 보신탕집이라고 칭하지는 않는다.

해묵은 개고기 논쟁을 살펴보려면 달력을 조선시대까지 넘겨야 한다. 불교 국가 고려가 유교 국가 조선이 되면서 변한 점이 있다면 바로 ‘육식’이다.

우리 민족이 고기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깨달을 때쯤 조선에는 무분별한 소 도살을 금지하는 우금령이 내려졌다.

양반가를 중심으로 소고기 문화가 확산되자 농사 수단이자 재산인 소를 마음대로 잡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단순히 먹기 위해 소를 잡는 것은 ‘있는 집’이 아닌 이상 큰 결심이 필요하기도 했다. 단백질 공급원을 찾는 서민의 눈길은 가까이에 있는 개에게 쏠렸다. 경비 목적으로 기르던 개는 그렇게 식용이 됐다.

시간이 흘러 개가 강아지로, 경비견이 애완견으로, 반려견으로 진화할 때쯤 문제가 불거졌다. 인간의 친구를 어떻게 먹냐는 외국의 비판도 흘러들었다.

구 문화와 신 문화가 충돌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우려의 목소리를 자각한다면서도,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늘상 그래왔듯’ 개를 먹으러 간다는데, 세상이 달라졌다며 만류하기는 쉽지 않은 노릇이다.

개 식용 문화는 이미 스러지고 있으니, 정부 또한 쇠퇴하고 있는 산업이 자연히 고사하도록 내버려 두는 듯했다. 

그런데 21대 국회가 녹슨 칼을 빼들었다. 지난 9일 국회는 제411회 국회 4차 본회의에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 식용 금지법)’ 처리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됐다. 금지사항 및 위반 시 벌칙 조항은 법안 공포 후 3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관련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대한육견협회는 개 식용 금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에 동의하면서도 개 식용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생업에 큰 지장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 1마리 당 1년 소득을 40만원으로 잡고, 최소 5년 동안의 손실액을 메우려면 농장주에게 마리 당 200만원은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에서 식용 목적으로 길러지고 있는 개들은 추산치만 52만마리다. 여기에 불법 농장까지 가세할 경우 숫자는 훨씬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보상액 1조원을 넘는다.

보상과 폐업·전업 대책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남은 52만마리의 거취도 문제가 된다. 이미 유기견의 포화로 매일 안락사가 이뤄지고 있는 보호시설에서 이들을 선뜻 받아주기도 쉽지 않다.

앞서 육견협회는 개 식용 금지법이 통과될 경우 용산에 개를 풀어놓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는데, 남은 ‘육견’들이 어디로 가고, 어떻게 처리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키우는 것은 합법, 도축하는 것은 불법이었던 개의 처지. 개 식용이 종식된다고 해서 정말 ‘개 팔자가 상 팔자’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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